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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정현섭 객원기자
2020-05-13

고래의 수염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원시 수염 고래, 식사법 변화로 이빨 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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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수염을 지닌 수염고래류와 이빨을 지닌 이빨고래류로 나누어진다. 수염고래류에는 혹등고래, 쇠고래, 대왕고래 등이 있고, 이빨고래류에는 돌고래와 범고래가 속한다.

대왕고래의 모습. 대왕고래는 대표적인 수염고래류로, 수염을 이용해 플랑크톤을 여과 섭식한다. ⓒwikipedia

수염고래류는 먹이를 먹을 때 수염을 거름망으로 활용한다. 케라틴질로 이루어진 수염은 고래의 종류별로 크기나 색깔, 강도도 다양하다.

연구에 따르면, 현대의 수염고래류는 원래 이빨을 지닌 종에서 진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수염고래는 어째서 이빨을 잃고 수염을 얻게 된 것일까?

혹등고래의 수염. 매우 거칠고 단단하며, 풍성하다. 플랑크톤을 여과하기 매우 좋은 구조이다. ⓒwikimedia

원시 수염고래류, 수염과 이빨을 동시에 지니다

수염고래류의 조상은 이빨과 수염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호주에서 보고된 2500 만 년 전에 살았던 잔주케투스 훈데리(Janjucetus hunderi)라는 원시 고래는 수염 진화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었다.

잔주케투스의 화석은 분명한 이빨을 가지고 있었으며, 몸통의 크기는 3미터 정도로 비교적 작아 오늘날 수염고래와는 생김새가 조금 달랐다. 하지만 잔주케투스의 입천장에는 특이하게도 이빨고래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수염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잔주케투스의 두개골. 이빨을 가지고 있지만 수염이 발달한 흔적을 보이고 있다. ⓒwikimedia

호주의 모나쉬 대학교(Monash University)의 에릭 M.G.피츠제랄드(Erich M. G. Fitzgerald)교수는 잔주케투스가 오늘날 수염고래의 조상 격에 해당하지만 먹이를 먹을 때는 여전히 이빨을 사용하였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일부 이빨고래 종이 눈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주둥이는 좁아지고 길쭉해지는 과정을 통해 잔주케투스가 오늘날의 수염고래로 진화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잔주케투스 이후에 나타난 원시 수염고래도 이빨과 수염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2300 만 년 전에 살았던 아에티오케투스 코틸알베우스(Aetiocetus cotylalveus)가 그 예이다.

아에티오케투스는 이빨과 수염을 동시에 지닌 고래였다. ⓒwikipedia

아에티오케투스는 먹이를 먹을 때 이빨도 사용하였지만 동시에 수염도 사용하여 흡입 섭식(Suction feeding)을 병행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흡입 섭식이란 물을 빨아들이고 그중에서 플랑크톤만 수염으로 걸러내고 물은 다시 뱉는 형태의 식사 방식이다.

수염고래류, 흡입 섭식 시작하면서 진화

수염고래류가 수염을 갖도록 진화한 과정에는 논란이 많았다. 원시 고래 화석이 부족해 어떤 순서로 진화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가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 가설은 고래가 흡입 섭식을 시작하면서 이빨이 퇴화해 수염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빨을 잃기 전에 수염이 먼저 발달하였고, 그 결과로 흡입 섭식을 하면서 이빨을 잃었다는 것이다.

2017년에 새롭게 보고된 2700 만 년 전에 살았던 코로노돈 하벤스테이니(Coronodon havensteini) 화석은 첫 번째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었다.

코로노돈은 입을 닫을 경우, 윗니와 아랫니가 맞닿으면서 이빨 사이 틈새가 거의 완벽하게 차단되었고, 이빨의 아래쪽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이는 씹는 것보다 작은 동물을 걸러서 먹는 것에 더 적합한 것이었고, 이에 따라 코로노돈이 이빨을 지녔음에도 이미 흡입 섭식을 시작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수염의 진화 순서를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원시 수염 고래가 수염을 사용하기 전에 이미 이빨을 활용한 흡입 섭식을 시작하면서, 점점 수염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후 이빨과 수염을 동시에 지니게 되었고, 이빨과 수염을 활용한 식사를 병행하다가 불필요한 이빨이 퇴화하면서 결국 수염만 남게 되었다.

토이파하우테라, 가장 오래된 수염 고래

현재까지 수염만을 지닌 화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2018년 뉴질랜드에서 보고된 것이다.

이 화석은 뉴질랜드 남쪽에 위치한 칸터버리(Canterbury) 분지에 있는 하카타라메아 계곡(Hacataramea valley)에서 발견된 것이다. 히카타라메아 계곡은 약 2750만 년 전 신생대 올리고세 시기에 생성된 지층이다. 이 고래 화석은 머리뼈와 목뼈 2개, 견갑골 2개, 그리고 퇴화되지 않은 앞다리 일부가 발견되었으며, 토이파하우테라 와이타키(Toipahautea waitaki)라는 학명이 부여되었다.

일본 국립과학관의 쳉 희쉬우 짜이(Cheng Hsiu Tsai) 박사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R.이완 포르디스(R. Ewan Fordyce) 박사는 토이파하우테라의 머리뼈에 주목했다.  토이파하우테라의 머리뼈에 달린 주둥이에는 주름의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이러한 주름은 수염을 가졌다는 증거가 된다. 동시에 토이파하우테라의 아래턱뼈는 길고 휘어있는 등 오늘날의 수염고래와 구강구조가 일치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다만, 연구팀은 토이파하우테라와 오늘날 수염고래간의 연관성에 대해 온전히 밝혀지지는 않아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현섭 객원기자
jhs3576@naver.com
저작권자 2020-05-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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