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경작지가 토양침식으로 인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됐다. 토양침식이란 비나 바람의 작용에 의해 토양이 유실 또는 비산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연적인 환경조건에서 지표가 깎여 나가는 것을 자연침식이라 하며, 인간들의 잘못된 토지 이용의 결과에 의해 가속적으로 침식이 진행되는 것을 가속침식이라 한다.
영국 랭커스터대학 연구진은 중국 창안대학과 벨기에의 루벤가톨릭대학 연구진과 공동으로 6개 대륙 38개국의 255개 지역에서 토양침식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30㎝의 토양이 침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 즉 토양의 수명을 계산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관습적으로 경작되고 있는 토양의 90% 이상이 얇아지고 있으며, 16%는 100년 미만의 수명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처럼 빠르게 얇아지는 토양은 호주, 중국, 영국,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발견됐다.
토양의 최상층인 표토에는 영양소와 유기물질이 풍부해 작물 재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토양침식은 식량 안보를 비롯해 사막화와 생물다양성에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며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등 전 세계 토양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랭커스터대학의 댄 에반스 박사는 “최근 들어 전 세계의 표토가 60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는 뉴스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런 주장들은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연구는 토양 수명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관련된 최초의 증거 추정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됐다.
관리 잘 되는 토양은 수명이 훨씬 길어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는 표토의 60년 소멸설보다는 조금 더 낙관적인 추정치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전 세계 토양의 16%만이 100년 미만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전략적으로 보존이 잘 되게끔 관리되는 토양은 수명이 훨씬 더 긴 경향을 보였는데, 어떤 경우에는 그러한 관리가 토양의 두께를 증가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보존 관리되는 토양은 7%만이 100년 미만의 수명을 가지고 있었으며, 약 50%는 수명이 5000년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이번 연구는 인간이 토양을 지속가능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도구와 관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셈이다.
토양의 수명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작지를 산림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수확기 사이에 다른 작물들을 심는 간작 등의 방법도 농사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사면보다는 등고선을 따라 땅을 경작하는 계산식 농업이 토양 수명을 연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랭커스터대학의 존 퀸튼 교수는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의 토양 자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이런 농법과 관리법의 채택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식물의 필수 영양소 '인'이 사라지는 까닭
한편, 스위스 바젤대학을 포함한 국제 연구팀은 농업의 필수 영양소인 인(원소기호 P)이 전 세계 토양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인이 사라지는 주요 원인은 바로 토양침식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바젤대학의 크리스틴 알레웰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토양의 인 함량에 대한 글로벌 공간 데이터와 지역적인 토양침식률을 결합해 침식을 통해 인이 얼마나 손실되는지를 계산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인의 손실 중 50% 이상이 토양침식에 기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알레웰 교수는 “토양침식이 인의 손실에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역할의 정도가 이전에는 이처럼 상세하게 정량화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전에 전문가들이 보고한 인 자원의 손실은 주로 재활용 부족, 음식 및 사료 쓰레기 등 일반적인 관리 잘못에 의한 요인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토양침식은 농경지에서 광물질로 결합되어 있는 인을 습지와 바다로 씻겨내는데, 그로 인한 수역의 영양화 현상(영양분의 과잉)은 수생식물과 동물 생태계에 해가 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알레웰 교수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95%는 토양에서 재배하는 작물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생산된다”며 “식물의 영양소인 인이 서서히 감소하는 현상은 전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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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9-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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