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모든 천문학이 모이는 국립 파리 천문대
프랑스 파리시의 시민들과 파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뤽상부르 정원 (Jardin du Luxembourg) 우측에는 뤽상부르 궁전이 위치해 있다. 뤽상부르 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그랑 엑스플로라테르 (Grand Explorateur) 정원이 위치해 있는데, 위대한 탐험가들이 모였다는 이 정원 남쪽에 국립 파리 천문대(Observatoire de Paris)가 위치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파리 천문대는 1667년 루이 14세가 천문학이나 학문적인 기능보다는 건축미에 치중하며 건립했던 천문대였기에 완공까지 5년이나 걸렸다고 전해진다. 관측 돔이 없던 관계로, 건립 이후에는 각종 천체의 정확한 위치 측정 및 계산 그리고 프랑스력 편찬 등의 업무를 중심으로 천문대를 운영해왔다. 이 덕분에 전 세계 천문대들의 표준 시각을 결정하는 국가시간국 본부가 파리 천문대에 위치하게 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전 세계 천문대의 표준 시간을 결정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파리 천문대를 '전 세계의 모든 천문학이 모이는 곳'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리 천문대는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보다 8년 먼저 세워졌으며 ‘세계 표준 시간의 기준’이 되는 그리니치 천문대의 시각조차도 파리 천문대에서 결정한 것이다.
파리 천문대를 거쳐간 유명인들
파리 천문대에서 프랑스 국립 과학 연구 센터(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 연구 대장을 맡고 있으며 주로 먼지 원반(debris disks), 펄사(Pulsars), 은하 등에 관해서 연구하고 있는 존 프랑수아 레스트레이드(Jean-François Lestrade) 박사는 인터뷰를 통해서 “파리 천문대를 거쳐 간 수많은 천문학자들 중 가장 유명한 천문학자는 초대 천문대장이었던 이탈리아 출신 프랑스인 천문학자 지오반니 도메니꼬/쟝-도미니끄 카시니(Giovanni Domenico Cassini/Jean-Dominique Cassini)”를 들었다. 이유로는 그가 토성의 위성 4개를 발견하면서 토성 고리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천문학자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참고로 파리 천문대는 카시니의 손자인 세자르-프랑수아 카시니가 1771년 ‘공식적인’ 천문대장이 되기 전까지 천문대장의 공식 직책 없었다. 하지만 카시니와 그의 아들 자끄 카시니는 85년간이나 비공식적으로 하지만 매우 성공적으로 파리 천문대를 이끌었다. 이외에도 수많은 유명 천문학자들이 파리 천문대를 거쳐갔다. 성운과 성단에 관한 항성목록을 완성한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Charles Messier) 역시 젊은 시절부터 본거지를 파리로 옮긴 후 많은 시간을 파리 천문대에서 보냈다.

다양한 천문학 분야 다뤄
레스트레이드 박사에 따르면 파리 천문대에서의 천문학자들이 하는 일은 크게 3가지로 나눠진다. 먼저 각자 속해있는 세부 부서에서의 연구를 기본으로 천문학자의 본연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 파리 천문대에는 총 8개의 부서가 있는데, 모든 부서는 프랑스 국립 과학 연구 센터의 한 부서이기도 하다.
