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같은 혁신적인 민간 우주 기업들이 출현하면서 우주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앞으로는 소형 발사체 시장도 급팽창할 전망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로켓을 발사하려는 업체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3일 최신 과학기술 매체인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퍼듀(Purdue) 대학생들이 창업한 ‘레오 에어로스페이스(Leo Aerospace)’라는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성층권 기구 발사체를 개발 중인 레오 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에 준궤도(Sub-orbital) 비행을 거쳐 2022년경에는 본격적인 궤도(Orbital) 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고고도에서 발사하면 로켓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성층권에서 로켓을 발사하면 지상에서 이륙하는 것보다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주로 항공기에 로켓을 매달고 10~12km 고도까지 상승해서 발사하는 방식이었다. 50~60년대에 미 공군과 미항공우주국(NASA)이 X-15와 같은 로켓 시험기를 연구했고, 현재는 버진 갤럭틱이나 스트라토런치와 같은 기업들이 항공기 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레오 에어로스페이스는 비행기보다 더 높은 곳에서 소형 로켓을 발사한다. 기구를 사용하여 약 18km 고도에서 발사하면 로켓 무게를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 고도가 높을수록 대기가 희박해서 공기 저항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1950년대 미 해군 연구국(ONR)은 작은 사운딩 로켓을 기구에 매달아 발사하는 ‘로쿤(Rockoon)’ 계획을 진행했다. 그러나 발사 방향을 조절할 수 없고, 낙하 지역을 예측하기 어려워서 중단됐다. 운반할 수 있는 중량에 한계가 있는 것도 큰 단점이었다. 당시 미국은 아폴로 달 착륙을 추진하면서 차츰 소형 발사체 개발에 흥미를 잃었다.
이 기술은 이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실제로 기구를 이용한 상용 발사 시스템 개발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 만약 레오 에어로스페이스가 성공한다면 최초 상용화가 되는 셈이다.
소형 발사체 수요 증가로 사업성 밝아
큐브샛을 비롯한 소형 위성의 등장으로 발사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주로 10~100kg 무게의 ‘초소형위성(Microsatellite)’을 운반할 수 있는 소형 발사체가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스타트업이 각자 다양한 방식의 발사체로 상업화에 나서고 있다.
레오 에어로스페이스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데인 루디(Dane Rudy)는 “우리는 완전한 이동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모든 것이 일반 컨테이너에 들어가므로 지상 인프라가 필요치 않다”라면서 다른 로켓보다 더 효율적이고 훨씬 적은 인프라가 필요한 것이 주요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고객이 필요할 때마다 발사할 수 있는 유연성과 저비용도 또 다른 장점이다. 현재 발사체 시장은 단일 로켓에 수십 개의 소형 위성을 탑재하여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이 일반화됐지만, 몇 가지 심각한 불편을 초래했다.
루디 CEO는 “발사 시점이나 궤도를 선택할 여지가 없다. 함께 탑재하는 다른 인공위성들과 발사 시기 등을 타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 번에 많은 소형 위성을 발사하려면 모든 좌석이 가득 찰 때까지 몇 년 동안 기다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언제든 쏠 수 있는 저렴한 소형 발사체를 사용하면 함께 발사할 다른 위성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2018년에 초기 테스트를 거쳐
2018년 12월 레오 에어로스페이스는 낮게 띄운 기구에서 작은 로켓을 발사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개발 책임자인 마이클 헤퍼(Michael Hepfer)는 “기구를 이용해서 초소형 위성을 우주로 보내기 위한 초기 테스트를 끝냈다”라고 밝혔다.
헤퍼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 중 하나는 기구 자체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기존 성층권 기구는 값이 비싸고 쉽게 손상된다. 기구를 채우는 헬륨 가격도 꽤 비싸다”라고 말했다. 개발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헬륨 기구가 아닌, 찢어짐 방지 처리가 된 나일론 열기구를 사용하기로 했다. 원리는 일반적인 열기구와 비슷하지만, 약간의 설계 차이로 최대 18km 고도까지 상승할 수 있고, 재사용이 가능해서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고 한다.
기구 발사 시스템이 과연 성공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레오 에어로스페이스는 스타트업 투자사인 테크스타즈(TechStars)와 미 국립과학재단(NSF)의 지원금으로 개발을 진행해왔고, 추가로 800만 달러를 더 모금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심창섭 객원기자
- chsshim@naver.com
- 저작권자 2019-10-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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