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 코로 받지요.”
친숙한 이 동요에 대한 팩트체크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코끼리는 3살 아이와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가진 ‘똑똑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코끼리는 인간과 유사한 사회구조를 이루어 살며 높은 지능과 사회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기억력이 매우 뛰어난 동물로 밝혀졌다.
여기에 하나 더, 최근 코끼리가 정교한 도구 사용과 조작 능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샤워 헤드와 호스를 사용해 몸 곳곳에 물을 뿌리며 샤워하는 모습이 관찰돼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의 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는 행위는 높은 인지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환경을 분석하고 도구를 선택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이 고도의 인지능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도구 사용은 사회구조 안에서 개체 간 관찰이나 모방을 통해 학습되기 때문에 문화적 전승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196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침팬지의 도구 사용에 대한 첫 연구결과 이후 동물의 도구 사용은 연구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침팬지, 오랑우탄, 코끼리, 앵무새, 까마귀, 해달, 문어 등 많은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는 대표적 동물이다.
‘이름’을 붙여 부르고, ‘도구’도 사용하는 코끼리
코끼리의 지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개체 간의 관계 및 이동 경로를 기억하는 장기기억력, 문제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 등은 지금까지 코끼리에 대한 연구에서 밝혀진 특별한 능력이다. 최근에는 코끼리가 상황에 따라 도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행동까지 관찰됐다.
베를린 훔볼트대학교 신경과학연구센터 연구팀은 아시아 코끼리들의 고무호스 도구 사용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베를린 동물원에서 촬영된 암컷 코끼리 ‘메리(Mary)’의 행동을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코끼리는 물이 나오는 호스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클 브레히트(Michael Brecht) 교수는 “코끼리가 고무호스를 샤워에 사용하고, 물의 흐름을 막는 행동으로 장난을 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샤워하는 ‘메리(Mary)’, 방해하는 ‘안찰리(Anchali)’
연구팀은 동물원에서 같이 사는 코끼리 두 마리의 행동을 분석했다.
우선 관찰한 메리는 분명히 샤워하는 행위를 위해 고무호스를 사용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메리는 호스를 잡고 코를 이용해 물을 끌어올린 뒤 몸 구석구석에 뿌리는 모습이 관찰됐다. 특히 특정 부위를 씻기 위해 호스의 각도를 미세하게 조절하거나 호스를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키는 등의 숙련도를 보였다. 또한, 메리는 등을 씻을 때는 호스를 더 멀리 잡아 올가미처럼 휘두르는 방식으로 물을 뿌렸다.
또한. 놀라운 것은 코끼리가 코를 잡는 방향의 편향성을 보인다는 사실. 호스를 잡고 샤워를 할 때 더 선호하는 방향이 나타났다. 메리는 거의 항상 코를 왼쪽으로 감싸는 것을 선호했으며, 샤워시간도 오른쪽(7%)보다 왼쪽(12%)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연구진은 이것은 마치 사람의 손잡이와 비슷하게 ‘왼쪽 코’, ‘오른쪽 코’의 편향성이며, 이 기준에 따르면 메리는 ‘왼쪽 코’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고무호스는 유연한 소재로 만들어져 꼬이기 쉽고, 물의 흐름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도구다. 특히 긴 호스 끝부분에 달린 딱딱한 샤워 헤드가 ‘인간적 사고’가 아닌 개체에게 어떤 도구로 인식될지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메리는 이 도구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하고 사용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이 행동이 학습과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했다. 즉, 도구 사용은 본능이 아닌 주변 환경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한 후 이어지는 문제해결 능력이라는 것이다. 브레히트 교수는 “메리는 호스를 도구로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도 잘 다루는 것을 보면 도구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메리의 행동만큼 흥미로웠던 점은 또 다른 암컷 코끼리 안찰리(Anchali)다. 안찰리는 메리가 샤워하는 동안 호스를 잡아당기거나 꺾어서 물의 흐름을 방해하려는 행동을 반복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행동이 단순한 놀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코끼리의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과 유희적 행동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들의 도구사용 능력이 야생 코끼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는지는 앞으로 밝혀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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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12-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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