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조류(microalgae)는 바다와 민물에 서식하는 단세포 광합성 생물로서, 흔히 식물 플랑크톤이라고 불리는 생물이다. 해양 생태계의 먹이 사슬 들 중에서도 가장 아랫 단계를 차지하는 존재들인만큼, 미세조류는 지구 전역의 해양에 분포되어 있다.
이들은 최근 들어 바이오에너지의 생산자로서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과학자들이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다른 미세조류들보다 두 배나 많은 지방(fat)을 만들 수 있는 미세조류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져 에너지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화석연료 관련 업체들이 주도하는 바이오에너지 개발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phys.org가 보도한 이번 기사의 핵심은 다른 미세조류들 보다 지방을 많이 만들 수 있는 미세조류가 유전공학 기술을 통해 탄생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작 눈길을 끄는 점은 개발의 주체가 바로 글로벌 석유업체인 엑손모빌(ExxonMobil)社라는 것이다.
엑손모빌 같은 석유회사가 바이오에너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전문가들은 엑손모빌社가 화석연료의 고갈을 대비하기 위해 해당 연구를 진행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엑손모빌이 한창 성장하던 1970년대는 석유 고갈의 시기를 21세기로 예측했던 시기였다. 그 이후 더 많은 석유와 가스가 발견되면서 당시 예측은 틀린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실 70년대 기술로는 이런 사실들을 파악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청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화석 연료가 고갈될 것을 대비한 준비를 오래 전부터 해왔는데, 그 일환으로 탄생한 에너지 시스템이 바로 오늘날의 ‘리튬배터리’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기자동차를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파악하고 지난 1970년대부터 투자를 집중했던 곳도 엑손모빌社다.
물론 투자의 결실은 맺지 못했다. 생각보다 상용화가 쉽지 않은데다가 90년대로 접어들며 석유값이 안정되면서 하나씩 개발이 중단되었지만, 엑손모빌의 선구자적 연구는 애플의 스마트폰이나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등이 등장하게 된 밑거름이 되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엑슨모빌이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군다나 바이오에너지는 화석연료의 사용처와 비슷하기 때문에 그 파생 효과는 배터리나 전기자동차들 보다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세조류는 바닷물만 있어도 키울 수 있고, 바이오에너지를 만드는데 있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옥수수처럼 식량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잠재력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또한 육상(陸上)의 농경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토지를 구입하거나 임대하는 등의 관련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세조류로 만든 바이오에너지를 상용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대량으로 배양된 미세조류를 바이오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이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이다.
지방 함량이 두 배가 되면 바이오디젤 상용화 가능성 높아져
미세조류는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가 남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지방으로 전환하여 저장하는데, 이 지방이 바로 바이오에너지의 원료라 할 수 있다. 미세조류를 대량으로 배양한 후에 수분을 제거하고, 세포 속에 들어있는 중성지방을 여러 화학공정을 거쳐 바이오에너지로 전환하는 것.
이 중성지방은 바이오에너지 중에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엑손모빌 연구진은 ‘nannochloropsis gaditana’라는 미세조류를 유전공학 기술을 적용하여 녹말 및 단백질의 생산은 줄이고, 지방 생산을 늘리면서도 조류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방법을 개발했다.
엑손모빌의 관계자는 “미세조류의 지방 함량을 20%에서 40%까지 늘려 바이오디젤의 경제성을 늘릴 수 있는 연구개발을 추진했다”라고 전하며 “물론 이를 순도 높은 바이오디젤로 바꾸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과정들이 필요하지만, 과거에 비해 혁신적인 결과를 이뤄냈다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미세조류를 활용한 바이오디젤 상용화 가능성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의 대명사 격인 석유업체들까지 바이오디젤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미세조류의 미래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상업적으로 경쟁력있는 공정만 개발된다면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생산은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주력 업종인 화석연료로 인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억울함도 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미세조류의 지방 생산량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석유업체들 외에 스타트업과 다국적 프로젝트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사파이어에너지(Sapphire Energy)’나 ‘솔라자임(Solazyme)’ 같은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고, 유럽은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DEMA(Direct Ethanol from MicroAlgae)’라는 이름의 바이오디젤 생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엑손모빌의 관계자는 “미세조류를 활용한 바이오디젤의 상용화는 어렵기는 하지만 분명히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하며 “다만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것인지, 아니면 더디게 올 것인지는 국제 유가 흐름이나 세계 경제의 성장세 같은 외부 변수들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7-07-03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