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에서 발생한 조류 독감, 인간에게도 위협이 될까?
지난 2024년 12월 6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H5N1 조류 독감의 새로운 유전자형인 D1.1이 네바다주를 포함한 5개 주에서 15명의 인간에게 감염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조류 독감이 야생 조류에서 소로, 그리고 인간으로 전파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CDC는 인간에게 대한 위험도가 여전히 낮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 바이러스가 추가 변이를 통해 인간 간 전파가 가능해질 경우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류 독감은 주로 야생 조류와 가금류 사이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로 분류된다. H5N1 바이러스는 특히 높은 치사율로 인해 인간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2023년 말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조류 독감 유행은 처음에는 B3.13 유전자형이 주를 이루었으나, 2024년 1월에는 새로운 유전자형인 D1.1이 소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조류 독감이 야생 조류에서 소로 두 번 전파되었음을 의미한다.
한편 D1.1 유전자형은 2024년 12월 시작된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된 우유에서 검출되었다. 이는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소의 젖샘을 통해 전파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데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전파 방식이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전파 경로라는 점이다. 현재까지 미국 내 16개 주에서 950개 이상의 소 농장이 감염되었으며, 캐나다로도 확산된 상태다.
국제적 확산: 영국에서도 인간 감염 사례 발생
미국에서의 조류 독감 유행은 북미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2024년 1월,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두 번째 H5N1 인간 감염 사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는데, 첫 번째 사례는 2022년에 발견되었다. 영국 보건 보안국(UKHSA: The UK Health Security Agency)은 이러한 감염이 대중에게 미치는 위험도가 여전히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국가들이 백신을 비축하고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 정부 역시 이미 500만 회분 이상의 H5 인플루엔자 백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11월에는 영국 콘월 지역의 가금류 농장에서 H5N1 감염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이처럼 조류 독감의 국제적 확산은 전 세계 보건 당국에게 경계를 당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재까지 인간 간 전파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H5N1 바이러스가 단일 변이를 통해 인간 간 전파가 가능해질 경우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2024년 12월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유행 중인 H5N1 바이러스의 단일 유전자 변화가 다른 포유류에서 인간으로의 전파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팬데믹의 가능성: 역사적 교훈
COVID-19 팬데믹 이전에도 보건 전문가들은 새로운 팬데믹의 가능성에 대해 경고해왔다. SARS-CoV-2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역시 심각한 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사망자를 낸 대표적인 인플루엔자 팬데믹 사례다.
베일러 의과대학의 피터 제이 호테즈(Peter Jay Hotez) 교수는 "H5N1은 큰 미지수"라며 "1918년 독감과 유사한 대규모 조류 독감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SARS(2002년), MERS(2012년), H1N1(2009년)과 같은 과거의 팬데믹 위협을 언급하며, 이러한 위협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의 환경보건 연구원 메건 데이비스(Meghan Davis)는 "특히 돼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돼지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혼합 용기로 알려져 있어 바이러스 변이의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는 돼지가 인간과 조류 독감 바이러스를 동시에 감염시킬 경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생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대응: 감시와 예방 조치 강화
조류 독감은 단순히 가금류의 문제를 넘어,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위협하는 복합적인 문제다. 과학적 연구와 국제적 협력을 통해 이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현대 보건학의 중요한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조류 독감 유행은 전 세계 보건 당국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024년 11월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새로운 정보가 나오는 대로 위험 평가를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조류 독감에 노출된 사람들에 대한 감시와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 병원의 바이러스학자 마르틴 슈벰믈레(Martin Schwemmle)는 미국에서의 감염 사례는 인간과 동물로부터 채취한 바이러스 샘플을 면밀히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조류 독감 바이러스의 변이와 전파 경로를 이해하는 것이 향후 팬데믹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조류 독감 유행은 인간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과 국제적 확산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전 세계 보건 당국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예방 조치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특히,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빈번한 지역에서의 감시와 연구가 중요하며, 백신 개발과 보건 정책의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또한, 조류 독감에 대한 백신 개발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국이 H5 백신을 미리 주문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 될 수 있다. 해당 백신을 즉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나라는 드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 개발된 mRNA 백신 기술이 조류 독감 백신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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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3-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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