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는 오늘날 살아있는 유일한 공룡이다. 닭이나 비둘기, 참새 등 조류는 모두 작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공룡의 후손인 조류 가운데,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작은 조류는 바로 벌새이다. 벌새 중에서 가장 작은 종은 꿀벌 벌새(bee hummingbird, Melisuga helenae)이다. 꿀벌 벌새의 크기는 커봐야 6cm 정도다. 그런데 이 벌새보다 더 작은 조류로 추정되는 화석이 미얀마 북쪽의 호박 광산에서 발견되었다.
화석은 99만 년(백악기 후기에 해당) 전 송진이 굳어서 생긴 '호박'이라는 광물 속에 남아있었다. 가장 작은 조류 화석의 발견은 곧 가장 작은 공룡 화석을 의미하기에 학계와 언론의 큰 주목을 받고 잇다.
오쿨루덴타비스, 가장 작은 공룡 화석으로 주목받다
중국지질과학대학교의 씽 박사와 연구진은 이 화석에 관련된 연구를 영국의 네이처지에 게재했다.
연구진들은 주둥이 형태와 두개골 모양에 따라 이 화석을 원시적인 조류로 분류했다. 그리고 눈과 이빨이 있는 새라는 뜻으로 오쿨루덴타비스 카운그라아에(Oculudentavis khaungraae)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중국 연구진이 오쿨루덴타비스를 조류로 분류한 것은 주둥이 형태와 두개골 모양에 따른 것이었다. 오쿨루덴타비스는 대부분의 조류와 비슷하게 부리를 가지고 있었고, 원시 조류처럼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특이한 점은 눈 뼈를 이루는 공막골소편(Scleral ossicle)이었다. 일반적인 공룡이나 조류는 공막골소편이 막대기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쿨루덴타비스는 숟가락과 비슷한 형태의 공막골소편을 가지고 있어 다소 의문점이 있었다. 중국 연구진은 오쿨루덴타비스를 조류로 분류하긴 했지만, 두개골만 남아있었기에 어떤 조류 분류군에 속하는지 명확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오쿨루덴타비스, 사실 조류가 아니었다?
이에 오쿨루덴타비스가 조류였다는 점에 의구심을 가진 학자들이 등장했다.
중국의 과학아카데미의 척추고생물학과 고인류 연구소의 리지헨 박사와 베이징 중국 과학아카데미의 웨이 왕 박사, 호주의 뉴잉글랜드 대학의 한 후 박사는 오쿨루덴타비스가 조류나 지배파충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3차원 컴퓨터 단층촬영(CT) 데이터를 기반으로 두개골을 해부학적으로 재분석한 결과, 오쿨루덴타비스가 도마뱀 종류에 속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해당 연구를 2020년 3월 16일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공룡과 조류에게 존재하는 전안와창이 존재하지 않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전안와창이란 조류와 공룡을 포함하는 지배파충류에서 보이는 특징으로, 머리뼈의 무게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두개골의 구멍이다. 전안와창은 악어처럼 퇴화된 사례는 있긴 하지만, 원시 조류와 육식공룡들은 분명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또한 막대 모양이 아닌 숟가락 모양의 공막골소편은 조류보다는 오히려 도마뱀이 지닌 것과 가까웠다.
오쿨루덴타비스는 조류와는 달리 주둥이가 눈 뼈의 중간 정도 위치까지 뻗어있고, 주둥이에 있는 이빨의 치열이 눈 뼈 위치 중간까지 이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조류는 눈 뼈 앞 위치까지만 주둥이가 뻗어 있으며, 이빨을 가진 조류의 경우 주로 눈 뼈 위치의 앞까지만 치열이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빨의 형태가 도마뱀과 뱀이 포함된 유린목의 특징 중 하나인 측생치(이빨이 바깥쪽은 뼈와 단단히 융합되어 있으나 안쪽은 인대에만 부착되고 뼈에 붙지 않은 형태) 형태를 하고 있는 점도 도마뱀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됐다. 아울러, 뺨 쪽에 위치해 아래 턱 뼈와 위 턱 뼈를 연결하는 '방형협골'이 존재하지 않았다. 방형협골은 도마뱀과 뱀에서 발견되지 않는 형태의 뼈이다.
이 같은 다양한 근거에 따라, 연구진은 오쿨루덴타비스가 도마뱀인 유린목에 속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처음엔 조류로 판단되었다가 추가 연구에 따라 도마뱀이라는 결과가 나온 오쿨루덴타비스도 이들과 비슷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정현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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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5-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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