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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5-04-07

심리학자들이 밝혀낸 연애에서의 '정뚝떨' 현상 갑작스러운 호감 상실의 과학적 해석: '역겨움(the ick)'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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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움' 현상의 이해와 과학적 분석

최근 연애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갑자기 흥미를 잃는 '역겨움(the ick)' 현상, 이른바 '정뚝떨(정이 뚝 떨어지는 현상)'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역겨움이라는 용어는 영국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러브 아일랜드'를 통해 최초로 대중화되었으며, 이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바이럴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아주사 퍼시픽 대학교의 심리학자 클로이 인은 "영국의 러브 아일랜드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 한 참가자가 갑자기 파트너에 대한 호감을 잃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고 설명하며 그녀는 그와 함께 있을지 말지 내적 갈등을 겪었고, 그의 사소한 행동들이 점점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이 역겨움 현상은 단순한 흥미 상실을 넘어서는 복잡한 심리적 반응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아쉽게도 종종 되돌릴 수 없는 감정 변화를 수반한다. ©Getty Images

이 역겨움 현상은 단순한 흥미 상실을 넘어서는 복잡한 심리적 반응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아쉽게도 종종 되돌릴 수 없는 감정 변화를 수반한다. ©Getty Images

이 역겨움 현상은 단순한 흥미 상실을 넘어서는 복잡한 심리적 반응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아쉽게도 종종 되돌릴 수 없는 감정 변화를 수반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역겨움은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잠재적으로 부적합한 파트너를 식별하는 방어 메커니즘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작동하여, 사소한 특성이나 행동에도 강한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심리학자들은 역겨움이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 기대치, 그리고 과거 경험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 현상은 현대 데이팅 문화와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낸 완벽한 파트너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와도 연관되어 있다.

 

역겨움의 원인 분석: 소셜 미디어 연구 결과

연구자들은 역겨움 현상의 동기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틱톡을 활용한 혁신적인 연구 방법을 채택했는데,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theick' 해시태그를 사용한 86개의 틱톡 동영상을 수집한 후,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이 연애 상대에 대해 갑작스러운 혐오감을 느끼는 이유를 정량화했다. 그들의 분석 결과, 역겨움을 유발하는 여러 주요 요인이 발견되었다.

  • 성별 불일치: 남성이나 여성이 자신의 성별에 '전형적'이고 '고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할 때 역겨움이 유발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는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기대와 관련이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변화하는 성별 규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향력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된다.
  • 공개적 자기 망신: 공공장소에서 스스로나 다른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행동은 강한 역겨움을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식당에서 '갑질'하는 태도나 자신이 돈을 지불한다고 해서 자신보다 사회적 계급이 낮다고 판단하여 큰소리를 치는 모습들도 포함될 수 있다. 그만큼 사회적 상황에서의 행동 방식은 파트너의 판단력과 사회적 지능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로 인식된다.
  • 짜증 나는 말투: 상대방의 특정 발언 방식이나 내용이 역겨움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목소리나 억양의 문제가 아니라, 대화 내용과 의사소통 방식에 관한 것으로, 가치관과 지적 수준의 불일치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 패션 '실수': 부적절한 옷이나 악세서리의 선택이 역겨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패션은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특정 스타일이 상대방의 기대나 취향과 맞지 않을 때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 여성 혐오: 상대방이 보이는 성차별적 태도는 특히 여성들에게 강한 역겨움을 유발한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를 넘어 핵심 가치관과 존중의 문제와 연결된다.
  • 신체적 특징: 예를 들어서 '앉았을 때 여성의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경우'와 같은 특이한 신체적 특징이 역겨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반응은 종종 비이성적으로 보이지만,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는 배우자 선택과 관련된 본능적 반응일 수 있다고 분석된다.
  • 유행이나 소셜 미디어에 대한 과도한 집착: 소셜 미디어 트렌드나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독립적 사고의 부재로 해석되어 역겨움을 유발할 수 있다.
  • 허영심: 과도한 자기애나 외모에 대한 집착이 역겨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상대방의 가치관이 지나치게 표면적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행동은 개인적인 취향의 영역으로 보이지만 어떤 것들은 90년대 시트콤 캐릭터가 연인을 떠나기 위해 내세울 법한 신경질적인 이유처럼 보인다. 역대 가장 인기 있었던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프렌즈'에서 나왔듯이 "그녀의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혹은 "그가 청반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들이 얼마나 사소해 보이든 중요하지 않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감정이 실제로 강력하고 종종 되돌릴 수 없는 감정적 반응을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또한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역겨움 요소가 종종 더 깊은 심리적 불안정성이나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가리는 표면적 이유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역겨움이 친밀감이 깊어짐에 따라 느끼는 취약함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남녀의 역겨움 경험 차이와 심리적 특성

연구에 따르면 역겨움 요소는 성별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125명의 싱글로 구성된 표적 집단을 대상으로 역겨움 범주에 걸친 시나리오에 어떻게 반응할지 질문했으며 그들의 자기애적 성향이나 완벽주의적 특성도 함께 평가했다.