레스트레이드 박사 파리 천문대가 연구하고 참여하고 있는 분야에 관해서 자세한 설명을 더했다. 8개 부서 중 하나인 GEPI(Galaxies, Etoiles, Physique et Instrumentation)는 은하, 별, 물리학 및 장비 등에 관해서 연구하며 파리 디드로 대학교(파리 7대학)과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다. IMCCE(Institut de mécanique céleste et de calcul des Ephémérides)는 천체 역학 및 천체력에 관한 계산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피에르-마리 큐리 대학교(파리 6대학)와 릴1대학교와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다. LERMA(Laboratory for Studies of Radiation and Matter in Astrophysics)는 천체 방사선 및 물질 연구 실험실이며 파리 천문대, 파리 고등사범학교(École Normale Supérieure), 피에르-마리 큐리 대학교, 세르지 퐁투아즈 대학교 등 4개의 고등교육 기관들과의 연계로 운영되고 있다. LESIA(Laboratoire d' Etudes Spatiales et d' Instrumentation en Astrophysique)는 우주 과학과 천문학 장비 실험실이며 소르본 대학교(파리 4대학)와 파리 디드로 대학교와의 연계로 운영되고 있다. LUTH(Laboratory for the Universe and THeory)는 주로 천체물리학의 이론 파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파리 디드로 대학교와의 연계로 운영되고 있다. SYRTE(SYstèmes de Référence Temps-Espace)는 전 세계 천문대의 표준 시간을 결정하는 곳이며 피에르-마리 큐리 대학교와의 연계로 운영되고 있으며, USN(Unité Scientifique de Nançay)은 넝쎄(Nançay)의 연구부서 중 하나이며 올리언스시의 올리언스 대학교와의 연계로 운영되고 있다.
이 외에도 천문대는 올리언스 천문대(OSU in the Région Centre)와 천체 입자 및 우주론 연구실(Astroparticles and Cosmology)의 감독자 역할을 하며 플라스마 물리학 연구실(Laboratoire de Physique des Plasmas)과 플라스마 및 관련 우주 임무 연구를 위한 파트너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로 우주론, 고에너지 물리학 및 중력파 탐지와 관련된 많은 공통 주제를 협업하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에서 가장 큰 파리 천문대는 8개의 세부 부서들과 함께 실로 모든 천문학 분야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파리는 유럽 우주국 (ESA)이 위치해 있는 도시인만큼 유럽에서도 천문학의 중심에 있는 도시이다.
수많은 데이터베이스의 관리 및 가상 천문대 운영
또 다른 파리 천문대만의 특징이라면 천문대의 천문학자들은 방대한 양의 천문학/과학적인 데이터베이스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레스트레이트 박사는 이에 관해서 “천문학 데이터베이스의 관리는 천문대 안의 파리 천문 데이터 센터(Paris Astronomical Data Center)에서 행해지는데 중앙 저장 장치 및 웹 서버 컴퓨팅 시설을 통해 다양한 주제들에 관한 지원을 제공합니다. 여러 천체의 이미지 그리고 스펙트럼들을 제공하며 수치계산 시뮬레이션 같은 영역에서의 튜토리얼 및 세미나도 제공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가상 천문대(Virtual Observatory)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가상 천문대는 지상 관측 및 우주 기반 관측 등에서 얻어진 방대한 양의 데이터 활용 필요성에서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들의 구현 결과로 대부분의 데이터를 가상 천문대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파리천문대는 대량의 데이터 관리, 분석 및 배포로 인한 문제들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리 천문대는 최종적으로 사용자들에게 데이터베이스에 관한 접근 권한을 제공하고 데이터 시각화 및 분석 소프트웨어를 구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의 사용자들은 다른 관측에서 얻어진 데이터들과 가상 천문대의 데이터들을 비교 분석하고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천문학 연구에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학술학회 및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레스트레이트 박사는 아름다운 파리 천문대의 또 다른 자랑거리로 학술적인 역할뿐 아니라 전시와 관광 등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천문대의 문은 닫힌 상태이지만 천문대가 다시 문을 열게 되면 관광뿐 아니라 시민들의 교육 및 세미나 등의 역할에도 다시 충실할 예정이다. 관광객들 및 시민들은 파리 천문대를 둘러보며 별과 은하의 형성 및 진화 등에 관한 다채로운 천문학 지식들을 배울 수 있다. 세미나 및 학회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열리는데, 파리시 다수의 유명 대학들과 연계되어 있는 파리 천문대 특성상 학생들의 자유로운 강의 참여와 실습이 가능하다.
- 김민재 칼럼니스트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0-09-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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