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해양 산성화가 산호의 골격 형성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하지만 따뜻해지는 해양 온도가 산호초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과 분리해서 그 사실을 증명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의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해양 산성화가 산호초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지구물리학회(AGU)가 발행하는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 8월 27일 자에 발표됐다.
해양 산성화는 바닷물에 이산화탄소가 용해되어 점차 산도가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1/3은 바다에 흡수된다. 산업혁명 이전 표층 해수의 산도는 8.2로 예상되지만, 현재는 8.1로 0.1pH 단위만큼 산성화를 겪었다.
0.1 단위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기 쉽지만, 이로 인해 바닷물에서 탄산 이온의 농도는 20% 감소됐다. 산호처럼 골격을 만들기 위해 탄산칼슘에 의존하는 해양 생물들은 바다의 pH가 계속 감소함에 따라 위험에 처해 있다. 해양 산성화가 인간의 뼈를 약화시키는 골다공증처럼 산호초의 골격을 조용히 약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오랫동안 형성된 돔 모양의 종인 포리테스속 산호의 골격에서 수집된 이전 자료와 함께 새로운 3차원 CT 스캔으로 인도-태평양 전역에 걸쳐서 발견되는 포리테스속 산호의 이미지를 조사했다.
해양 산성화 영향, 최초로 명확히 감지해
연구진은 1871년, 1901년,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산호 골격 자료에서 산호의 연간 성장 및 밀도를 확인했다. 또한 산호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환경 조건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산호초의 역사적 온도 변화 및 해수의 화학 데이터를 모델에 포함시켰다.
그 결과 1950년부터 해양 산성화로 인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있는 포리테스속 산호의 골밀도가 13% 감소되고, 남중국해에 있는 포리테스속 산호의 골밀도는 7% 감소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즈홀해양연구소의 연구원들에 의해 개발된 혁신적인 수치 모델이 해양 온난화와는 별개로 해양 산성화가 산호 성장에 미치는 뚜렷한 영향을 밝혀낸 것이다.
웨이푸 궈(Weifu Guo) WHOI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해양 산성화가 산호초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초로 명확히 감지했으며, 생화학적 과정에 의해 악화된 20세기 해양 산성화가 주요 산호초군의 성장에 측정 가능한 영향을 미쳤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 동해안에 있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약 2600㎞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이다.
이산화탄소의 방출이 전 세계적으로 해양 산성화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연구진은 육지에서 유출되는 하수가 그 영향을 악화시켜 해수 pH를 훨씬 더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남중국해에서 산호의 골밀도가 감소한 것은 해양 산성화와 하수 유출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육지에서 가까울수록 더 빨리 약해져
연구진은 이와 반대로 육지에서의 하수 유출 및 오염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피닉스제도와 중앙 태평양에 있는 포리테스속 산호들은 골밀도의 감소가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육지에서의 하수 유출 및 오염은 해양 산성화의 영향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인간의 정착지에서 가까이 있는 산호초들이 멀리 떨어진 산호초들보다 더 빨리 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연구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안네 코헨(Anne Cohen) WHOI 연구원은 “문제는 산호초에서 골밀도가 정말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 힘이 바로 산호초들이 분열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기온 및 국지적인 스트레스 요인과 더불어 이제 해양 산성화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해 많은 산호초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웨이푸 궈 연구원은 “우리가 새로이 개발한 수치 모델은 해양 산성화가 전 세계 산호초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고 말했다. 산호초 CT 스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규모의 조사는 취약한 산호초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우즈홀해양연구소는 1930년에 설립된 이래 해양과 지구와의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변화하는 지구 환경에서 해양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요하는 많은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해양 산성화는 산호초를 비롯해 게, 조개, 바닷가재처럼 탄산칼슘으로 단단한 껍질을 만드는 해양 생물에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먹이사슬, 수산자원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20-08-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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