여성들은 남성 파트너가 보이는 노골적인 여성 혐오나 짜증 나는 말투에 더 쉽게 역겨움을 느꼈다고 한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 파트너의 신체적 외모의 특이점이나 지나치게 허영심이 있어 보이는 것에 더 쉽게 반발했다. ©Getty Images

여성들은 남성 파트너가 보이는 노골적인 여성 혐오나 "짜증 나는 말투"에 더 쉽게 역겨움을 느꼈다고 한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 파트너의 신체적 외모의 특이점이나 지나치게 허영심이 있어 보이는 것에 더 쉽게 반발했다. ©Getty Images

여성들은 남성 파트너가 보이는 노골적인 여성 혐오나 "짜증 나는 말투"에 더 쉽게 역겨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는 여성들이 정서적, 지적 연결과 상호 존중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반영한다. 또한 여성들은 남성의 사회적 행동, 특히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방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 파트너의 신체적 외모의 특이점이나 지나치게 허영심이 있어 보이는 것에 더 쉽게 반발했다. 남성들은 여성이 지나치게 사회적 인정을 추구하거나 그룹이나 집단의 압력에 쉽게 영향받는 것으로 보일 때 역겨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것은 남성들이 파트너 선택에 있어 다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는 또 다른 개인의 심리적 특성과 역겨움 경험 사이의 중요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일상생활의 다른 부분에서도 혐오감을 더 쉽게 느끼는 사람들이 역겨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혐오 내성이 높은 사람들보다 더 높은 빈도로 경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역겨움이 일반적인 감정적 반응 패턴의 일부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자기애와 완벽주의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역겨움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완벽주의자들은 파트너에게 높은 기준을 적용하며,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소한 결함에도 강하게 반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파트너의 특성에 더 비판적일 수 있다.

여성들은 역겨움 개념에 더 익숙할 뿐만 아니라 더 높은 빈도로 느낀다고 보고되었는데, 연구자들은 이것이 여성들의 관계적 위험에 대한 높은 민감성 때문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여성들은 파트너 선택에 있어 더 신중하고 선택적일 필요가 있었으며, 이러한 성향이 현대 데이트 맥락에서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역겨움 현상이 종종 더 깊은 불안감이나 애착 문제를 가리는 표면적 증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Getty Images

심리학자들은 역겨움 현상이 종종 더 깊은 불안감이나 애착 문제를 가리는 표면적 증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Getty Images

반면 심리학자들은 역겨움 현상이 종종 더 깊은 불안감이나 애착 문제를 가리는 표면적 증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불안정 애착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은 친밀감이 발전함에 따라 취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관계를 종료할 이유를 무의식적으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소셜 미디어, 역겨움 현상의 사회적 맥락

현대의 데이트는 소셜 미디어와 데이팅 앱의 영향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팅 앱이 크게 발전하진 않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 가장 일반적인 남녀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엄청난 선택의 폭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완벽한 파트너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조성하고 있다. 호주 노트르담 대학의 심리학 연구원 라켈 필은 이러한 현상을 우려스럽게 바라본다. 현대의 데이팅 장면은 친밀한 파트너에 대한 높고 아마도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진 개인들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들에게 선택의 폭은 넓지만, 자신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책임은 거의 없는 것 같이 보이며 다른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완벽한 선택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 같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또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사람들이 자신의 최선의 모습만을 선별적으로 공유하는 경향이 있어, 현실적인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타협의 필요성을 간과하게 만든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 보이는 완벽한 커플이나 완벽한 개인의 이미지는 실제 관계에서 마주치는 일상적인 모습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의 '하이라이트'와 자신의 일상적인 삶을 비교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의 '하이라이트'와 자신의 일상적인 삶을 비교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Getty Images

가장 우려스러운 점으로 심리학자들이 소셜 미디어가 '비교의 문화'를 조성하여 자신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의 (종종 미화된) 관계와 지속적으로 비교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는 점이다. 이는 자신의 파트너나 관계에 대한 만족도를 낮추고, 사소한 결함에도 더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할 수 있기에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의 '하이라이트'와 자신의 일상적인 삶을 비교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에 따르면 M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역겨움 현상을 더 자주 경험하고 이에 대해 더 개방적으로 논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이들 세대가 소셜 미디어의 영향 아래에서 성장했으며, 개인적 성취와 자기만족을 더 중요시하는 문화적 맥락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연구자들은 역겨움을 유발하는 특정 행동들이 문화적 트렌드와 소셜 미디어 영향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특정 패션 스타일이나 취미가 소셜 미디어에서 촌스럽다고 낙인찍히면 이것이 역겨움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매우 빠르게 전파될 수도 있다.

 

관련 자료

'역겨움' 현상: 혐오감, 나르시시즘, 완벽주의가 배우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 (The ick: Disgust sensitivity, narcissism, and perfectionism in mate choice thresholds), Collisson et al. 2025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4-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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