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비정상적으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해양 열파(Marine heatwave, Ocean heatwave)가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종류의 ‘바다 폭염’은 바다와 연안 생태계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과학자들의 조사 결과, 해양 열파는 새와 어류 및 해양 포유류의 폐사율을 높이고 녹조 같은 해로운 조류 번식을 유발하는 한편, 해양 영양분 공급을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바다 폭염은 또 최근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산호의 백화 현상(Coral bleaching)을 일으키고, 어류들을 더 차가운 바닷물로 옮겨가도록 하며 극지방 만년설의 면적을 급격하게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위스 베른대 해양학자인 샬로테 라우프쾨터(Charlotte Laufkötter) 박사와 야콥 샤이슐러(Jakob Zscheischler) 박사, 토마스 프뢸리허(Thomas Frölicher) 교수는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크게 증가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지 25일 자에 발표했다.
논문 제1저자인 라우프쾨터 박사팀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인위적 기후 변화가 해양 열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왔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해양 열파는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모든 바다에서 상당히 길어지고 더 뚜렷해졌다. 라우프쾨터 박사는 “최근의 해양 열파는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고, 비록 나중에 완전히 복구된다 하더라도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해양 열파, 1980년대 이후 크게 증가
베른대 과학자들은 1981부터 2017년까지 37년간 위성이 측정한 해수면 온도 자료를 이번 연구 분석에 활용했다.
연구 기간의 첫 10년 동안인 1980년 대에는 27개의 주요 해양 열파가 발생해 평균 32일 동안 계속됐다. 이 열파들의 최대 온도는 장기 평균 온도보다 섭씨 4.8도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에는 172개의 주요 열파가 발생해 평균 48일 동안 지속됐고 열파의 최대 온도는 장기 평균보다 섭씨 5.5도로 크게 올라갔다.
해수 온도는 통상 약간씩만 변동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스위스 국토 면적보다 35배나 큰 150만 평방㎞ 넓이의 바다에서 일주일 동안 섭씨 5.5도의 편차가 발생하면 해양 생물들의 생활 조건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통계 분석으로 ‘인간의 영향’ 입증
가장 큰 영향을 미친 7개의 바다 폭염에 대해 연구팀은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귀속 연구(Attribution studies)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통계 분석과 기후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인간의 영향으로 일어난 기후 변화(Anthropogenic climate change)가 기상 조건과 기후의 개별 극한 현상 발생에 어느 정도까지 원인 제공을 하는지를 평가했다.
귀속 연구는 일반적으로 극단 현상들의 주기가 인간의 영향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야심 찬 기후 목표 없으면 해양 생태계 사라져”
이번 귀속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요 해양 열파는 인간의 영향으로 20배 이상 더 자주 발생했다.
산업화 시대 이전에 이런 바다 폭염은 100년 혹은 1000년마다 일어났으나,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며 미래에는 이런 현상이 고착화돼 훨씬 자주 일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인류가 지구 온난화를 섭씨 1.5도로 제한할 수 있다면, 해양 열파는 10년 혹은 10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기온이 섭씨 3도 상승하면 전 세계 바다에서는 이런 극한 현상이 1년 혹은 10년에 한 번씩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라우프쾨터 박사는 “야심 찬 기후 목표는 전례 없는 바다 폭염 발생을 줄이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그 길만이 가장 가치 있는 해양 생태계의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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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9-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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