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동물 이동은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이뤄진다. 매일 밤 어둠을 틈타 작은 오징어와 물고기, 크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해양 동물이 먹이를 찾아 심해에서 수면으로 올라온다. 이러한 대규모 이동의 패턴이 위성 레이저로 예기치 않게 발견됐다.
지난 11월 28일 미항공우주국(NASA)은 프랑스국립우주연구센터(CNES)와 공동 개발한 ‘칼립소(CALIPSO)’ 환경위성이 ‘딜 수직 이동(Diel vertical migration, DVM)’을 세계 최초로 관찰했다고 발표했다. ‘일주 수직 이동’이라고도 부르는 DVM은 작은 바다 생물들이 포식자를 피하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밤이 되면 이동하는 현상으로, 딜(Diel)은 라틴어에서 ‘하루(24시간)’를 뜻하는 단어다. 이 움직임은 너무나 거대해서 여태껏 제대로 관찰할 수 없었다.
2006년 발사된 칼립소 위성에는 ‘레이저 펄스 레이더(LIDAR·라이다)’와 적외선 센서가 탑재되었다. 라이다는 원래 구름과 대기 중의 에어로졸을 측정하도록 설계되었지만, 바다 표면층 20m까지 투과할 수 있어서 이 깊이에 도달한 해양 동물을 탐지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NASA 랭글리 연구소의 크리스 호스테틀러(Chris Hostetler) 박사는 “새로운 시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라이다는 우주에서 과학적으로 유용한 해양 측정법을 제공할 수 있는 감도를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해양과학자들은 우주 기반의 라이다를 사용하여 전 세계 바다에서 DVM 신호를 측정해왔다.
오리건주립대학의 해양과학자인 마이크 베렌펠드(Mike Behrenfeld) 교수는 “우리는 10년 동안 칼립소 위성의 라이다를 이용해서 16일 주기로 지구 해양 동물의 거대한 수직 이동 패턴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이러한 동물의 행동과 분포를 행성 차원의 규모로 연구해본 사례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해양 동물의 수직 이동이 기후 변화에 영향 끼쳐
과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해양 동물의 수직 이동이 지구 기후에 미치는 누적 효과가 크다고 여긴다. 낮에는 수면 근처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고, 그 과정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상당량 흡수하여 저장하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작은 육식성 동물들이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올라온 후 다시 심해로 돌아간다. 이때 섭취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지니고 있던 탄소 대부분은 심해에 갇히게 되며 다시 대기로 방출되지 않는다.
이러한 동물성 탄소 순환 과정은 지구의 탄소 순환에서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기후 모델에서도 수직 이동을 하는 해양 동물들이 핵심 요소로 추가됐다.
칼립소 위성은 수면에 떠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심해에 머무르는 해양 동물들의 규모를 측정하여 전 세계 바다의 탄소 축적량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용도를 변경할 수 있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에 따른 해양 동물 개체 수의 장기적인 변화를 관찰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칼립소 위성이 관측한 데이터에 따르면, 북태평양, 남태평양, 북대서양 및 남인도양의 아열대 해역에서 이동성 해양 동물의 바이오매스가 증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열대 해역에서는 오히려 바이오매스가 감소했다. 열대 대서양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이러한 변화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규모와 관련이 있다.
베렌펠드 교수는 “위성 라이다 측정법은 어디에 해양 동물이 풍부한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려주는 단서다. 라이다 관측 데이터는 거대한 동물 이동이 지구의 탄소 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밝혔다.
위성 데이터는 세계 어업과도 연관성이 크다. 왜냐하면, 수직 이동하는 동물들은 바다 깊은 곳에 숨어있는 더 큰 포식자들에게 중요한 식량원이기 때문이다. 그 포식자들은 종종 상업적인 어업에서 큰 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어종이기도 하다. DVM 신호가 클수록 심해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의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 심창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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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12-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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