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판 중인 과자에서도 `멜라민' 성분이 검출되면서 중국발 `멜라민 분유' 파동이 국내로 번지고 있다.
멜라민이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는지 전문가들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멜라민'이란 = `멜라민(Melamine, 성분명:cyromazin)'은 공업용 화학물질로 암모니아와 탄산가스로 합성된 요소비료를 가열해 생산된 물질이다. 보통 단일 물질로 사용되기보다는 포름알데히드 등과 함께 플라스틱이나 염료, 잉크, 접착제 등의 원료로 이용된다.
멜라민과 포름알데히드, 방부제 등을 함께 섞어 천연수지처럼 만든 레진(resin)은 제품의 윤기나 광을 내는 데 사용된다.
이 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주방에서 가스레인지나 전자레인지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형형색색의 주방용 플라스틱이 대표적이다.
멜라민이 들어간 식기나 주방용품들은 이론적으로 347℃가 돼야 녹는 것으로 돼 있어 인체에 해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뜨거운 프라이팬의 기름이나 열기에 서서히 녹아내려 음식물에 혼합될 수도 있으므로 멜라민 주방기구나 식기가 무조건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통상적으로 음식물에 멜라민은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비록 소량 검출된다 하더라도 독성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동물 사료 및 유제품의 품질 검사 과정에서 일부 기관이 고가의 단백질 농도 측정법 대신 경제적 이유로 단백질의 주 구성성분인 질소 함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비도덕적인 동물 사료업체 및 우유 가공업체에서 고질소화물인 멜라민 또는 시아누릭산을 사료나 우유 등의 제품에 첨가해 질소 함량을 높이는 방법으로 품질 검사를 통과해왔던 것이다. 멜라민을 우유에 넣으면 단백질 함량이 높아져 고급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 `멜라민', 얼마나 유해한가 = 사실 멜라민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보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쥐 실험에서는 멜라민이 유해하다는 보고서가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지난 99년에 낸 보고서를 보면 실험쥐 1마리당 3.4g/㎏의 비율로 멜라민을 먹이자 절반의 쥐가 죽을 정도로 높은 치사율을 보였다. 쉽게 말해 실험쥐의 몸무게를 300g으로 가정했을 때 1g정도의 멜라민 함량으로도 쥐에게는 치명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눈의 자극증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피부에서도 경미한 자극증상만 관찰됐다고 보고서는 덧붙이고 있다.
EPA는 당시 ㎏당 0.75㎎의 멜라민을 개에게 6개월 동안 먹이는 실험도 했는데 개의 경우는 약간의 빈혈 증상만 관찰됐을 뿐 사망은 없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EPA는 당시 이 같은 실험 결과가 있었지만 멜라민의 인체 발암 가능성에 대해서는 `E' 단계로 분류했다. E단계는 보통 해당 물질이 사람한테 발암성이 없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김동일 교수는 "EPA가 당시 멜라민의 발암가능성을 E 단계로 분류한 것은 동물 실험결과를 인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데다 인체 유해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발암성을 제외한 나머지 질환에 대해서는 당시까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멜라민의 유해성이 개와 같은 대동물에서 공식 확인된 것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2004년과 2007년에 개와 고양이 등의 애완동물이 멜라민 독성에 따른 급성신부전'으로 5천여마리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보고되면서부터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멜라민 성분이 들어 있는 습식사료를 먹고 탈이 난 개와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대부분 신장에 문제가 있었던 밝혀진 것이다.
이때 죽은 개와 고양이들을 해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건당국은 멜라민 성분이 신장에 결정화된 물질들을 만들고 이 때문에 신장의 분비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사건 이후 멜라민 섭취로 생기는 신장계통 질환은 요로결석과 급성신부전 2가지로 현재까지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멜라민을 평생 매일 섭취해도 위해성을 유발하지 않는 최대량인 '내용 1일 섭취량(TDI)'을 630㎍/㎏/day로 설정해 놓고 있다. 체중 20kg의 어린이라면 12.6mg을 매일 먹으면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동서신의학병원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는 "일정 수준이상의 멜라민(melamine) 또는 유사체인 시아누릭산(cyanuric acid)을 섭취하게 되면 이들 물질은 신장을 통해 결정의 형태로 배설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몸에 생긴 멜라민 결정이 신장의 요농축 과정을 통해 농축되며, 이렇게 농축된 멜라민은 소변의 옥살산칼슘(calcium oxalate) 및 요산과 결합해 쉽게 결석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 급성신부전의 경우는 멜라민 함유 사료를 섭취한 고양이와 개에서 주로 보고됐는데, 이 질환은 멜라민 결정이 신장의 `원위세관'과 `집합관'에 쌓여 세관의 손상을 일으킨 것으로 이 교수는 추정했다.
이 교수는 "사람의 경우도 분유 등에 들어 있는 다량의 멜라민을 섭취 했다면 급성신부전 발생 위험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멜라민이 일부 과자에서 검출됐다고 해서 바로 그 유해성을 추정하는 것은 성급한 만큼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동일 교수는 "아직까지 멜라민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적어 그 유해성을 단언하기는 힘들다"면서 "과자나 빵 등에 멜라민이 섞인 경우도 제조 과정에서 다른 성분에 희석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멜라민의 공포를 너무 크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도움말: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김동일 교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 동서신의학병원 영양건강관리센터 이금주 파트장)
- (서울=연합뉴스 제공) 김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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