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뇌 속 비신경세포(별세포)의 칼슘 신호를 조절해 뇌졸중을 치료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사회성연구단 이창준 단장팀은 광주과학기술원(GIST) 김형일 교수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허원도 교수팀과 공동으로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해 뇌졸중으로 인한 운동 기능 저하를 회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뇌 부위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손상 부위에 따라 운동·언어·의식 장애 등 다양한 후유증이 남는다.
신경 재활 치료를 위해 신경세포를 강한 자기장 등으로 직접 자극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는데, 선택하지 않은 부위까지 자극하는 데다 치료 효과의 개인차도 크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인 별세포에 주목했다.
IBS 연구팀은 2015년 KAIST와 공동으로 개발한 광유전학 도구인 '옵토스팀원'을 이용, 별세포의 칼슘 신호를 조절해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별세포의 칼슘신호가 증가하면,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높이는 ATP(세포 에너지)와 시냅스 가소성을 증진하는 'D-세린'이 분비된다. 시냅스 가소성은 신경세포 간 정보전달이 이뤄지는 시냅스 연결이 강화·재구성되는 능력으로, 손상된 신경회로를 회복하는 데 필수적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특정 파장의 빛을 이용해 칼슘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유입시킬 수 있어 안정적인 칼슘 신호 조절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뇌졸중을 유발한 생쥐의 감각-두정피질 영역 별세포에 옵토스팀원을 발현, 빛을 쪼여 칼슘 신호를 활성화했다.
감각-두정피질 영역은 운동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돼 뇌졸중 후 손상된 신경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실험 결과, 옵토스팀원으로 치료한 생쥐 그룹은 앞발을 사용하는 정교한 운동 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쪽 앞발만 사용해 투명 장치 틈 너머 먹이를 잡아내는 실험에서 치료하지 않은 뇌졸중 생쥐 대비 1.5배 이상의 성공률을 보였다. 개방 공간에서의 이동성, 이동 거리, 속도가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운동 능력이 향상됐으며, 하루 1시간씩 2주 동안 저강도의 빛 자극만으로도 운동 능력이 회복됐다.
이창준 단장은 "별세포를 표적 하는, 보다 정밀하고 안전한 뇌졸중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며 "뇌졸중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Science Advances) 지난달 31일 자에 실렸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2-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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