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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권예슬 리포터
2025-04-08

더우면 더 빨리 늙는다 “한국 여름 폭염 일수 10% 증가하면 1년에 0.115년 빨리 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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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와 생물학적 노화 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밝혀졌다. ⒸGettyImages

▲ 더위와 생물학적 노화 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밝혀졌다. ⒸGettyImages

올해 여름에는 역대급 폭염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위가 빨리 시작되는 것은 물론,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이란 분석이다. 극심한 더위가 무서운 또 다른 이유도 제기됐다. 더우면 더 빨리 늙는다는 연구 결과다.

 

주변 환경에 따른 생물학적 노화 판단

생물학적 연령은 출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연대기적 나이와 일치하지 않는다. 건강한 노화를 위해서는 생물학적 연령에 대한 고려가 더 필요하다. 생물학적 연령이 높을수록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그간, 극한 더위에 노출되는 것이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는 등 부정적 건강 결과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왔지만, 폭염과 생물학적 노화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불분명했다.

노화 속도를 판단하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은 후성유전학 생체시계를 확인하는 DNA 메틸화 검사다. 메틸화는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DNA에 메틸기(-CH3)가 달라붙는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혈액을 채취해 시간 흐름에 따른 메틸화 수준을 분석하면, 생물학적 나이를 추적할 수 있다.

▲ DNA는 주변 환경에 의해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는데, 이를 DNA 메틸화라고 한다. DNA 메틸화 분석은 생물학적 노화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Wikimedia

▲ DNA는 주변 환경에 의해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는데, 이를 DNA 메틸화라고 한다. DNA 메틸화 분석은 생물학적 노화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Wikimedia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56세 이상 미국인 3,600명의 혈액에서 DNA 메틸화를 6년간 추적·분석하여 극심한 더위에 더 많이 노출되면 노인의 생물학적 노화가 가속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제니퍼 에일샤 교수와 한국인인 최은영 박사는 참가자들의 혈액에서 노화 관련 유전자의 DNA 메틸화 변화를 시기에 따라 분석했다. 메틸화 패턴을 분석해 각 시점에서의 생물학적 연령을 추정하고, 이후 생물학적 연령 변화를 각 거주 지역의 열지수 및 폭염 일수와 비교했다. 단순 기온이 아닌 열지수까지 함께 분석한 것은 습도의 효과를 고려하기 위함이다. 땀이 증발하면서 피부는 냉각되는데, 습도가 높은 곳에 있으면 냉각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 2010~2016년 미국의 폭염 일수. 색이 진할수록 폭염 일수가 많음을 의미한다. ⒸScience Advances

▲ 2010~2016년 미국의 폭염 일수. 색이 진할수록 폭염 일수가 많음을 의미한다. ⒸScience Advances

미국 기상청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기준으로 ‘주의’, ‘매우 주의’, ‘위험’의 세 가지 단계로 열지수 값을 구분한다. 26.7~32.2℃가 주의, 32.2~39.4℃가 매우 주의, 39.4~51.1℃가 위험 단계로 이번 연구에서는 세 단계에 해당하는 날을 모두 폭염으로 정의했다.

 

분석 시기 동안 최대 2.48년 빨리 늙어

연구진은 세 가지 생물학적 시계(PCPhenoAge, PCGrimAge, DunedinPACE)를 노화의 지표로 삼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세 지표 모두에서 모두 폭염 일수가 많은 지역 거주민일수록 생물학적 나이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사회경제적 차이와 신체 활동·음주·흡연 등 생활 습관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유의미한 차이였다.

분석 기간인 6년을 기준으로 폭염 빈도가 가장 높은 지역 거주민의 생물학적 나이는 PCPhenoAge에서 2.48년, PCGrimAge에서 1.09년, DunedinPACE에서 0.05년 증가했다. 가령, PCPhenoAge 지표 기준으로 출생일에 따른 실제 나이는 6살 많아졌지만, 몸은 8.48살 노화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여름철 기온과 유사한 ‘주의’ 단계의 폭염 일수가 10% 증가하면, PCPhenoAge가 0.115년 더 빨라졌다.

▲ 폭염과 세 가지 생물학적 노화 관련 후성유전학적 지표와의 연관성. ⒸScience Advances

▲ 폭염과 세 가지 생물학적 노화 관련 후성유전학적 지표와의 연관성. ⒸScience Advances

에일샤 박사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의 경우 2024년 기준 37.7℃의 더위가 무려 113일 동안이나 지속됐다”며 “1년에 ‘매우 주의’ 폭염 일수가 절반 발생하는 지역에 사는 참가자는 1년에 폭염 일수가 10일 미만인 지역 거주 참가자에 비해 최대 14개월가량 생물학적으로 노화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위가 많은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빨리 늙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폭염으로 인한 후성유전학적 노화는 단기간(7일)과 중기간(30~60일) 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더위로 인한 변화가 단기간 노출에 의해서도 빠르게 일어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적됨을 나타낸다.

최은영 박사는 “온난화와 고령화는 전 지구적 문제인 만큼 더 현명한 완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버스 정류장의 위치, 나무 심기, 도심 녹지 조성 등 도시 인프라를 개선할 때 기온을 고려한 연령 친화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5-04-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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