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인류는 효율적인 우주 연구를 위해 달이나 화성에 기지와 연구소를 건설하게 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들 때문에 지구를 영영 떠나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경우, 지금까지의 우주 탐험과는 큰 차이점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바로 우주 공간에서의 긴 체류 기간이다. 일정 기간을 우주에서 보내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의 세월, 혹은 한 평생 전체를 우주에서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수개월 정도 우주에서 생활하다 돌아온 건강한 우주 비행사들에게서 조차 각종 우주병이 발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우주 환경에서의 생체 변화와 적응력 등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 노팅험 대학의 연구진들은 최근 무중력 상태에서 생명체와 생체 조직의 변화 및 적응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또한 그것은 우주 공간이 아닌 지상에서 이루어졌다.
현재로써 지구에서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유낙하뿐이다. 아무런 외부 작용을 받지 않은 채 공중에서 지면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험에 이용하기엔 너무 위험하고 불안정하다. 그렇다면 노팅험대 연구진은 어떻게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냈을까.
초전도 자석과 반자성 이용해 무중력 상태 구현
연구진이 무중력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한 것은 강력한 초전도 자석이다. 흔히 알고 있는 철과 같은 물질들은 ‘강자성’이란 성질을 갖는다. 이들은 자석에 강력하게 끌어당겨진다. 이와 반대로 ‘반자성’이란 성질도 있다. 이들은 자석으로부터 멀어지려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반자성은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가 전류를 만들면서 생긴다.
원자에 외부 자기장이 가해지면 자기장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전류도 변화한다. 이는 유도기전력을 발생시키는데, 유도기전력은 자기장의 변화를 상쇄시키는 방향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자석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성질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생명체를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생체 물질들은 이 반자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충분히 강한 자기장을 걸어준다면 반자성에 의한 힘이 중력의 효과와 상쇄를 일으켜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헌데 문제는 이 반자성에 의한 힘이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생체 물질의 반자성을 이용해 인간을 무중력 상태에 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노팅험 대학의 연구에서 만들어낸 무중력 실험대도 사실은 지극히 작고 가벼운 ‘초파리’를 위한 것이다.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 작은 초파리를 공중 부양시키는 데도 엄청난 자기력이 필요했다. 노팅험 대학의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과의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위해 대학이 소지한 강력한 초전도 자석을 이용, 약 16테슬라의 자기장을 생성했다. 이는 지구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자기장보다 무려 35만 배나 강력한 것이다.
이는 반자성을 이용해 인류를 들어올리기는 힘들지라도 초파리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자유로운 실험을 할 수 있게 하는 크기이다. 기본적으로 초파리가 받는 중력과 균형을 맞출 정도로 충분하기 때문에 완벽한 무중력 상태를 제공해줄 수 있다.
물론 초파리 정도쯤이야 중력에 반하는 방향으로 바람을 불게 해서라도 쉽게 중력을 상쇄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균일성에 문제가 있다. 불안정한 대기의 움직임만으로는 완벽한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석과 반자성을 이용하는 경우, 반자성은 원자 단위에서 발생하는 성질이기 때문에 거의 완벽한 무중력 상태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솔레노이드 자석을 이용했기 때문에 자기장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무중력 상태뿐만이 아니라 지구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중력을 받게 되는 달이나 화성에서의 중력을 구현할 수도 있다. 달은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약지가 될 것이며 화성은 그러한 진출 및 연구 대상 1순위이기 때문에 그 환경을 구현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솔레노이드 자석의 위치에 따라 초파리들이 받는 반자성을 조절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무중력 상태부터 지구 중력의 2배에 이르는 힘까지 받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중력 환경에 대한 연구가 가능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최근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 ‘인터페이스’에 게재됐다.
초파리 실험, 의미가 있나?
이런 연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초파리에 대한 연구를 인류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가’이다. 물론 생체 구조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초파리에게서 얻을 수는 없다. 최대한 유사한 부분을 찾아내고,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다만 이런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비록 인체를 직접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더라도 적은 비용과 시간, 노력만으로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노팅험대학에서는 지난 12월에도 비슷한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2006년, 미 항공우주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약 4천여 마리의 ‘예쁜꼬마선충’이란 벌레를 실어 보내 6개월 동안 배양시키며 약 12세대에 걸친 관찰과 연구를 진행한 것.
이 연구 또한 우주 공간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동안 나타날 수 있는 생체 변화와 적응력 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실험에 사용된 벌레는 작지만 많은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그중엔 인간의 것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도 많아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실험이었다.
사실 이런 실험들은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바다에 나가기 전, 뗏목으로 개울을 건너보는 수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보다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들이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임은 분명하다. 언젠가 인류가 먼 우주로 진출하게 된다면, 이들의 실험과 연구가 초석이 된 결과일 것이다.
