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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5-03-07

과학이 말하는 성별의 스펙트럼: 남성과 여성 사이의 다양한 세계 세상에는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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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의 과학적 이해: 이분법을 넘어서

최근 동서양을 막론하고 LGBTQ+ 커뮤니티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젠더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때로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고 있다. 많은 정치인들은 성과 젠더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자신들의 정치적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이 주제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강조하며 이분법적 성별 개념을 고수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더 포용적인 접근을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대부분의 정치적 담론은 복잡한 과학적 현실을 단순화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정치적 신념은 어떤 의견이나 과학보다 우위에 서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이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성별에 관한 대화는 종종 과학적 사실보다 감정과 이념에 의해 크게 좌우되곤 한다.

과학은 인간의 성과 젠더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단순한 이분법적 분류를 넘어 복잡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점점 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Getty Images

과학은 인간의 성과 젠더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단순한 이분법적 분류를 넘어 복잡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점점 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Getty Images

그렇다면 과학은 실제로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학은 인간의 성과 젠더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단순한 이분법적 분류를 넘어 복잡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점점 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생물학적 현실: 이분법을 넘어선 성별

전통적으로 우리는 XX 염색체를 가진 사람은 여성, XY 염색체를 가진 사람은 남성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이미 유전학 연구는 이러한 단순한 이분법이 실제 생물학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서, 외형적으로는 여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세포 내에 "남성" 성염색체인 XY를 가진 사람들이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Y 염색체의 짧은 팔에 위치한 SRY 유전자는 배아에서 고환이 형성될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만약 이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인해 읽히지 않거나 침묵 상태로 남아있다면, XY 염색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환이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만약 이 유전자가 세포 분열 중에 X 염색체로 이동하여 읽히게 된다면, XX 염색체를 가진 사람에게도 고환이 발달할 수 있다. 

성 염색체의 자연적 변이는 매우 다양하다. ©Getty Images

성 염색체의 자연적 변이는 매우 다양하다. ©Getty Images

사실, 성 염색체의 자연적 변이는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완전히 발달한 남성 생식기와 여성 생식기 사이에는 여러 단계의 변이가 존재한다. 발생 및 분화 과정에서 이상이 생기는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성이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명확하게 이분법적 성별로 분류될 수 없는 개인들은 자신을 인터섹스(intersex) 또는 간성이라고 지칭한다. 이는 하나의 성으로 완전히 발달하지 못하여 외부 성기 모양을 통해 남녀를 구별하기 모호한 상태를 의미하는 '모호한 생식기(ambiguous genitalia)'라고도 불린다. 유엔의 추정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약 1.7%가 이 그룹에 속하는데, 이는 전 세계 붉은 머리 사람들의 비율과 비슷하다. 즉, 생각보다 흔한 현상으로 이러한 현상들은 외부 생식기만을 기준으로 성별을 결정하는 현재의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18년부터 독일에서는 이러한 신생아를 "다양(diverse)"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호주, 방글라데시, 인도 등의 국가에서도 제3의 성을 인정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성별이 일생 동안 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생식선의 성 정체성이 변할 수 있다. 중국 연구자들은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를 발견했는데, DMRT1과 FOXL2 유전자는 일반적으로 난소와 고환의 발달을 음양의 관계로 균형 잡고 있었지만, 이러한 유전자에 변화가 생기면 성인 동물에서도 생식선의 성 표현형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호르몬: 우리 몸에서 변화하는 교향곡

우리는 학교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남성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여성 호르몬으로 배우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단순화된 설명이다. 즉, 남성, 여성, 그리고 성별 다양성을 가진 개인들 모두 이러한 성호르몬을 모두 체내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춘기부터 남성은 평균적으로 여성보다 테스토스테론을 더 많이 가지게 된다. 하지만 평균적인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라디올(가장 강력한 자연 에스트로겐) 수치는 성별 간에 거의 차이가 없으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호르몬의 양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역시 성호르몬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미국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호르몬 수치에서 이분법을 찾는다면 오히려 "임신한" 상태와 "임신하지 않은" 상태를 구분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에스트라디올과 프로게스테론 측면에서 임신한 여성만이 다른 모든 사람들과 비교하여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역시 테스토스테론은 전형적으로 남성에서만, 에스트로겐은 여성에서만 연구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 또한 오랫동안 과대평가되었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성별 간의 호르몬 중첩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호르몬 수준이 외부 요인에 쉽게 변할 수 있으며, 이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오로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예비 아빠들은 파트너의 임신 기간 동안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의 성별? 다른 성별의 뇌?

남성과 여성의 뇌 사이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남성의 뇌는 평균적으로 여성의 그것보다 더 크며 개별 뇌 영역도 평균 크기, 연결 밀도, 수용체의 유형과 수에 있어서도 두 가지 뇌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남성 또는 여성의 뇌를 명확하게 지적할 수 없다. 성별을 막론하고 각각의 뇌는 상당히 독특하며, 오히려 남성의 뇌와 여성의 뇌가 혼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즉, "남성적" 및 "여성적"인 뇌라는 정의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연구자들은 연구된 1,400개의 뇌 중 1/4에서 절반 정도의 뇌가 이러한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했다. 

이는 최근 더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트랜스젠더 사람들의 뇌에도 적용되는데, 트랜스젠더 사람들은 때로는 그들이 바꾼 성별 즉, 그들이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에 더 가깝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들이 태어날 때의 성별에 더 가까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하다

성과 젠더에 대한 논의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과학적 증거와 개인의 존엄성을 모두 존중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과학은 성과 젠더가 단순한 이분법이 아니라 복잡한 스펙트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교육은 이러한 균형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 성과 젠더의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측면에 대한 정확하고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는 다음 세대가 이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앞선 설명대로 과학이 정치와 엮이면 안 된다.  

의료 전문가들 역시 성과 젠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든 환자의 개별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Getty Images

의료 전문가들 역시 성과 젠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든 환자의 개별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Getty Images

또한, 의료 전문가들 역시 성과 젠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든 환자의 개별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인터섹스나 트랜스젠더 개인들은 특별한 의료 체계를 가질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필요는 존중되고 적절히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들에게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닌 단순하게 '다른' 의료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들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정치가 아닌 과학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

 

관련 연구

성별 결정 및 유지: DMRT1과 FOXL2의 역할 (Sex determination and maintenance: the role of DMRT1 and FOXL2), Huang et al. 2017

심리학에서 성별과 젠더의 미래: 성별 이분법에 대한 다섯 가지 도전 과제 (The future of sex and gender in psychology: Five challenges to the gender binary), Hyde et al. 2019

생식기 너머의 성: 인간의 뇌 모자이크 (Sex beyond the genitalia: The human brain mosaic), Joel et al. 2015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3-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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