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인도에서는 며칠 사이 100명이 넘는 주민이 벼락에 맞아 사망했다. 동북부 지역의 비하르주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각각 83명과 22명이 벼락에 맞아 숨진 것. 인도 당국은 이번 벼락이 최근 수년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벼락 사고라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번개가 가장 많이 치는 국가는 브라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은 전국에 걸쳐 번개가 연평균 6000만 번 정도 떨어진다. 특히 해발 800m 지점에 위치한 상파울루 시는 연평균 5만 번 정도 번개가 떨어져 브라질 내에서도 번개가 가장 많이 떨어지는 지역이다.
1년 365일 중 거의 300일에 걸쳐 번개가 떨어지는 곳도 있다. 베네수엘라의 마라카이보 호수 일대가 바로 그곳이다. 남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마라카이보 호는 안데스산맥 북부를 따라 위치하고 있는데, 이 산들이 공기를 위로 밀어 올리고 호수 위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섞이면서 밤마다 폭풍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에 의하면 이 호수는 매년 1.6㎢당 603개의 번개를 맞는다. 뇌우의 발달에 이상적인 독특한 지형과 기후를 지니고 있는 이 호수는 전 세계 번개의 중심지로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매년 300일 번개 치는 곳도 있어
번개는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폭풍우 구름을 만날 때 발생한다. 차가운 공기의 얼음 결정체가 따뜻한 공기의 물방울과 충돌하면 마찰로 인해 전하가 발생하는데, 과부하 상태가 될 때 번개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습도가 높거나 고도가 높은 산악 지역에서 번개가 자주 발생한다.
마라카이보 호수 외에도 아프리카 콩고 동부의 미투바 산맥 일대와 히말라야 북서쪽 능선에 위치한 파키스탄 다가르 일대는 세계에서 번개가 가장 많이 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낙뢰의 길이는 최소 1㎞에서 최대 32㎞에 이른다. 수직적인 번개의 범위는 지상에서부터 폭풍우 구름이 위치한 최고점까지의 거리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평적인 번개의 범위는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할 수 있다.
실제로 마이런 리그다(Myron Ligda)라는 기상학자는 1956년에 레이더를 사용해 수평 길이가 약 100㎞에 이르는 번개를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 2007년 6월에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321㎞에 이르는 번개가 발생해 세계 최장 길이의 번개로 기록됐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연구에 의하면, 이 번개에 의해 방출된 빛은 약 4만 1600㎢의 면적을 비출 정도로 밝고 강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7년 10월 22일, 세계 최장 번개의 기록이 경신됐다. 미국 중부의 폭풍우 구름에서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캔자스 상공을 비출 정도로 거대한 번개가 방출된 것. 대표적인 ‘메가 플래시(mega flash)’였던 이 번개는 3개 주를 가로질러 수평으로 500㎞ 이상 뻗어나갔다.
세계 최장 시간 번개 기록도 경신돼
그런데 최근에 세계 최장 길이의 메가 플래시 기록이 또다시 바뀌었다.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의하면, 2018년 10월 31일 브라질에서 발생한 번개의 길이는 무려 700㎞를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세계기상기구(WMO)의 과학자들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이 운영하는 4개의 기상 모니터링 위성들이 기록한 데이터를 새롭게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WMO의 극한기후 수석책임자인 랜달 세르베니(Randall Cerveny)는 “빛을 감지하는 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우리는 이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면서 “훨씬 더 극단적인 번개가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세계 최장 길이의 번개가 자꾸 경신되는 것은 번개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이 아니라 번개 모니터링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예전에는 안테나와 레이더 등 지상 시스템에만 의존해 번개를 감지한 반면 지금은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에 장착된 번개 탐지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최장 시간의 번개 기록도 경신됐다. 이제까지 가장 긴 시간 동안 유지됐던 번개는 2012년 8월 30일 프랑스 남부지역에서 7.74초간 하늘을 가로질렀던 번개였다. 그런데 WMO는 지난해 3월 4일 아르헨티나 북부에서 발생한 번개가 16.73초간 그 빛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연구 결과는 미국 지구물리학회(AGU)가 발간하는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될 예정이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20-07-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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