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쌍둥이의 놀라운 유사성
인간의 성격과 행동은 유전자와 환경 중 어떤 요인에 의해 더 크게 결정될까?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nature versus nurture)'에 관한 오랜 논쟁에 강력한 통찰을 제공한 연구 중 하나가 바로 '미네소타 분리된 일란성 쌍둥이 연구(Minnesota Study of Twins Reared Apart, MISTRA)'이다. 1979년부터 심리학자 토마스 부차드(Thomas Bouchard) 박사의 주도로 약 20년간 지속된 이 연구는 출생 후 서로 다른 분리된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을 조사하여 인간 행동에 미치는 유전적 영향을 탐구했다. 이 기념비적 연구의 발견과 의미, 그리고 현대 과학에서의 영향력을 살펴본다.
미네소타 쌍둥이 연구는 1979년 언론에 보도된 짐 루이스(Jim Lewis)와 짐 스프링거(Jim Springer) 일란성 쌍둥이 사례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출생 직후 분리되어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39년간 살아왔으나, 재회 후 비교한 그들의 삶은 놀라울 정도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짐'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법 집행 분야에서 일했으며, 머리가 일찍 빠지고 손톱을 물어뜯는 공통된 습관이 있었다. 심지어 두 사람 모두 린다(Linda)라는 이름의 첫 번째 아내와 베티(Betty)라는 이름의 두 번째 아내와 결혼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사례에 흥미를 느낀 미네소타 대학의 토마스 부차드 박사는 분리된 쌍둥이 사례들을 찾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적 모집을 통해 출생 후 분리된 일란성 쌍둥이 81쌍과 이란성 쌍둥이 56쌍을 찾았다. 이들은 몇 개월에서 몇 년에 이르는 다양한 시점에 분리되었으며, 재회 전까지 서로 다른 가정에서 자랐다. 연구 참가자들은 미네소타 대학을 방문하여 약 일주일 동안 광범위한 검사를 받았다.
검사에는 지능, 성격, 심리적 웰빙, 직업 관심사, 사회적 태도 등의 측정과 뇌파(EEG) 패턴, 알레르기, 심전도 측정값과 같은 다양한 생리학적 특성 평가가 포함되었다. 1990년 Science지에 발표된 이 연구의 주요 결과 중 하나는 지능에 관한 것이었다.
부차드와 동료들은 웩슬러 성인 지능 검사(WAIS)를 통해 쌍둥이들의 IQ를 측정했다. 분리된 일란성 쌍둥이 간의 IQ 상관관계는 약 0.70으로, 함께 자란 일란성 쌍둥이의 상관관계인 0.86보다는 낮았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이 결과는 '지능이 상당 부분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즉, 아쉽게도 지능의 유전은 선천적인 부분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성격 특성에 관한 연구 결과도 매우 흥미롭고 주목할 만하다.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 검사(MMPI)와 같은 표준화된 성격 검사를 통해 연구한 결과 분리된 일란성 쌍둥이 간의 성격 유사성은 함께 자란 이란성 쌍둥이보다 더 높았음이 밝혀졌다. 특히 외향성, 신경증, 개방성과 같은 특성들은 유전적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차드 팀은 1988년 발표한 논문에서 성격의 다양한 측면들이 상당한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고 결론지었다. 이 역시 선천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결과이다.
또한 종교적 가치관, 정치적 관점, 직업 선택과 같은 사회적 태도에서도 유전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는 많은 심리학자들에게 놀라운 발견이 되었다. 이전까지는 이러한 태도가 주로 가족 환경과 사회화 과정에 의해 형성된다고 믿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전적 결정론을 넘어선 복잡성: 연구의 해석과 한계
미네소타 쌍둥이 연구는 인간 행동에 대한 유전적 영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부차드 박사는 “이것이 단순한 유전적 결정론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연구팀은 2000년 게재한 논문에서 유전과 환경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며, 연구진이 측정한 모든 특성은 이 두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연구 결과는 대부분의 심리적 특성에 대한 유전적 영향(유전율)이 약 50%라는 것을 시사했는데, 이는 환경적 요인 역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분리된 일란성 쌍둥이의 IQ 상관관계가 0.70이라는 것은 IQ 변동의 약 70%가 유전적 요인에, 나머지 30%는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공유된 환경'과 '비공유된 환경'의 변수에 따른 연구를 진행했다. '공유된 환경'이란 쌍둥이 형제자매가 함께 경험하는 요소들(예: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양육 스타일)을 말하며, '비공유된 환경'은 개인마다 다르게 경험하게 된 요소들(예: 또래 관계, 특정 사건, 교사와의 관계)을 의미한다. 흥미롭게도 연구 결과는 많은 심리적 특성에 있어서 비공유된 환경의 영향이 공유된 환경보다 더 크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미네소타 쌍둥이 연구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법론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에릭 투어케이머(Eric Turkheimer) 버지니아 대학 심리학자는 2000년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한 비평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샘플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 81쌍의 분리된 일란성 쌍둥이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제공했지만, 현대 유전학 연구 기준으로는 제한적이다. 둘째, 참가자 모집 과정에서 선택 편향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에 참여한 쌍둥이들은 대부분 미디어 보도나 입양 기록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한 경우였다. 이는 특별히 유사성을 느꼈거나 재회에 관심이 있는 쌍둥이들만 연구에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셋째, '분리'의 정도가 다양했다. 일부 쌍둥이들은 출생 직후 완전히 분리되었지만, 다른 경우에는 몇 개월 또는 몇 년을 함께 보낸 후 분리되었다. 이는 초기 공유 경험의 영향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쌍둥이들이 자란 환경이 완전히 무작위로 배정된 것이 아니었다. 입양 과정에서는 종종 생물학적 부모와 유사한 가정에 아이들을 배치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현대 행동 유전학과 정밀 의학으로의 영향: 연구의 유산
방법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네소타 쌍둥이 연구는 오늘날까지도 행동 유전학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연구는 복잡한 인간 특성과 행동에 대한 유전적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초석을 제공했다. 특히 미네소타 연구는 우리가 복잡한 인간 특성의 유전적 기반을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공유되는 환경'의 영향이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작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이는 심리학과 교육학 분야에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
현대 행동 유전학은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과 같은 분자 유전학 방법을 사용하여 특정 유전적 변이와 행동 특성 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2019년 Nature Genetics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분석 기법을 활용하여 교육 성취도와 관련된 1,200개 이상의 유전적 변이를 식별했는데, 이는 미네소타 연구가 제시한 교육 성취도의 유전적 기반을 분자 수준에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미네소타 연구는 '후성유전학(DNA 서열 변화 없이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분야)' 연구 분야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2015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에피지노믹스 전문가 팀 스페크터(Tim Spector)와 동료들은 일란성 쌍둥이의 DNA 메틸화 패턴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환경이 유전자 발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정밀 의학 분야에서도 미네소타 연구의 영향은 커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일란성 쌍둥이 연구를 활용하여 질병 발병에 있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상대적 기여도를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개인화된 질병 위험 예측과 예방 전략 개발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미네소타 연구의 유산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 유전학자 카트린 아스베리(Kathryn Asbury)와 동료들은 학습 능력의 유전적 기반에 대한 이해가 개인화된 교육 접근법 개발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탐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유전학을 무시하는 교육 정책은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연구는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유전자-환경 상호작용(GxE)과 유전자-환경 상관관계(rGE) 같은 개념은 특정 유전적 소인을 가진 개인이 특정 환경적 요인에 다르게 반응하거나, 특정 유전적 소인이 개인을 특정 환경에 노출시키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04-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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