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북극곰에게는 참으로 애석(?)하고도 귀여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끼 북극곰이 어미 없이 머무는 시간은 5%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다. 하루 24시간 기준으로 따져보면 어미 북극곰은 자유 시간은 1시간 12분에 불과하다. 게다가 새끼들은 최대 2.5년 동안 이렇게 어미에게 의존하며 산다.
비영리단체인 북극곰 인터내셔널(Polar Bears International)은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 연합,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등과 함께 2월 27일 ‘국제 북극곰의 날’을 맞아 학술지 ‘야생동물 관리 저널(Journal of Wildlife Management)’에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위성항법시스템(GPS)과 카메라를 이용해 6년간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겨우내 굴에서 머물다 나오는 북극곰 가족의 모습을 추적 관찰한 결과다.
어미 곰은 굴에서 산후조리
가을의 끝자락, 엄마 북극곰은 눈 사이에 굴을 짓는다. 새해 무렵 굴속에서 새끼를 낳는다. 갓 태어난 새끼 북극곰의 무게는 0.5kg에 불과하다. 지방이 31%인 어미의 젖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란다. 3~4개월의 ‘산후조리’ 기간 후 2~4월 사이에 어미 곰은 새끼 곰과 함께 굴에서 나온다. 이때의 체중은 출생 시 체중의 최대 20배에 달한다. 굴에서 지내는 기간은 새끼 북극곰에게 가장 취약한 시기다. 새끼의 50% 미만이 성체가 된다. 즉, 북극곰의 개체 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새끼 곰이 굴에서 지내는 기간, 나오는 시기, 굴 주변에서 보내는 시간을 모두 이들을 파악하여 방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 연구팀은 새끼 곰에게 중요한 이 시기를 북극곰 가족이 어떻게 보내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GPS 추적 장치를 부착했다. 추적 장치의 도움을 받아 스발바르 산맥을 돌아다니며 13개의 굴을 찾았고, 타임랩스 카메라를 설치해 6년(2016~2020년, 2023년) 간 북극곰 가족의 활동을 관찰했다.
루이스 아처 토론토 스카버러대 연구원은 “북극곰은 기후변화로 인해 번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북극에서 인간의 발자국이 확대되면서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우리가 장기간 관찰한 모든 굴에는 저마다의 ‘에피소드’가 있었고, 북극 전역에서 곰의 행동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굴에서 나오는 시기 빨라져
연구진은 관찰 결과를 종합 분석해 몇 가지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스발바르 지역에서는 평균적으로 3월 9일경 북극곰 가족이 굴에서 나왔다.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일찍 굴에서 나온다는 발견이다. 굴에서 떠나는 시기가 빨라지면, 그만큼 새끼들이 발달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북극곰은 굴 밖으로 나온 뒤 평균 12일 동안 굴 근처에서 머물렀으며, 도중에 다른 굴로 이사를 가는 가족도 있었다.
새끼들은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굴 밖에서의 삶에 대비하기 위해 굴에서 나오는 기간에 의존한다. 연구진은 위치 추적 데이터와 타임랩스 카메라를 결합하여 북극 전역 북극곰의 굴 생활을 이해하기 위한 데이터 기반 도구를 만들었다. 이 도구는 향후 개선된 야생 동물 관리를 위한 기반을 제공하고, 북극곰 굴 지역과 인간 활동 간의 충돌을 줄이는 데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메건 오웬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연합 부사장은 “우리 연구는 북극곰의 삶에서 가장 취약하고 중요한 기간 중 하나를 엿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하고, 공동 보존 노력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통찰력을 제시한다”며 “굴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은 개체군 건강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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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3-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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