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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황정은 객원기자
2012-10-02

“지난 여름, 왜 태풍이 세 개나?” 게르하르트 슈타군 ‘날씨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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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한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있지만 곳곳에서는 이번 여름 한반도를 휩쓸고 간 볼라벤과 덴빈, 산바의 태풍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날씨의 변화가 심했다. 폭염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난 후, 연이은 태풍으로 농작물 등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 기후의 변화는 사계절의 날씨를 가져온다 ⓒ위키피디아

세 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릴레이로 강타한 이유에 대해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을 이유로 들었다. 태풍의 진로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수축과 팽창에 따라 결정되는데, 일본 동쪽 해상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버티고 있어 태풍이 우리나라 고기압 가장자리로 찾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7~8월 폭염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한 뒤에도 여전히 일본 동쪽 해상에 머물면서 한반도 쪽으로 태풍 길이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길을 따라 태풍이 북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한반도에 장마와 태풍, 폭염 등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기후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날씨는 왜, 무엇의 영향을 받아 생성되는 것일까. 날씨와 기후에 대한 여러 가지 물음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출간됐다.

과학 저널리스트 게르하르트 슈타군이 '날씨 과학'을 출간, 우리를 둘러싼 날씨의 여러 가지 현상을 과학적 원리로 설명하고 있는 것. 저자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지만 우리가 평소 인식하지 못하는 미세한 기후의 변화와 원리에 대해 수학과 물리, 화학, 해양학 등 다양한 분야 학문을 활용, 설명하고 있다.

대기, 태양, 그리고 바람 …

'날씨 과학'은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장 기초적인 개념 설명으로 시작한다. 날씨란 무엇이며 대기란 무엇인지, 태양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 날씨와 기후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날씨가 생기는 이유는 지구가 대기(大氣)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는 지구를 둘러싼 공기 막으로, 대기가 없으면 날씨도 없게 된다. 즉 날씨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의 상태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다른 행성에도 지구에서와 같은 날씨가 존재할까. 달을 제외하고는 태양계의 행성은 모두 날씨가 존재한다. 달은 중력이 약해 대기를 잡아 둘 힘이 없기 때문에 날씨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와 크기가 비슷한 금성의 경우 날씨가 존재하지만 낮과 밤의 기온차이가 거의 없으며 대기의 밀도가 높아 온실효과를 강하게 만들어 내 표면기온이 섭씨 475도로 유지된다.

최근 탐사선 큐리오시티(Curiosity)가 상륙한 화성 역시 지구의 날씨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표면에는 매일 규칙적으로 바람이 불며 낮 기온은 섭씨 24도까지 올라가지만 밤 기온은 영하 70도까지 내려간다. 우주로 빠져나가는 열을 막아 줄 대기층이 얇기 때문에 낮과 밤의 기온 차가 매우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의 존재만으로 날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권을 채우고 있는 기체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태양이 날씨의 변화를 주도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태양은 날씨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저자 게르하르트 슈타군이 “태양이 없다면 지구는 아무런 의미 없이 우주를 떠도는 차갑게 죽은 암석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언급할 정도로 태양은 지구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구는 태양이 뿜어내는 거대한 열 에너지의 아주 미세한 부분을 접하게 되지만 그로 인해 낮과 밤이 생기고 여름과 겨울이 생긴다. 더불어 살짝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지축을 기준으로 하는 지구의 자전과 태양 주위를 타원형으로 도는 지구의 공전은 날씨의 변화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날씨는 지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의 상호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공기와 물, 바람과 산맥, 기압 등이 복잡한 관계를 이루면서 어느 지역은 무덥고 습한 날씨를 보이고, 다른 지역은 차고 건조한 기후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한반도의 날씨

본 저서는 독일 과학 저널리스트에 의해 집필된 책이기에 독일 날씨에 대한 비유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한반도 날씨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한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본 책의 감수를 맡은 기상청의 유희동 박사가 중간중간 우리나라의 사례를 들고 있다.

유희동 박사에 따르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날씨의 변동이 잦고 물로 인해 열에너지의 변화가 심해 날씨 예측의 불확실성이 높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우리나라는 대륙성 기후와 해안성 기후의 특징을 모두 나타낸다. 삼면을 둘러싼 바다가 우리나라의 날씨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인 셈이다. 유 박사는 중위도 편서풍 영향권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서해상 물은 열을 이동시키는 원천이자, 갑작스런 강수와 집중호우, 폭설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한반도의 날씨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산맥이다. 작은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국토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산지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환경과 더불어 날씨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다.

특히 우리나라 날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산맥은 태백산맥으로, 이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은 전혀 다른 기후 특성을 보인다.

산맥의 동쪽인 영동지방은 동해에서 불어온 습한 바람이 태백산맥과 만나 많은 양의 비나 눈이 내리지만, 산맥의 서쪽 지역인 영서지방은 태백산맥을 넘어간 바람이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건조해져 대기가 건조해지고 기온이 올라가게 된다. 기후적으로 태백산맥의 동쪽이 서쪽에 비해 많은 강수량 특징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날씨에 대한 모든 관측과 분석은 앞으로 인류가 더 잘 살기 위한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다. 태풍과 해일 등의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는 인류에게 재난이 되며 때로는 핵폭탄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커다란 폭풍과 해일이 아닐지라도, 가벼운 비나 뜨거운 날씨에 대비하기 위해 인류는 매일 날씨를 체크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기후예측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더불어 지구 전체의 기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변해 있다고 경고한다. 온난화 현상은 이미 많이 진행되었으며 북극의 빙하는 그 면적이 과거에 비해 매우 좁아졌다.

게르하르트 슈타군은 “지금과 같이 행동한다면 인류에겐 미래가 없다”고 강하게 조언한다. 다소 부정적인 결말이지만, 이것이 현재 우리 인류가 처한 현실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2-10-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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