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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21-09-13

돛을 활짝 펼쳐 우주쓰레기 제거한다 현재 아닌 미래 발생할 쓰레기가 목표… 11월 테스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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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언론매체가 우주쓰레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거나, 이를 수거하여 처리하는 방법들을 소개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 우주쓰레기를 처리하는 작업이 상용화된 적은 없었는데, 그만큼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쉽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파편이라도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쓰레기들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총알보다 더 빠른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에 충돌하면 장비 파손은 물론 시스템 전체가 폭발할 수도 있다.

위성에 부착된 드래그세일이 돛을 활짝 펼친 채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모습의 상상도 ⓒ Purdue.edu

따라서 가공할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쓰레기들을 인위적으로 수거하여 폐기시킨다는 것은 지금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볼 때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우주쓰레기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미국의 과학자들이 새로운 수거 방식을 제안하고 나섰다. 다만 이들이 제안하는 수거 방식은 기존의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더 나올 수 있는 우주쓰레기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미래의 우주쓰레기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법

지구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우주쓰레기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부분은 고장 난 인공위성이나 발사 후 우주공간에서 분리된 로켓 등이 오랜 시간 지구 주위를 맴돌다가 파편화되면서 생겨난 것들이 우주쓰레기로 변한 것이다.

우주탐사가 처음 시작됐던 1960년대 무렵만 해도 이들 파편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 등 인류가 만든 구조물이 앞다투어 지구 궤도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용연한이 지나서 폐기됐거나, 운석과의 충돌로 파편들이 발생하면서 정상 작동하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우주감시네트워크(USSA)가 조사한 바로는 지구 주위에서 지름 10cm 이상 되는 파편만 해도 2만여 개 이상 떠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가 아닌 미래의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방법이 공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 space.com

이렇게 급증하고 있는 우주쓰레기 제거를 위해 그동안 과학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상당히 다양하다. 물고기를 투망으로 잡듯이 그물망을 우주 공간에 펼쳐 우주쓰레기를 포획하거나, 작살처럼 생긴 도구를 이용하여 일일이 우주쓰레기를 낚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물망으로 우주쓰레기를 포획하는 작업은 지난 2018년 그물로 우주공간에 떠있는 표적을 포획하는 테스트에 성공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표적은 작은 풍선으로서, 7m 떨어진 거리에서 그물을 발사하여 풍선을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상용화까지는 아직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미국의 과학자들이 제시한 모든 우주선과 발사체에 돛을 부착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는 기존의 우주쓰레기를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우주쓰레기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오는 11월 우주에서 테스트를 통해 가능성 확인

미 퍼듀대 연구진이 구상해 온 ‘앞으로 발생할 우주쓰레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드래그세일(drag sail)을 활용하는 것이다. 드래그세일이란 우주 공간에서 돛처럼 펼칠 수 있는 얇은 사각형의 막을 의미한다.

사각형의 돛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드래그세일은 솔라세일(solar sail)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솔라세일은 우주에서 돛을 편 채 태양광과 태양풍을 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우주선을 가리킨다. 돛에 부딪히는 태양광과 태양풍을 통해 우주 공간을 항해하기 때문에 기존의 화학 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우주선과는 전혀 다른 신개념의 미래형 우주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드래그세일이 돛을 사용하는 목적은 솔라세일과 매우 다르다. 연구진은 드래그세일의 돛을 태양풍을 받는 용도가 아니라 일종의 제어장치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주쓰레기들은 지구 궤도를 총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기권에 진입해서 마찰열로 타버리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우주탐사를 추진하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우주쓰레기의 회전 속도를 늦춰 대기권에 진입하는 시간을 앞당겨야 방해물을 하나라도 없애는 것이다.

퍼듀대 연구진이 개발한 스피너커가 돛을 펼친 모습 ⓒ Purdue.edu

문제는 우주쓰레기에 드래그세일을 부착하는 것인데,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쓰레기에 드래그세일을 부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에 앞으로 우주선이나 위성을 발사할 때 미리 우주선이나 위성, 또는 로켓 등에 미리 드래그세일을 부착하여 수명이 다했을 때 우주쓰레기로 전락하기 전에 이를 펼쳐 회전 속도를 줄임으로써 대기권으로 떨어지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현재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는 드래그세일의 정식 명칭은 ‘스피너커3(Spinnaker3)’다. 이를 우주선이나 위성 등에 탑재할 때는 돛을 차곡차곡 접은 관계로 작은 상자 크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길이 3m의 다리 4개를 길게 뻗은 다음에 막을 펼치면 면적이 18㎡에 달하는 넓은 돛으로 변신한다.

이처럼 우주쓰레기 제거를 위한 혁신적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스피너커3는 오는 11월에 발사되는 로켓의 상단부에 장착될 예정이다. 이 로켓이 연소가 끝난 후 대기권에 진입하는 시간은 발사 후 25일 정도인데, 연구진은 이 시간을 앞당길 수 있도록 스피너커3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만약 연구진의 기대로만 된다면 로켓은 10일 정도를 앞당겨 15일 정도 후에는 대기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래의 지구 궤도가 우주쓰레기로 가득 차느냐 아니냐는 스피너커3의 활약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1-09-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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