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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성규 객원기자
2018-12-27

북극 지방 호수, 왜 사라지는 걸까 얼음 녹으면 물 많아지는데 반대 현상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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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툰드라 지역에 있는 작은 호수나 연못들이 꾸준히 사라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다트머스대학의 레베카 핑거 수석연구원은 12월 초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지구물리학연합(American Geophysical Union) 회의에서 “지난 50년 동안 수백 개의 툰드라 연못이 그린란드 서부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북극이라고 하면 보통 북극점이나 북극해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생태학계에서는 7월 평균 기온이 10℃ 이하이거나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수목한계선의 북쪽 지역을 북극으로 정의한다. 툰드라는 그처럼 나무가 자라지 않는 북극의 동토 지역을 가리킨다.

최근 들어 북극 지방의 기온은 지구 전체 평균과 비교했을 때 2~4배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북극 지방의 지구온난화 속도가 가장 빠른 셈인데, 대기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동토의 온도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북극 툰드라 지역에 있는 작은 호수나 연못들이 꾸준히 사라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Public Domain
북극 툰드라 지역에 있는 작은 호수나 연못들이 꾸준히 사라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Public Domain

이처럼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물이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툰드라 전역에 걸쳐 호수의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 결과는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레베카 핑거 수석연구원이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그린란드 중부 캉켈루수아크(Kangerlussuaq) 근처에 있는 400개 이상의 연못이 1969년 이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연못이 감소한 원인에 대해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물을 받치고 있던 땅 속의 얼음이 녹게 되면 연못이나 호수가 지하수로 바로 흘러들어 사라질 수 있다.

연못 감소가 지구온난화 가속화시켜

따뜻한 기후는 일부 지역에서 더 많은 물을 증발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동토층이 따뜻해지면서 토양에 특정 영양분을 방출하면 식물의 성장이 급속히 증가해 작은 연못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작은 연못일수록 큰 호수보다 더 취약한 경향이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 의하면 완전히 사라진 거의 모든 연못들이 원래 크기가 1만㎡ 이하의 작은 규모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규모가 큰 호수라고 해서 완전히 안전하다고 장담할 순 없다.

위스콘신대학과 텍사스대학의 공동연구진이 2015년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북극 툰드라 지역의 호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진은 논문에서 알래스카 북부에 위치한 바로우반도의 2800개 연못을 조사한 결과, 1940년대 이후로 약 500개가 사라졌으며 다른 연못들도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북극 생태계에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북극 지역의 호수와 연못은 그곳을 서식지로 삼는 철새를 비롯해 순록 같은 동물들에게 중요한 식수이기 때문이다. 북극 바다오리의 경우 얕은 연못이나 호수 근처에 둥지를 짓는 습성이 있어 특히 위험하다.

게다가 연못의 감소는 식물이 방출하는 메탄의 양을 증가시켜 지구온난화를 더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위스콘신대학과 텍사스대학의 공동연구진은 2017년에 알래스카 바로우에 있는 습지의 메탄 방출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 40년간 식물과 관련된 메탄 플럭스(단위시간당 흐르는 메탄의 유량)가 60%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땅이 녹은 곳에 식물이 그만큼 번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북극 토양이 따뜻해지면 메탄 박테리아의 대사활동이 증가하고, 용해하는 동토에서 나오는 메탄으로 인해 메탄의 배출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한 온실효과 기체로서, 지구온난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상 최악의 더위도 북극이 원인?

올 여름 우리나라에는 111년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더위가 찾아왔다. 일본과 중국은 물론 유럽과 미주 지역까지 지구촌 전체를 통틀어 올 한해는 역대 네 번째 더웠던 해로 기록됐다. 최근 발표된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 같은 폭염의 원인도 바로 북극 지방의 기온 상승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 기온이 오르면 북반구 제트기류를 비롯한 대형 행성 바람이 순환하는 속도도 느려진다. 따라서 고기압과 저기압은 한 지역에 더 오래 머물게 되고 기단도 잘 움직이지 않아 똑같은 날씨가 누그러지지 않은 채 더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즉, 올해 무더위는 대기가 순환하지 않고 정체되는 현상 때문에 나타났다는 의미다. 북극과 적도의 기온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보니 지구 전체로 봤을 때 바람이 덜 불고 대기의 순환도 잘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해양의 습하고 선선한 공기가 육지에 머무는 열을 식혀주지 못하게 된다. 또 반대로 바다에서 태풍이나 비구름이 형성될 때, 육지에서 대류 현상을 통해 바다로 건너온 공기가 이를 약화해주지 못하는 현상도 벌어진다.

이처럼 지구의 대기가 순환하지 못하고 한 곳에 갇혀 버리는 현상은 사상 최악의 산불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가 얼마 전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적이 있다.

그에 의하면 2016년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일어난 사상 최악의 산불을 비롯, 1980년 이후 그 지역에서 일어난 산불 대부분이 지구의 대기순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데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2016년 캐나다 앨버타주의 산불은 완전히 진화하는 데만 무려 2개월이 걸렸으며, 총 4조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또한 지난 11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1만4000채의 가옥을 연소시키고 최소 85명의 사망자와 200명의 실종자를 발생시켰다.

툰드라 지대의 호수 감소 같은 북극 지방의 이상 기후는 이제 더 이상 북극만의 일이 아니다. 이는 적도와 극지방 사이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었다는 뜻이자, 지구가 그만큼 위태로워졌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후학자들은 북극의 이상 기후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 극단적인 날씨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8-1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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