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서 밤하늘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서쪽 하늘에서 밝게 빛나던 목성과 토성이 저녁 박명 속으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1월의 저녁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우리나라에서 일 년 동안 볼 수 있는 15개의 1등성 중 무려 11개를 동시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쪽 하늘에는 여름철의 대삼각형에 속하는 세 개의 1등성이 지고 있고, 남쪽 하늘에는 가을철의 유일한 1등성인 남쪽물고기자리의 으뜸별이 외롭게 빛난다. 동쪽 하늘에는 오리온자리를 중심으로 겨울철 별자리에 속하는 일곱 개의 1등성들이 모여 있다. 밤이 긴 만큼 저녁 서쪽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거문고자리의 1등성 직녀는 새벽의 동쪽 하늘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이번 주 별자리여행의 목적지는 겨울철의 대삼각형 안에 위치한 외뿔소자리이다. 전설 속에 등장하는 유니콘의 별자리로 알려진 외뿔소자리는 겨울 하늘에서 가장 찾기 힘든 별자리 중 하나이다. 맑은 날 불빛을 피해 전설 속 동물인 외뿔소자리를 찾아 별자리 여행을 떠나보자. 이와 함께 2021년 밤하늘에서 꼭 보아야 할 천문 현상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분의자리 유성우
이번 주 북동쪽 하늘을 중심으로 평소보다 많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사분의자리유성우 현상이 나타난다. 유성우는 혜성이 지나간 자리를 지구가 통과할 때 혜성의 부스러기들이 별똥별의 비처럼 쏟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소나기처럼 많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시간당 10~100개 정도의 별똥별이 떨어진다.
혜성의 궤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매년 유성우가 나타나는 시기는 미리 정해져 있다. 그중 1시간에 100개 이상의 별똥별을 볼 수 있는 사분의자리 유성우(1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8월), 그리고 쌍둥이자리 유성우(12월)를 3대 유성우라고 부른다.
비록 사분의유성우의 가장 정점은 월요일 새벽이지만 이번 주 내내 새벽하늘에서 평소보다 많은 별똥별을 볼 수 있다. 사분의자리는 용자리와 목동자리 사이에 있던 고대 별자리로 지금은 유성우에만 그 이름이 남아 있다. 별똥별을 보기 위해서는 해뜨기 1~2시간 전 북동쪽 하늘을 중심으로 하늘 전체를 살피면 된다.
올해 볼 수 있는 가장 큰 유성우는 8월 13일 새벽에 나타나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이다. 특히 그때는 달이 없고, 유성우의 극대 시간이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 4시 경이기 때문에 시골 하늘이라면 시간당 110개 정도의 별똥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달과 화성의 만남
4월 17일 저녁에는 달과 화성이 만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날 밤 10시 30분경 상현에 가까운 달 바로 옆에 붉은 행성 화성이 위치한다. 화성의 밝기는 1등급 정도로 지난해 가장 밝았을 때에 비해 1/10 정도로 어두워졌지만 도시의 하늘에서도 충분히 맨눈으로 볼 수 있다. 이날 달과 화성의 거리는 약 0.3도(°)로 달 지름(0.5도)보다 가깝다. 망원경이 있다면 한 시야에 달과 화성을 같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프리카 등 적도와 저위도 부근 지역에서는 화성이 달 뒤로 숨었다 다시 나타나는 엄폐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날 달까지의 거리는 약 40만km이고 화성까지의 거리는 그보다 거의 700배 먼 2억 8000만 km 정도이기 때문에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화성과 달의 상대적 거리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슈퍼문 개기월식
5월 26일 밤에는 2018년 이후 3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개기월식을 볼 수 있다. 개기월식은 해와 지구, 달이 일직선이 되면서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달이 숨는 현상이다. 특히 이날 보름달은 올해 뜨는 가장 큰 슈퍼문 보름달이다.
이날 월식은 이미 달이 뜨기 전에 시작되어 저녁 7시 36분경 달이 뜰 때는 달의 오른쪽이 70% 정도가 가려진 상태로 보인다. 달이 뜨고 30분쯤 후인 8시 09분부터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는 개기월식이 시작되고, 19분 정도가 지난 8시 28분에 달의 오른쪽부터 지구 그림자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9시 53분경 둥근 보름달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동안은 달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붉은 핏빛으로 보이기 때문에 레드 문, 혹은 블러드 문이라고 부른다. 개기월식 때 달이 붉게 보이는 것은 지구의 대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된 햇빛 중 파장이 긴 붉은빛만이 달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11월 19일 저녁에도 월식 현상이 있는데 이때는 개기월식에 가까운 부분월식이다. 해가 지기 전인 저녁 5시 16분경 달 지름의 70% 정도가 가려진 보름달이 떠오르고 6시 3분경 달 지름의 97%가 가려지는 부분월식이 일어난다. 이날 월식은 7시 47분경에 끝난다.
우리나라에서 관측 가능한 다음 월식은 2022년 11월 8일의 개기월식이다.
화성과 금성의 만남
7월 12일 저녁 9시경 서쪽 하늘에서는 초승달과 금성, 화성이 함께 만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날 금성과 화성의 거리는 약 0.8도로 달의 겉보기 지름인 0.5도 보다 조금 먼 정도이다. 두 행성은 그다음 날에 달의 지름만큼 가까워진다. 망원경으로 금성과 화성을 같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날 금성의 밝기는 -4등급 정도로 1등성보다 약 100배 밝다. 화성은 연초보다 조금 더 어두워져서 약 2등급이지만 맨눈으로도 충분히 붉은 행성을 확인할 수 있다. 화성의 겉보기 크기는 3.8초(″)이고 금성은 그보다 4배 정도 더 큰 11.7초(″)이다. 참고로 달의 지름은 각도도 1800초(1도는 60분, 1분은 60초)이다.
전설 속 동물 '외뿔소자리'
겨울 별자리의 왕자인 사냥꾼 오리온자리를 따라 가장 밝은 1등성인 큰개자리의 시리우스와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 떠오르면 마치 사냥꾼 오리온이 두 마리의 사냥개와 함께 겨울 밤하늘에서 야간 사냥을 하는 듯한 상상을 하게 한다.
오리온자리의 으뜸별 베텔게우스와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을 ‘겨울철의 대삼각형’이라고 부르는데 그 안에 숨어 있는 별자리가 바로 외뿔소자리이다. 사냥개와 사냥꾼에게 쫓긴 유니콘이 겨울 은하수에 빠져 날개가 안 보인다고 생각하면 이 별자리의 위치를 기억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별들이 매우 희미해서 이 별자리의 정확한 모습을 그리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다.
외뿔소자리의 주인공은 이마 위에 하나의 뿔을 가진 전설 속의 동물로 1627년에 독일의 천문학자 바르트쉬(J. Bartsch)가 별자리를 정리하면서 만든 별자리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쌍둥이자리와 게자리 남쪽의 말'로 불렸고, 페르시아 시대의 천구의에서도 이곳에 말의 모습이 등장하기 때문에 정확한 기원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별자리이다.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문장 속에도 등장하는 외뿔소는 인도에 사는 전설 속 동물로 몸의 크기가 말과 같고 꼬리는 영양과 비슷하며 이마에 뿔이 하나 있다고 한다.
- 이태형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관장
- byeldul@nate.com
- 저작권자 2021-01-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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