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건강에 대한 관심
우리는 실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력이 떨어지고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인지 기능 감퇴는 삶의 질을 상당 부분 떨어뜨릴 수 있다. 이처럼 세월의 흐름은 우리의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억 5,200만 명이 인지 기능 저하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뇌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화가 단순히 시간의 흐름 때문인지, 아니면 유전자에 의해 미리 결정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상당수의 노화 연구자들 역시 현재까지의 연구가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과 같은 명확한 질병에만 초점을 맞춰왔으며 보다 본질적인 노화란 정확히 무엇인지, 노화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지, 노화는 언제 시작되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건강한 뇌가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뇌 노화의 실체 물리적·생물학적 변화
최근 권위 있는 학술지 '뉴런(Neuron)'에 게재된 일련의 연구 리뷰들은 뇌 노화에 대한 현재까지의 과학적 이해를 종합적으로 분석했으며 이를 통해서 뇌 노화의 메커니즘과 예방 가능성에 대한 최신 과학적 발견들을 집대성해 뇌 노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예방법을 찾는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웨일 코넬 의과대학의 신경과 전문의 코스탄티노 이아데콜라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지난 25년간의 분자 연구를 통해 뇌의 혈관계가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으며 노화의 핵심 동인들이 밝혀졌다고 설명한다.
연구진들이 밝혀낸 뇌 노화의 주요 원인은 크게 물리적 변화와 생물학적 변화로 나눌 수 있다. 뇌가 노화할 때 물리적으로는 뇌 용적이 감소하며 뇌의 주름 구조가 변형되면서 정보 처리 효율이 저하되는, 말 그대로 뇌가 '수축'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생물학적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전 정보의 품질이 '저하'되는 DNA 손상, 뇌 전반에 걸친 기저 수준의 염증, 뇌의 면역 시스템이 노화와 함께 전반적인 면역력의 저하, 그리고 해로운 단백질이나 노폐물 제거 능력의 저하 등으로 나타난다.
특히 케임브리지 대학의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교수(Prof. David Rubinsztein)는 타우 단백질과 같은 유해 단백질의 축적이 알츠하이머병, 치매,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 등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나이가 들수록 뇌세포는 유해한 노폐물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세포를 손상시키고 뇌 기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뇌의 노화를 늦출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뇌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밝혀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기본적인 해결책은 바로 생활습관 개선이다. 식단, 운동, 금연 등은 우리가 어떻게 노화하는지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단 유지, 대기오염과 흡연에 대한 노출 감소,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방지, 시력과 청력 관리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오메가-3 지방산, 항산화 물질, 비타민 B군, 폴리페놀 등 특정 영양소들이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참고로,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장병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장내 미생물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건강한 장내 환경이 뇌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증거들 역시 축적되고 있다.
한편, 뇌는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신경 연결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신경가소성'은 적절한 자극과 훈련을 통해 강화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노화를 결정하는 근본적인 요인은 유전자이다. 예를 들면, 흡연과 같은 위험요소로 노화를 악화시킬 순 있지만, 이러한 위험을 피한다고 해서 노화 자체를 크게 개선할 수는 없다. 즉, 건강한 생활습관이 뇌 노화에 대한 유전적 소인을 바꿀 순 없지만, 나쁜 생활습관은 노화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말과도 같다.
전문가들은 한편 과학자들이 노화를 질병처럼 치료하거나 인공적으로 수명을 크게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노화는 인간 조건의 일부이며, 우리가 노화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한계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유전자이다. 120년, 200년 이상으로 수명을 연장하기에는 노화를 일으키는 요인들이 너무나 많은 현실이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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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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