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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병희 객원기자
2020-09-29

플라스틱 6배 빨리 분해하는 효소 나왔다 두 효소 결합한 ‘슈퍼 효소’ 만들어 실용화 앞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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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플라스틱 먹는 효소를 재설계해 낸 과학자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최대 6배 빨리 처리할 수 있는 효소 ‘칵테일’을 선보였다.

연구팀은 쓰레기 더미에서 PET 병 같은 플라스틱을 먹고 사는 박테리아에서 발견한 두 번째 효소를 기존의 플라스틱 분해 효소인 페타제(PETase)와 결합해 분해 속도를 크게 높였다.

페타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 포츠머스대 효소혁신센터(CEI) 존 맥기핸(John McGeehan) 교수팀은 최근 미국 국립재활용에너지연구소(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NREL) 그렉 베컴(Gregg Beckham) 박사와 함께 페타제를 두 번째 효소인 메타제(MHETase)와 결합해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페타제와 메타제를 단순히 혼합하는 것만으로도 PET 분해 속도를 두 배로 높였고, 두 효소를 연결하는 기술적 가공을 통해 ‘슈퍼-효소(super-enzyme)’를 생성함으로써 효소 활성을 세 배 이상 더 증가시켰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에 소개됐다.

지구촌의 골치거리인 플라스틱 폐기물. 카메룬 두알라 마다가스카르 구역의 하천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 WikiCommons / Mouenthias

두 효소를 물리적으로 결합

페타제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를 원래의 구성요소로 분해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무한하게 재활용하고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온실 가스를 줄일 수 있어 환경전문가와 일반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PET는 가장 흔히 사용되는 열가소성 수지(thermoplastic)로, 일회용 음료수 병을 비롯해 의류나 카펫 등 일상용품을 만드는데 널리 쓰인다. 문제는 자연 환경에서 이 PET가 분해되는데 수백 년이 걸린다는 점. 페타제가 각광을 받는 것은 이 기간을 며칠로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플라스틱 분해 효소가 발견됐을 때 플라스틱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저에너지 해법이 창출돼 플라스틱 재사용 혁명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을 안겨주었다. 연구팀은 천연 페타제 효소를 실험실에서 가공해 PET 분해 속도를 약 20% 높인 바 있다.

맥기핸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베컴 박사와 함께 페타제가 어떻게 플라스틱 표면을 공략하고 메타제는 이것을 어떻게 더 잘게 부수는지에 대해 논의해왔기 때문에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방해 두 가지를 함께 결합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보였다”라고 밝혔다.

그는 “첫 번째 실험 결과 두 효소가 실제로 더 잘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먹어 치우기 게임’에 나오는 두 팩맨(Pac-men)이 끈으로 묶여있는 것처럼 두 효소를 물리적으로 결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분해 효소인 메타제(왼쪽)와 페타제를 결합한 모습. © Rosie Graham

폐기 플라스틱 재활용해서 화석 연료 소비 줄여

맥기핸 교수는 “영국과 미국의 두 연구팀에서 많은 작업이 필요했으나 노력할 가치가 있었다”라며, “우리의 키메라 효소는 자연적으로 진화된 별도의 효소보다 분해 속도가 세 배 이상 빠르며, 앞으로 더욱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라고 평가했다.

처음 페타제 효소가 발견됐을 때 세계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첫 번째 희망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페타제만으로는 지구촌 곳곳에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PET 병을 상업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속도가 빠르지 못했다.

이번에 두 번째 효소를 결합해 작동 속도를 더 빠르게 했다는 것은 플라스틱 폐기물 해결책 마련을 위한 또 다른 도약을 의미한다는 것.

연구팀에 따르면 페타제와 이번에 새로 결합된 페타제-메타제는 모두 PET 플라스틱을 분해해 원래의 구성요소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플라스틱을 끊임없이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석유나 가스 같은 화석 자원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공동으로 연구를 이끈 영국 포츠머스대 효소혁신센터 존 맥기핸 교수. © Stefan Venter, UPIX Photography

싱크로트론으로 효소 3차원 구조 풀어내

맥기핸 교수팀은 이번 두 효소를 결합하는 연구에 영국 옥스퍼드셔에 있는 다이아먼드 광원(Diamond Light Source)을 활용했다. 이 싱크로트론은 태양보다 100억 배 밝은 강력한 X선 빔으로 개별 원자를 관찰할 수 있을 만큼의 정밀한 현미경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메타제 효소의 3차원 구조를 풀어내, 더 빠른 효소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분자 청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새로운 연구에서는 구조, 전산, 생화학 및 생물정보학 접근법을 결합해 효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분자적 통찰을 수행했다. 이를 위해 각 분야의 많은 과학자들이 참여해 심혈을 기울였다.

포츠머스대 CEI와 미국 NREL 합동 박사과정생인 로지 그레이엄(Rosie Graham) 연구원은 “연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시작할까 하는 부분으로, 커피를 마시거나 기차 통근을 할 때나 대학 복도를 지나가면서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영국-미국 간 협력의 일부로서 배우고 성장하는 한편 효소를 이용해 가장 오염이 심한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포츠머스대 효소혁신센터(CEI)는 자연 환경에서 효소를 가져다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효소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수년간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기술을 언제 실용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9-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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