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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2-08-29

올 가을엔 소백산서 여우 본다 한국 토종여우 복원사업 계획대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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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20년까지 멸종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 생존개체수 50마리 증식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 토종여우 복원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7일 환경부는 서울대공원으로부터 기증 받아 소백산 자연적응훈련장으로 보낸 토종여우 한 쌍을 야생적응 훈련이 끝나는 올 10월경에 자연 방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토종여우 한 쌍은 지난 4월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암컷 3마리와 수컷 5마리 중 선별돼 맺어진 짝으로, 부모가 서로 달라 유전적으로 뛰어난 개체이다.

▲ 소백산 자연적응훈련장의 한국 토종여우 ⓒ국립공원관리공단

우리나라의 토종여우는 ‘붉은여우’종으로, 머리와 몸통이 60~90㎝, 꼬리 34~60㎝, 어깨 높이 30~40㎝ 크기에 몸 전체가 짙은 갈색에서 붉은색을 띤다. 토종여우는 과거 우리나라 전국의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었지만, 1970년대 이후 남한에서는 모두 사라져 현재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야생에서의 마지막 토종여우는 1974년 지리산에서 밀렵꾼에 의해 잡혀 박제로 남아 있다. 그런데 30년 후인 2004년 3월 23일 강원도 양구군 동면 덕곡리 뒷산에서 숨져 있는 수컷 여우의 사체가 돌연 발견돼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평소 여우 울음소리를 자주 들었다는 지역 주민들의 증언에 따라 환경부는 여우 암컷 분비물을 동원하고 수십 대의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토종 여우의 개체 확인 작업에 나섰지만, 추가 개체 확인은 하지 못해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토종여우의 사체 발견이 ‘한국 토종여우 복원 사업’의 계기가 됐다. 양구에서 발견된 토종여우 사체에 대한 유전자검사 결과, 유럽 및 미국산 붉은여우와 미토콘드리아의 염기서열이 달라 외국에서 반입된 여우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던 것.

토종여우와 러시아 및 중국 여우는 동일종

이후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1960년대 및 1970년대에 잡힌 토종여우의 박제 3개체를 찾아내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출한 다음 양구 토종여우와 러시아 여우, 중국 여우, 북한산 여우, 미국 유전자은행에 등록된 일본 및 캐나다 여우의 DNA와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토종여우는 캐나다 및 일본 여우와는 유전적 차이가 뚜렷했지만, 중국 및 러시아 여우와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즉, 우리나라 토종여우는 중국과 러시아 등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서식했다는 것이 확인된 셈. 이로써 동아시아 여우를 토종여우로 규정해 복원해 나갈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고, 이후 한국 토종여우 복원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양구에서 발견된 수컷 여우의 사체는 현재 인천시 서구 경서동에 소재하는 국립생물자원관 제1전시실에 박제표본으로 전시돼 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한국 토종여우의 자연적응훈련장 설치지역으로 소백산 국립공원을 결정한 것은, 지난 2010년 12월 덕유산 및 소백산, 오대산 등 3개 국립공원에서 여우의 서식환경 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백산이 최적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우는 쥐와 같은 설치류를 주로 먹고 사는데, 소백산에는 설치류가 많을 뿐더러 포도처럼 겉껍질이 얇고 과즙이 많은 장과류와 밤, 호두와 같은 견과류도 풍부하고 양서류 및 파충류 등의 먹이자원도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주시가 제공한 시유지에 조성된 한국 토종여우 자연적응훈련장은 9만1천568㎡의 부지에 자연적응훈련장 본동, 실내외 계류장, 관찰공간, 여우굴 등 9천600㎡의 규모로 구성돼 있다.

환경부는 올해 5월 최종 완공된 소백산 자연적응훈련장에 2011년 일반 시민에게서 기증받은 연구용 토종여우 3마리를 도입해 생활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관리하고 있다.

호르몬 이용한 인공번식 성공

환경부와 함께 2007년부터 멸종위기종 증식·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대공원의 토종여우 번식도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2006년 12월 북한 평양중앙동물원과의 교류를 통해 여우 암수 한 쌍과 2008년 중국으로부터 수컷 3마리, 암컷 6마리 등 총 11마리를 들여온 서울대공원은 한국 토종여우의 체계적인 번식 사업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2009년 5월 토종여우 새끼 암컷 3마리를 얻어 자연번식에 첫 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위해 서울대공원은 동물원 북단에 있는 종보존센터 내에 여우 전용 번식장을 조성, 여우가 자신의 생태적 습성에 맞는 자연서식 환경인 여우굴을 스스로 조성할 수 있도록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내고 흙언덕을 넣어주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올해 4월 8일에 태어난 암컷 3마리와 4월 17일에 태어난 수컷 5마리 중 3마리는 호르몬을 이용한 인공방식으로 태어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인공번식이란 일반적인 인공수정과 달리 호르몬을 투여해 자연교미를 유도하는 방식으로서, 여우 번식에 적용해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토종여우 번식을 통해 국내 총 17마리였던 토종여우는 서울대공원 16마리, 소백산 자연적응훈련장 5마리, 경북 영양군 4마리 등 총 25마리로 불어났다.

10월경 자연 방사 예정

소백산에서 실시되는 야생적응 훈련은 약 한 달에 걸쳐 먹이 포획, 대인 및 대물 기피훈련 등으로 진행되며,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10월경 자연에 방사된다. 야생에 방사할 여우 2마리에 대해서는 지리산에서 복원 중인 반달가슴곰과 같이 발신기를 부착해 지속적인 추적·관찰을 병행할 예정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방사 시기에 맞춰 여우 서식을 알리는 안내 플랜카드와 리플릿을 소백산 국립공원 내에 설치·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번에 서울대공원으로부터 기증 받은 토종여우 한 쌍 이외에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부 지역 등에서도 한국 토종여우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 3쌍을 들여와 추가로 자연적응훈련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번에 추진되는 여우 복원은 지리산의 반달가슴곰, 설악산의 산양에 이어 포유동물 중 세 번째로 진행되는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이다. 이 사업이 성공할 경우, 설악산과 소백산,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우리나라의 핵심 자연생태축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해외 연구자료에 의하면 여우는 한 번에 4~6마리, 많게는 10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기도 할 만큼 출산 개체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여우는 반달가슴곰에 비해 출산시기도 빨라 비교적 단기간(10년)에 증식·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2-08-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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