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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조재형 객원기자
2012-01-20

온난화 치유하기 위한 지구의 노력 대기 중 지구 냉각시키는 물질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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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 중에서 지구를 냉각시키는 효과를 가진 물질이 발견됐다. ⓒScienceTimes
지구는 종종 그 자체가 ‘살아 숨 쉬는 유기체’로 여겨진다. 지구 전역 좁고 넓은 곳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들이 서로 연관되어 거대한 지구를 살아있는 듯 보이게 하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강에서 바다, 수증기, 구름, 비로 이어지는 끊임없는 물의 순환이나 대륙판이 움직여 산을 만들거나 깊은 협곡을 만드는 모습 등이 그러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것은 바로 ‘자정작용’이다.

자정작용은 자연정화작용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자연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동식물의 가벼운 상처가 재생되거나 약한 질병이 자연적으로 낫듯, 지구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들이 자연계의 여러 작용으로 인해 분해되거나 정화되는 것이다. 여과 작용, 침전, 희석 등으로 인해 정화가 진행되는 물리적 작용, 산화, 중화 등으로 일어나는 화학적 작용, 그리고 미생물의 분해 및 대사 활동 등으로 인한 생물학적 작용이 그것이다.

이는 지구가 오랜 시간 생태계를 유지해 나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물론 인류에 의해 발생하는 오염 물질은 자정작용으로 해결하기엔 정도가 심하지만 여전히 그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현재 지구가 가진 최대의 질병이라 할 수 있는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도 자정작용과 비슷한 작용이 일어나고 있음이 최근 영국 연구진들에 의해 밝혀졌다.

1950년대에 예측됐던 물질, 첨단 장비로 발견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는 맨체스터 대학, 브리스톨 대학, 샌디아 국립 연구소의 연구진들이 지구의 대기에서 지구온난화를 상쇄시킬 수 있는 분자를 발견했으며 이에 대한 연구 논문을 과학 저널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발견한 분자의 이름은 ‘크리게 바이라디칼(Criegee biradicals)’이다. 크리게는 처음 이 분자의 존재를 예측한 과학자의 이름을 딴 것이며 바이라디칼은 짝지어지지 않은 전자 2개를 가지고 있는 활성산소를 말한다. 이에 2가 라디칼이라 부르기도 한다.

분자 이름의 주인인 루돌프 크리게라는 독일의 화학자는 이미 1950년대에 그것의 존재를 예측했었다. 하지만 가설을 세웠을 뿐, 발견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 효과나 작용에 대한 자세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전, 현대의 첨단 장비를 통해 그 존재가 입증된 것이다. 샌디아 연구소 연구진들은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의 3세대 싱크로트론 장치에서 나온 빛을 이용해 첨단 광원 장치(ALS; Advanced Light Source)를 만들어냈다. 싱크로트론은 입자가 일정한 반지름을 가진 채 원운동을 하도록 가속시키는 장치다.

이 첨단 광원장치를 이용해 강력하면서도 조절이 가능한 빛을 얻어낼 수 있으며,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이성체의 형성과 소멸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성체는 분자식은 동일하지만 분자 배열 및 구조가 달라 물리화학적으로 다른 성질을 가지는 분자를 말한다. 이를 가지고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과 생성되는 화합물들에 대해 조사한 결과, 크리게 바이라디칼을 감지해 낼 수 있었으며 그것이 다른 분자들과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도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그 반응의 속도가 기존에 예상됐던 것 보다 더 빠르다는 것도 알아냈다.

지구온난화의 자정작용을 돕는 크리게 바이라디칼

크리게 바이라디칼의 작용은 앞서 언급한 자정작용 중 화학적 작용과 유사하다. 오염 물질이 다른 물질과 만나 반응하면서 산화되거나 중화됨으로써 오염을 일으키는 성질이 제거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기 중의 크리게 바이라디칼은 대기오염을 일으키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질소나 이산화황과 같은 물질들과 반응해 산화시킴으로써 황산염, 질산염 등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이들의 생성을 가속화시킨다.

크리게 바이라디칼은 이들의 오염성을 제거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형성된 화합물들은 대기 중에 부유하는 미세 입자인 에어로졸의 형성을 이끌게 된다. 그리고 에어로졸은 다시 구름의 형성을 가속화시키게 된다. 궁극적으로 구름의 형성은 빛을 반사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구의 알베도를 높인다. 이에 태양광이 대기 및 지표로 유입되는 양을 감소시킴으로써 지구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되고, 결국엔 지구온난화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크리게 바이라디칼의 발생은 햇빛에 영향을 받지 않아 밤낮에 관계없이 이런 과정들이 진행된다고 한다.

이번 발견은 대기의 산화력에 대한 기존의 이해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기후 변화 및 대기 오염의 진행과 결과, 영향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더욱이 지구를 냉각시키는 작용과 관계가 있는 만큼 지구온난화와 관련해서도 여러 후속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 관심과 생태계 보호 필요

ⓒScienceTimes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은 물론 지구의 전반적인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며 이미 국제사회에서도 큰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많은 국가에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기도 하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는 약 0.8도 증가했으며 이는 상당한 양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온도 상승의 폭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크리게 바이라디칼의 발견은 희소식이며, 스스로를 치유하려 하는 지구가 기특하게 느껴지게까지 한다.

그렇다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관심을 꺼서는 안 된다. 다른 각종 오염 문제들만 보더라도 이미 지구의 자정작용으로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크리게 바이라디칼은 식물이 자연적으로 발생시키는 화학물질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즉,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는 이 분자의 발생과 작용을 지속시키기 위해선 생태계의 보존 또한 중요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2-0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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