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는 대략 10억 대의 각종 차량이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는 소수에 불과하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최근 이 수치가 자신들이 개발한 ‘새로운 돌파구’로 인해 뒤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피력했다. 새로운 돌파구란 바로 더욱 싸고 훨씬 더 지속가능한 수소 동력 차량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촉매제 개발이다.
현재 수소 차량은 주위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 중 일부는 수소 차가 다른 차에 비해 연료 전지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백금의 양이 50g 정도로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른 일반적인 차량에는 이 희귀하고 값비싼 백금이 약 5g 정도만 필요하다. 주 산지인 남아프리카에서는 백금이 해마다 100톤 정도만 채굴되니 비쌀 수밖에 없다.
코펜하겐대 화학과 연구팀은 이번에 많은 양의 백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해 재료과학 저널 ‘네이처 머티어리얼스(Nature Materials)’ 최근 호에 발표했다.
논문 저자인 화학과 마티아스 아렌즈(Matthias Arenz) 교수는 “현재 자동차용 수소 연료전지가 필요로 하는 백금 양의 일부만 사용하는 촉매를 실험실에서 개발했다”고 말하고, “다른 기존 차량에 쓰이는 백금 양에 가깝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렌즈 교수는 “특히 이번에 개발한 촉매는 현재 수소 동력 차량에 쓰이는 촉매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수소 차량의 패러다임 변화
지속가능한 기술은 종종 희귀 재료의 제한된 가용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기술의 확장성을 제한한다. 이런 한계로 인해 단 시간에 전 세계 자동차를 수소 모델로 교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은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다.
같은 대학 화학과 고 엔트로피 합금 촉매센터장인 얀 로스메이슬(Jan Rossmeisl) 교수는 “새로운 촉매는 과거에 달성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로 수소 차량을 양산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촉매는 백금 1g당 더 많은 출력을 낼 수 있어 수소 연료전지의 효율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것. 따라서 수소 연료전지 차량 생산이 더욱 지속가능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내구성은 높고 백금은 적게 들어
화학반응에서 촉매의 표면만 활성화되기 때문에 표면을 코팅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백금 원자가 필요하다. 촉매는 또한 내구성이 있어야 하고, 여기에 관건이 있다.
오늘날의 촉매는 가능한 한 많은 표면적을 얻기 위해 탄소 위에 코팅된 백금 나노 입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문제점은 탄소가 촉매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새 촉매를 탄소 없이 만들었다. 나노 입자 대신 풍부한 표면적과 높은 내구성을 특징으로 하는 나노와이어 네트워크를 개발한 것.
로스메이슬 교수는 “이 같은 획기적인 돌파구로 인해 수소 차량의 일반화가 더욱 현실적인 일이 되었다”고 말하고, “새 촉매 개발에 따라 더욱 저렴하고 지속 가능하며, 내구성 높은 수소차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과의 대화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새 기술이 실제 수소 차량에 구현될 수 있도록 연구 결과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렌즈 교수는 “우리는 이 획기적인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자동차 회사들과 논의 중”이라며, “상황은 매우 유망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코펜하겐대 고 엔트로피 합금 촉매센터(Center for High Entropy Alloy Catalysis, CHEAC)의 모든 연구원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첫 번째 논문으로, 덴마크 국립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로스메이슬 센터장은 “우리 촉매센터에서는 화학산업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한 화학물질과 연료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재료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수소 차량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확대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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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8-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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