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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병희 객원기자
2021-02-18

"화성에서 지속가능한 ‘생명’을 기른다" 시아노박테리아 성장시키는 새 방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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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30년대 초에는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화성 임무’를 추진하고 있다. 스페이스X 같은 민간 기관에서는 이보다 빨리 계획을 실천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화성에 있는 우주인은 산소와 물, 음식을 비롯해 여러 가지 소모품이 필요하다. 이런 물품들을 지구에서 가져다 쓴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실용성이 없기 때문에 화성에서 자체 조달할 필요가 있다.

독일 브레멘대 과학자들이 시아노박테리아를 이용해 이런 생물화학적 소모품의 ‘자체 조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대학 응용 우주기술 및 미세중력 센터(ZARM) 연구팀은 처음으로 남조류인 아나베나 시아노박테리아(Anabaena cyanobacteria)가 화성과 유사한 저압에서 가스와 물 및 기타 영양소로만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과학 저널 ‘프런티어스 인 마이크로바이올로지(Frontiers in Microbiology)’ 16일 자에 보고했다.

화성에서 토양 표본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시키는 임무를 그린 상상도. © NASA/JPL

이 연구 결과는 화성에서의 지속가능한 생명 유지 시스템을 훨씬 용이하게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 제1저자로 ZARM에서 응용 우주 미생물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우주생물학자 시프리앙 베르소(Cyprien Verseux) 박사는 “시아노박테리아가 화성과 같은 저압 대기에서 활용 가능한 가스들을 스스로의 탄소와 질소 공급원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이번 연구에서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베르소 박사는 “시아노박테리아는 화성과 같이 먼지만 포함된 물에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고, 이 박테리아를 다른 미생물들을 기르는데도 사용할 수 있다”며, “이는 화성에서의 장기 임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대기압에 따른 문제

시아노박테리아의 모든 종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생산하고 일부 종은 대기 질소를 영양소로 고정시킬 수 있다. 때문에 이 박테리아는 오랜 우주 임무에서 생물학적 생명 유지를 추진할 수 있는 후보로 여겨져 왔다.

채소 등을 길러 식품을 공급하는 가상의 화성 기지 모습. © NASA

화성 임무에서 어려운 점은 화성의 대기압이 매우 낮아서 박테리아가 직접 자랄 수 없다는 점이다. 화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1% 미만인 6~11 hPa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에는 너무 낮다. 또 질소 가스의 분압도 0.2~0.3 hPa로 크게 낮아서 신진대사가 어렵다.

그렇다고 지구와 같은 대기 상태를 재창출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가스도 지구에서 가져가야 하고, 배양 시스템은 압력 차를 견디기 위해 견고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무거워서 운반이 힘들다.

베르소 박사는 “압력 밥솥에 생각이 미쳤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아이디어에 따라 대기압이 화성과 근접하면서도 시아노박테리아가 잘 자랄 수 있는 중간지대를 찾게 됐다.

베르소 박사팀은 시아노박테리아가 저압의 인공 대기에서 성장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을 찾기 위해 아트모스(Atmos; Atmosphere Tester for Mars-bound Organic Systems)라는 생물반응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여기에 투입되는 모든 것은 화성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어야 했다. 화성 대기에 풍부한 질소와 이산화탄소 그리고 화성의 얼음에서 얻을 수 있는 물을 제외하고, 영양분은 지구 같은 행성이나 달 같은 위성들의 표면을 덮고 있는 먼지인 돌가루 모양의 ‘표토(regolith)’에서 확보해야 한다.

화성의 표토에는 인과 황, 칼슘과 같은 영양소가 풍부해 실현 가능성이 높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생물반응기 가동 구조. © C. Verseux / ZARM

아나베나, 화성의 표토 같은 환경에서 잘 자라

연구팀이 개발한 아트모스에는 유리와 강철로 만들어진 9개의 1리터짜리 용기가 있고, 각 용기는 멸균과 가열, 압력 제어와 디지털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내부에서의 배양을 위해 지속적으로 저어진다.

연구팀은 아트모스 실험 대상으로 아나베나(Anabaena sp. PCC 7938)라는 질소 고정 시아노박테리아 균주를 택했다. 예비 테스트에서 아나베나는 화성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고 다른 유기체를 키우는데 특히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종들 역시 식용이 가능하고 유전공학에도 적합하며, 가혹한 조건에서 생존하기 위해 특수한 휴면 세포를 형성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르소 박사팀은 아나베나를 지구보다 10배 낮은 100 hPa 기압에서 질소 96%와 이산화탄소 4% 혼합물로 10일 동안 처음 성장시켰다. 이 박테리아는 주변 공기에서도 잘 자랐다.

이어 수정된 압력과 표토의 조합에서 테스트를 했다. 화성의 표토가 없기 때문에 성장 배지를 만드는 대신 센트럴 플로리다대에서 개발한 ‘화성 글로벌 시뮬런트(Mars Global Simulant)’라고 불리는 기질을 사용했다.

대조군으로, 주변 공기 혹은 같은 저압의 인공 대기 아래의 표준 배지에서 아나베나를 길렀다.

현미경으로 본 시아노박테리아. © NASA

생명공학기술 활용 가능

이 시아노박테리아들은 저압의 질소-이산화탄소가 혼합된 표토를 포함한 모든 조건에서 잘 자랐다. 예상대로 이 박테리아들은 어떤 대기압에서든 화성 글로벌 시뮬런트보다 시아노박테리아에 최적화된 표준 배지에서 더 빨리 성장했다.

그렇더라도 이것은 중요한 성공이었다. 표준 배지는 지구에서 가져와야 하지만, 표토는 화성 어디에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장시켜서 말린 아나베나 바이오매스는 분쇄한 뒤 물에 풀어서 걸러 대장균(E. coli) 박테리아를 키울 수 있는 훌륭한 기질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아나베나로부터 당과 아미노산 및 다른 영양소를 추출해 다른 박테리아를 키울 수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이는 덜 강력하지만 생명공학을 위한 검증된 도구인 셈이다. 예를 들면 대장균은 아나베나보다 쉽게 가공을 해서 화성에서 아나베나가 할 수 없는 식품이나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질소를 고정하고 산소를 생성하는 시아노박테리아가 화성과 같은 저압의 통제된 조건하에 화성에서 구할 수 있는 성분만 가지고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실험 연구를 위해 개발된 생물반응기 아트모스. © C. Verseux / ZARM

향후에 더 정교하게 조정할 점

이번 연구 결과는 중요한 진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베르소 박사는 “이번 개념 증명에서 실제 화성에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시아노박테리아 성장을 위해 최적화된 압력과 이산화탄소, 질소 조합을 미세 조정하고, 다른 시아노박테리아 속도를 테스트해 보는 한편, 우주 임무를 위해 유전적으로 박테리아를 맞춤화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화성에서의 배양 시스템 설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베르소 박사는 “이번 연구를 위해 개발한 생물반응기 아트모스는 화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조건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으로, 화성에서의 배양 시스템 설계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 예로 압력이 낮으면 내부와 외부의 큰 압력 차를 견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운송이 쉬운 더 가벼운 구조를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1-02-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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