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김연희 객원기자
2010-12-17

과음 후 필름 끊기는 이유 술이 신경메카니즘 교란의 주범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연말연시에 송년회가 쭉 계획돼 있는 송우진 씨(42세). 사실 이렇게 연이어지는 술자리가 그는 달갑지 않다. 작년 송년회 때 지나친 과음으로 인해 망신살을 당했던 기억 때문이다.

송우진 씨는 뒷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어떻게 집에 왔는지 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알코올은 신경억제제로 작용

술의 주성분은 물과 에탄올이다. 이 에탄올은 무색이고 독특한 향기가 나는 액체로 우리 몸에 들어가면 먼저 위와 소장으로 흡수되게 된다. 이후 독극물 분해 장소인 간에서 휘발성이 강한 무색 액체인 아세트알데히드로, 그런 다음 아세트산으로 변한다.

보통 에탄올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하는 과정에서는 사람들마다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세트알데히드가 아세트산으로 바뀌는 데에는 사람들마다 큰 차이가 존재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속이 쓰리고 머리를 아프게 하는 숙취물질이다. 따라서 독성이 강한 아세트알데히드를 얼마나 빨리 분해하느냐에 따라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판가름 나게 된다. 한마디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폭음을 하게 되면 알코올을 분해하는 간에 과부하가 생기면서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고 온 몸의 장기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물론 뇌도 예외는 아니다. 알코올은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방어체계가 갖춰진 뇌조차도 쉽게 통과해 버리는 특징을 갖는다.

우리의 뇌는 서로 연관 작용을 하며 기억, 반응 등에 관여하는데 알코올이 뇌로 흡수되면 바로 신경억제제로 작용해 뇌의 기능을 억제하게 된다. 하지만 과음을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반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발음이 부정확해지거나 말이 많아지기도 하고 공격적으로 변하는 등 반응은 제각각이다. 이는 각기 뇌 가운데 알코올에 취약한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필름 끊기는 것은 신경메커니즘 교란 때문

술은 이렇게 우리의 신체적 리듬을 깨뜨리는 것만 아니라 단기기억 상실을 일으키기도 한다. 보통 술을 마시고 난 뒷날, 기억이 안날 때 우리는 ‘필름이 끊겼다’라는 표현을 쓴다. 바로 이때가 단기기억 상실을 일으킨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용어로 블랙아웃(Blackout)이라고도 부르는 이 현상은 대뇌 옆 부분 관자엽(측두엽)의 해마에 기억을 입력, 저장, 출력하는 과정 중 입력과정에 문제가 생긴 경우이다. 이는 알코올이 신경세포 간의 신경메커니즘을 교란시켜 발생하는 것으로 아예 기억 입력 자체를 방해하는 것이다. 입력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끊긴 시간의 기억은 최면술사가 아무리 최면을 걸어도 기억을 해내지 못한다.

하지만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은 ‘필름 끊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또한 이미 뇌에 입력돼 저장된 정보를 사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집에 무사히 귀가하는 사람도 있다.

지나친 과음은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 유발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왜 기억을 거부할까. 술을 마실 때 이렇게 기억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뇌가 “이제 그만 술 마셔라. 더 이상 마시면 나는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런 뇌의 충고를 거부하게 되면 우리는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기억이 끊기는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에 걸리게 될 수도 있다.

이 병은 베르니케 증후군에서 시작해 코르사코프 증후군으로 발전하는데, 잦은 음주와 과음으로 비타민 B1중 하나인 티아민이 부족해져 생기게 된다. 이때 나타나는 베르니케 증후군의 증상은 눈의 근육이 마비되거나 보행실조, 의식 장애 등이 있다.

만약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기억력 상실은 물론 시간이나 장소 혹은 상황이나 환경 따위를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인 지남력에도 장애가 나타난다. 또한 말초신경장애 및 의식장애가 나타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장기 기억의 많은 부분을 상실하게 되기도 한다. 더욱 증상이 심해지면 치매와 비슷한 상태가 되는 코르사코프 증후군으로 발전하게 된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0-12-17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