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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미스터리, FRB의 정체는? 주기성 지닌 ‘빠른 전파 폭발’ 최초로 관측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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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에 있는 파크스 전파망원경에서 이상한 전파가 탐지됐다. 불과 5밀리 초(1밀리 초는 1천분의 1초)라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전파는 태양이 약 1만년 동안 방출하는 에너지와 맞먹을 만큼 강력했다. 상식 밖의 관측이라 연구원들은 망원경의 부실한 장비 때문에 발생한 오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07년 전파 에너지를 연구하던 미국의 웨스트버지니아대학 연구팀은 파크스 전파망원경이 채집한 자료를 다시 분석하는 작업을 하던 중 그것이 지구에서 15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나온 강력한 전파 에너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후로 우주의 미스터리 같은 그 전파에는 ‘빠른 전파 폭발(FRB, Fast Radio Bursts)’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FRB는 다른 지역의 전파망원경에서도 관측되기 시작했다. 발생하는 지점도 수억 광년에서 수십억 광년까지 일정하지 않았다.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으며, 드물게 같은 위치에서 발생하더라도 규칙적이지 않았다.

‘차임전파망원경‧FRB국제공동연구단’은 사상 최초로 일정 주기로 반복되는 FRB를 발견했다. 사진은 FRB가 우주로부터 지구의 전파망원경에 포착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 Danielle Futselaar(www.artsource.nl)

그런데 최근 캐나다‧미국‧유럽 등의 과학자 50여 명으로 구성된 ‘차임전파망원경‧FRB국제공동연구단’은 사상 최초로 일정 주기로 반복되는 FRB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구에서 5억 광년 떨어진 거대 나선은하에서 발생하는 그 FRB의 주기는 정확히 16.35일이다.

연구단이 발견한 FRB는 4일에 걸쳐 1시간마다 1~2회씩 전파를 내보낸 후 12일 동안은 잠잠해지는데, 그 모든 과정이 16.35일의 주기로 반복된 것이다. 연구단은 2018년 9월 16일부터 지난해 10월 30일까지 차임전파망원경으로 포착한 28차례의 FRB 신호에서 이 같은 주기성을 발견했다.

한 쌍의 중성자별이 발생시킬 가능성 높아

그럼 왜 FRB는 시계처럼 16일마다 반복되며, 이처럼 강력한 전파를 발생시키는 주체는 과연 무엇일까. 주기성을 지닌다는 것은 FRB의 정체에 대한 주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FRB는 초신성이 되어가는 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님은 확실해졌다. 왜냐하면 초신성은 단발성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주기성이라는 단서로 유추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가설 중 하나는 궤도 운동이다. 천체는 보통 규칙적인 시간 단위로 공전하므로 별이나 블랙홀 등의 천체를 도는 한 쌍의 물체가 일으키는 16일간의 패턴이 FRB의 정체가 될 수도 있다.

국제공동연구단은 한 쌍의 중성자별이 FRB를 발생시키는 주체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외에 천체물리학자들이 주장하는 일반적인 가설은 합병이 진행되고 있는 별 혹은 블랙홀에 의해 FRB가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 천체들이 어떻게 그처럼 강한 신호를 발생시키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FRB의 정체에 대해 대중들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이들과는 좀 다른 가설이다. 지적인 외계생명체가 발생시키는 신호라는 설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설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과학자 중 한 명은 하버드대학의 천문학과장인 에비드 러브 교수다.

그는 동료 마나스비 링햄과 함께 2017년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에 발표한 논문에서 FRB가 외계인들의 송신기로부터 발생한 신호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 논문에서 외계인들이 만약 태양열로 작동되는 지구 2배 크기의 수냉식 장치를 가지고 있다면 그 같은 송신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FRB는 외계인들이 보내는 신호?

그런데 FRB가 외계인들이 보내는 신호라는 설은 논리적으로 몇 가지 오류를 지닌다. 우선 FRB는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신호가 아니라 전 우주에서 온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FRB를 만드는 외계 문명이 수많은 은하계에 널리 퍼져 있을 만큼 거대한 세력이거나 아니면 그처럼 발전된 기술을 지닌 외계 문명들이 각 은하계마다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그 같은 강력하고 빠른 전파 폭발 외에 아무런 문명의 징후를 왜 우주에 보내지 않는 것일까.

FRB를 만드는 외계인들이 각 은하계마다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가정해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 산재한 전파망원경들이 포착하는 최근의 추세에 의하면 전 우주에는 하루에만도 약 1만 개의 FRB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외계인설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모든 FRB가 인위적인 기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중 극히 일부만 외계인의 활동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럼 대부분의 FRB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데, 그중 일부만 인공적인 것이라는 걸 어떻게 단정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이번 연구를 진행한 국제공동연구단은 “FRB가 외계 문명에 의해 생성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으며, FRB의 주기성도 천체물리학적인 원인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FRB의 정체가 완전히 밝혀지기 전까지 이 같은 외계인설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푸른 한 점의 지구에만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믿기에는 우주가 너무나 광활하기 때문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0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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