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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정밀 관측의 끝판왕 ESA의 호라이즌 2000 프로그램(8) 플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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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졌으며, 어떻게 탄생하였을까? 

20세기 중반부터 천문학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주제기도 했던 우주의 기원에 관한 질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졌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시간과 공간과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 우주를 주장하는 ‘정상 우주론(Steady State theory)’을 주장했으며, 일부 천문학자들은 137억 년 전에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우주가 형성되었다는 ‘대폭발 이론(Big Bang)’을 주장하였다.

사실, 대폭발 이론은 무에서 창조된 이론이 아니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원리에 관한 고찰로부터 만들어진 이론인데, 첫 시작점은 1912년 미국의 천문학자인 베스토 슬라이퍼가 한 나선은하의 도플러 편이를 계산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은하의 도플러 편이값을 계산하면서 거의 모든 은하가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대폭발 이론에 정점을 찍은 과학자는 그 유명한 러시아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알렉산드르 프리드만 그리고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다. 프리드만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으로부터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보이는 프리드만 방정식을 도출해내었고 이를 기반으로 벨기에의 물리학자 조르주 르메르트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우주의 팽창은 과거에 모든 물질이 하나의 점인 원시 원자로 모인 시점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에드윈 허블은 이에 더해서 후퇴하는 은하의 거리와 속도(적색편이와 비례)에 관한 관계를 보여주는 자신의 관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허블 법칙을 발표했다. 이는 쉽게 말해서 은하가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빠르게 멀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법칙이다.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존재의 예견과 관측

대폭발 이론은 러시아 출신의 미국 과학자 조지 가모프에 의해서 발전되었는데, 그는 우주가 수십억 년 전에 한 점에서 폭발하여 팽창하기 시작했다는 대폭발의 증거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혹은 우주배경복사라고 부름, Cosmic Microwave Background)의 존재를 예견했다. 이는 관측 가능한 우주를 균일하게 가득 채우고 있는 마이크로파 열복사를 말한다. 또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의 온도 값을 직접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우주의 나이에 따라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이 달라질 것임을 예측하면서 최종적으로 6 켈빈 정도로 예측해냈다.

1964년에 결국 두 명의 미국 천문학자들,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에 의해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이 발견됨으로써 많은 과학자들이 받아들이는 우주론이 되었다. 그들은 대략 3 켈빈 정도의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의 온도를 측정했으며, 우주에서 나오는 초단파 잡음은 어떤 한 장소나 영역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 곳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초단파 잡음은 초기 대폭발에서 남겨진 복사 잡음과 잔향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이론은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설명하는 데 가장 훌륭한 이론으로 자리 잡으며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받아들이는 우주론이 되었다. 우주론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대폭발 이후 은하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관한 것과 궁극적으로 초창기 우주의 특성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정밀 관측의 시작 'COBE와 WMAP'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의 발견은 실로 놀라웠다.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이 대략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비슷한 세기로 온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는 여러 가지 원소들과 천체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를 뒷받침하려면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이 비등방성을 가지며, 초기 우주에서의 요동이 필요했음을 나타내는 증거를 찾아야만 했다. 바로 이를 위해서 더욱더 정밀한 수준의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의 관측이 필요했다. 이에 1970년대부터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됐다.

2006년 미국의 우주론 학자인 존 매더와함께 노벨상을 수상한 조지 피츠제럴드 스무트 교수는 열기구와 록히드 U-2 정찰기를 이용하여, 여러 방향에서 오는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의 파장이 1/1000 정도 다르다는 것을 측정해 내었다. 하지만 이는 대기권 안에서의 여러 현상으로 인한 것임이 밝혀지면서, 천문학자 및 물리학자들은 우주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에 관한 첫 번째 인공위성은 구소련이 진행한 RELIKT-1 위성이지만, 발표도 늦었고 자료도 부족했기에 잘 알려지지 않음).

스무트 교수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거대한 첫 번째 프로젝트인 우주 배경 탐사선(COBE, Cosmic Background Explorer)를 존 매더와 함께 진행하였다. 바로 이 연구를 통해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이 완전히 균일하지 않으며 미세한 온도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는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의 스펙트럼 분포가 흑체복사의 특징과 완벽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서 2.728±0.002 켈빈의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을 관측해냈다. 실로 놀라운 성과였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COBE의 첫 번째 비등방성 관측 주파수에 따라서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다 © NASA/COBE

미항공 우주국은 더 정밀한 관측을 위하여 WMAP(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을 진행했다. 이 망원경은 인간의 우주에 대한 지식을 크게 향상시킨 망원경이다. 우주의 물질 구성도를 대략적으로 완성시켰으며 미세한 차이를 더욱더 정밀하게 관측한 망원경이기 때문이다.

WMAP의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정밀 관측. 빨간 부분과 파란 부분은 400마크로 켈빈 정도의 차이가 난다 © NASA/WMAP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정밀 관측의 끝판왕 '플랑크 미션'

유럽 우주국은 Horizon 2000의 세 번째 중간 규모 미션으로 플랑크(Planck,  본래 이름: COBRAS / SAMBA)를 선택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상당히 높은 민감도와 해상도를 통해서 마이크로파 및 적외선 주파수에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CMB)의 비등방성을 매핑해 낸 플랑크는 WMAP보다도 크게 진보된 미션이었다.

세 가지 망원경의 개략적인 비교도 © NASA/ESA

플랑크 미션은 여러 가지 과학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의 비등방성 및 편광성에에 관한 아주 민감한 수준의 감지를 비롯해서 Sunyaev Zel'dovich 효과를 통한 은하단 카탈로그의 완성, 중력 렌즈 관찰과 Sachs–Wolfe 효과, 싱크로트론 방출 및 은하 자기장의 측정을 포함한 은하 관측을 필두로, 행성, 소행성, 혜성을 비롯한 태양계 연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종합하면 플랑크는 우주의 일반 물질과 암흑 물질의 평균 밀도, 즉 우주의 물질 구성도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며 최종적으로 우주의 나이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함에 있었다. 2013년 임무가 끝날 때까지 정상적으로 훌륭하게 미션을 수행한 플랑크 미션은 최종적으로 비활성화되면서 임무를 마쳤다.

플랑크 망원경의 상상도 © ESA/Planck

플랑크 팀의 최종 논문은 2018년 7월에 드디어 발표되었는데, 우리 우주의 대부분은 암흑 에너지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69.2 +/- 1.2%), 나머지 대부분도 암흑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했다. 플랑크 팀이 도출한 우주의 나이는 약 137.99 +/- 0.38억 년이며 우주의 팽창률(허블 상수)은 67.4 +/- 0.5 (67.8 +/- 0.9: 2015년 플랑크 미션 도출 결과) km/s/Mpc로 예측되었다. 플랑크로 인해서 우리는 대폭발 이론의 여러 가지 변수에 관한 계산 값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서 우주의 팽창이 더 가속화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플랑크 팀이 보내온 최종 결과. 위쪽은 편광도의 비등방성, 아래쪽은 온도의 비등방성을 나타냄. © ESA/Planck
김민재 칼럼니스트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0-11-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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