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도로 위에서 고생한 날, 유난히 패스트푸드가 당긴다면? ‘교통체증’을 의심해 보자.
출퇴근 시간의 교통체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요소다. 이 같은 교통체증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식습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국제학술지 도시경제학저널(Journal of Urban Economic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교통체증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방문을 크게 늘려 소위 ‘정크푸드’ 소비를 증가시키고 건강한 음식 선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체증에 시달렸으니 ‘편하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보상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벤더빌트 대학교, 피츠버그 대학교 연구진은 교통체증과 패스트푸드 식당 방문 패턴 간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위치 추적 데이터를 활용하여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내 20,865개 패스트푸드 식당의 방문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에 활용된 GPS 기반 스마트폰 데이터에는 매일 음식점별 방문 횟수가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같은 기간의 캘리포니아 교통국(Caltrans)에 수집된 고속도로 교통 흐름 데이터와 비교 분석했다. 이 연구 방법은 평일의 시간대별 교통체증을 주요 변수로 설정하고, 동일한 요일과 시간대의 음식점 방문 횟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그 결과 교통체증이 심할수록 패스트푸드점 방문이 증가하고 슈퍼마켓 방문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출퇴근 시간대 교통 지연이 표준편차가 ‘1’ 증가할 때, 패스트푸드 식당 방문 횟수가 평균 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를 거리로 따지면 1마일, 약 1.6km당 30초의 교통 지연만으로도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방문율이 1%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숫자상으로 미미해 보이지만, 이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패스트푸드 식당 방문이 연간 약 120만 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슈퍼마켓 방문 횟수는 평균 0.1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건강한 식재료를 구매하여 집에서 요리하는 행동이 줄어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연구진은 연구결과를 종합하며 "길에서 ‘허비한’ 시간 부족이 패스트푸드 소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제1저자인 베카 타일러(Becca Taylor) 일리노이 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결과가 수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바꿀 수 있는 선택지와 건강의 잠재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출퇴근길 도로 정체는 ‘더’ 강력한 스트레스
이러한 경향은 특히 퇴근길 교통체증이 심한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에 두드러졌다. 특히 오후 7시경이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타일러 교수는 "출퇴근 시간 동안 교통체증이 심해질수록 운전자들은 저녁 준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패스트푸드 식당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분석했다. 운전자는 저녁 메뉴를 결정하고, 슈퍼마켓을 들러 재료를 사서 무언가를 요리하는 과정과 그냥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데, 도로 정체가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여 더 쉬운 보상을 주는 후자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또한, 도심에서 외곽으로 이동하는 도로에서의 교통체증이 음식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지역보다 외곽 지역에서의 패스트푸드 식당 방문 증가가 약 1.5배 이상 증가했으며, 출퇴근 시간이 길수록 이 비율은 더욱 증가했다. 예를 들어, 하루 평균 60분 이상 운전하는 통근자들은 30분 이하 운전하는 사람들보다 패스트푸드 식당 방문 확률이 약 2.3배 높다는 결과다. 동일한 장거리 통근자의 패스트푸드 식당과 슈퍼마켓 방문 패턴을 비교한 결과, 교통체증이 30분 이상 지속될 경우 패스트푸드점 방문이 평균 2.7% 증가하는 반면, 슈퍼마켓 방문은 1.9%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역시 건강한 식생활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교통체증 완화를 위한 정책적 접근 필요
연구진은 다양한 교통 정책과 생활 방식 변화가 패스트푸드 소비 감소와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대중교통 확충, 도로 인프라 개선, 원격 근무 확대 등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건강한 음식 선택을 장려하기 위해 가정 내 요리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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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3-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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