바로 우주 공간에서의 긴 체류 기간이다. 일정 기간을 우주에서 보내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의 세월, 혹은 한 평생 전체를 우주에서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수개월 정도 우주에서 생활하다 돌아온 건강한 우주 비행사들에게서 조차 각종 우주병이 발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우주 환경에서의 생체 변화와 적응력 등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 노팅험 대학의 연구진들은 최근 무중력 상태에서 생명체와 생체 조직의 변화 및 적응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또한 그것은 우주 공간이 아닌 지상에서 이루어졌다.
현재로써 지구에서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유낙하뿐이다. 아무런 외부 작용을 받지 않은 채 공중에서 지면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험에 이용하기엔 너무 위험하고 불안정하다. 그렇다면 노팅험대 연구진은 어떻게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냈을까.
초전도 자석과 반자성 이용해 무중력 상태 구현
연구진이 무중력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한 것은 강력한 초전도 자석이다. 흔히 알고 있는 철과 같은 물질들은 ‘강자성’이란 성질을 갖는다. 이들은 자석에 강력하게 끌어당겨진다. 이와 반대로 ‘반자성’이란 성질도 있다. 이들은 자석으로부터 멀어지려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반자성은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가 전류를 만들면서 생긴다.
원자에 외부 자기장이 가해지면 자기장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전류도 변화한다. 이는 유도기전력을 발생시키는데, 유도기전력은 자기장의 변화를 상쇄시키는 방향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자석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성질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생명체를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생체 물질들은 이 반자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충분히 강한 자기장을 걸어준다면 반자성에 의한 힘이 중력의 효과와 상쇄를 일으켜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헌데 문제는 이 반자성에 의한 힘이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생체 물질의 반자성을 이용해 인간을 무중력 상태에 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노팅험 대학의 연구에서 만들어낸 무중력 실험대도 사실은 지극히 작고 가벼운 ‘초파리’를 위한 것이다.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 작은 초파리를 공중 부양시키는 데도 엄청난 자기력이 필요했다. 노팅험 대학의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과의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위해 대학이 소지한 강력한 초전도 자석을 이용, 약 16테슬라의 자기장을 생성했다. 이는 지구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자기장보다 무려 35만 배나 강력한 것이다.
이는 반자성을 이용해 인류를 들어올리기는 힘들지라도 초파리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자유로운 실험을 할 수 있게 하는 크기이다. 기본적으로 초파리가 받는 중력과 균형을 맞출 정도로 충분하기 때문에 완벽한 무중력 상태를 제공해줄 수 있다.
물론 초파리 정도쯤이야 중력에 반하는 방향으로 바람을 불게 해서라도 쉽게 중력을 상쇄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균일성에 문제가 있다. 불안정한 대기의 움직임만으로는 완벽한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석과 반자성을 이용하는 경우, 반자성은 원자 단위에서 발생하는 성질이기 때문에 거의 완벽한 무중력 상태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솔레노이드 자석을 이용했기 때문에 자기장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무중력 상태뿐만이 아니라 지구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중력을 받게 되는 달이나 화성에서의 중력을 구현할 수도 있다. 달은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약지가 될 것이며 화성은 그러한 진출 및 연구 대상 1순위이기 때문에 그 환경을 구현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솔레노이드 자석의 위치에 따라 초파리들이 받는 반자성을 조절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무중력 상태부터 지구 중력의 2배에 이르는 힘까지 받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중력 환경에 대한 연구가 가능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최근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 ‘인터페이스’에 게재됐다.
초파리 실험, 의미가 있나?
이런 연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초파리에 대한 연구를 인류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가’이다. 물론 생체 구조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초파리에게서 얻을 수는 없다. 최대한 유사한 부분을 찾아내고,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다만 이런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비록 인체를 직접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더라도 적은 비용과 시간, 노력만으로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노팅험대학에서는 지난 12월에도 비슷한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2006년, 미 항공우주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약 4천여 마리의 ‘예쁜꼬마선충’이란 벌레를 실어 보내 6개월 동안 배양시키며 약 12세대에 걸친 관찰과 연구를 진행한 것.
이 연구 또한 우주 공간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동안 나타날 수 있는 생체 변화와 적응력 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실험에 사용된 벌레는 작지만 많은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그중엔 인간의 것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도 많아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실험이었다.
사실 이런 실험들은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바다에 나가기 전, 뗏목으로 개울을 건너보는 수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보다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들이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임은 분명하다. 언젠가 인류가 먼 우주로 진출하게 된다면, 이들의 실험과 연구가 초석이 된 결과일 것이다.
-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 저작권자 2012-01-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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