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함께 소변을 누지 않는 사람을 도둑이거나 스파이다’라는 이탈리아 속담이 있다. 일본에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소변을 누는 행위를 일컫는 ‘Tsureshon(連れション)’이라는 단어도 있다. 수 세기에 걸친 예술에 반영되어 있을 만큼 소변을 공유하는 행위는 꽤나 사회적인 모양이다. 이를 반증하듯, 소변도 하품처럼 전염성을 갖는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품이 전염되는 이유는 ‘뇌’에 있다
동물들이 개체 간에 특정 행동을 따라 하는 현상을 ‘메아리 현상’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행위로 하품이 있다. 2017년 영국 노팅엄대 연구진은 하품이 전염되는 이유를 뇌에서 찾아냈다. 연구진은 성인 36명을 대상으로 하품을 참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측정했다. 하품하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경두개자기자극술(TMS)로 뇌 운동 피질의 흥분도를 측정하는 실험이었다.
실험 결과, 하품을 참으려 할수록 뇌 운동 피질의 흥분도는 증가했다. 반대로 운동 피질에 전기 자극을 가하면 하품 충동이 커졌다. 운동 피질의 흥분과 억제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하품이 조절된다는 뜻이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렸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하품이 더 전염력이 강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2011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린 연구다. 연구진은 109명의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하품이 전염되는 사례를 기록했다. 혈연 사이에서는 하품 전염이 가장 잘 일어났고, 친구 사이에서는 이보다 약간 적게, 단순한 지인이나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는 이보다 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품 전염이 개인 간의 감정적 친밀도에 따라 다르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소변도 ‘메아리 현상’ 있어
일본 교토대 연구진은 일본 구마모토 보호구역에 사는 침팬지들이 거의 같은 시간에 오줌을 누는 것을 보고, 소변도 하품처럼 전염될지도 모른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연구진은 보호구역 내 20마리의 사육 침팬지를 대상으로 1,328회의 배뇨 사건을 600시간에 걸쳐 관찰했다. 그리고 기록된 데이터를 분석해 침팬지들의 오줌 싸기가 시간적으로 동기화됐는지를 확인했다. 또한, 주변 개체나 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지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침팬지들이 무작위로 소변을 보는 확률보다 같은 시간에 보는 비중이 높았다. 배뇨 사건이 상당히 동기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품이 그렇듯, 처음 소변을 본 개체와 물리적으로 가까울수록 배뇨 가능성이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침팬지의 소변이 사회적 위계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었다. 사회적 계급이 낮은 개체일수록 다른 침팬지가 오줌을 쌀 때 따라 싸는 경우가 더 많았다.
제1저자인 에나 오니시 교토대 연구원은 “어떤 종에서도 ‘전염성 배뇨’에 대한 사전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연구를 시작하며 배뇨의 사회적 영향이 하품과 유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그런데 전염 패턴이 사회적 계급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매우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번 연구는 일상적인 행동에 내포된 사회적 중요성이 간과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 침팬지의 ‘전염성 배뇨’는 집단 내 결속력 유지와 협력 촉진, 사회적 유대감 강화 등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전염성 배뇨의 구체적 기능과 메커니즘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전염성 배뇨가 다른 종에서도 나타나는지를 탐구해 볼 계획이다.
연구를 이끈 신야 야마모토 교수는 “예상치 못했던 흥미로운 결과로, 여전히 여러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행동의 동기화에는 숨겨진 리더십이나 사회적 유대감 등이 반영됐을 수 있어 배뇨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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