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이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감염으로 매년 자그마치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WHO에 따르면, 2019년에는 약 130만 명이 다제내성 결핵으로 사망했으며,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년 내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항생제 오남용과 불량한 감염 관리로 인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는 요로 감염이나 폐렴 같은 흔한 감염이 치명적이고 치료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항생제 내성(AMR: Antimicrobial resistance)은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항생제 약물을 회피하며 발생한다. 예를 들면, 양계장이나 의료 시설 등에서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는 것도 항생제 내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뿐 아니라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고 감염 예방과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생제 내성과의 싸움
다행스러운 소식은 항생제 내성과의 싸움에서 과학계가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 퀸즐랜드 공대의 계산생물학자 루이스 페드로 코엘료(Luis Pedro Coelho)는 “항생제 내성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항생제를 발견하는 이해와 관행 모두에서 많은 진전이 있다”고 설명한다.
코엘료가 이끈 연구팀은 지난 7월 국제 학술지 Cell 저널에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거의 100만 개에 달하는 잠재적 항생 화합물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제시한다. 스위스 바젤대학교의 구조생물학자 세바츠챤 힐러(Sebastian Hiller)는 이 연구가 우리의 과학적 역량으로 슈퍼박테리아와 맞서 싸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연구는 기계학습을 사용하여 토양, 바다, 인간과 동물의 장내 미생물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잠재적인 항생제를 검색했다. 연구자들은 박테리아가 이러한 환경에서 서로 끊임없이 싸우며, 다른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펩타이드라는 전쟁 도구를 사용하는데, 이러한 펩타이드에 대한 항생제에 대해서 조사했다. 알고리즘은 수십억 개의 잠재적 단백질 서열을 훑어보고 항균(세균을 억제하는 효과) 작용이 예측되는 후보들을 좁혔다. 총 863,498개의 새로운 항생 펩타이드가 예측되었는데, 이 중 90% 이상이 이전에 보고된 적이 없는 것이었다.
모든 펩타이드는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서 박테리아의 세포막을 파괴하는 일반적인 작용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또한 일부 펩타이드가 다른 박테리아보다 특정 박테리아 균주에 대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정확히 왜 그런지, 또는 어떤 펩타이드가 어떤 박테리아에 작용할지는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펩타이드 중 어느 것이 항생제로 유용한지 찾기 위해 100개의 펩타이드를 합성하여 11종의 병원성 박테리아 균주에 대해 테스트했다. 그들은 79개의 펩타이드가 박테리아 막을 파괴하고 63개의 펩타이드가 대장균(E.coli)과 황색포도상구균과 같은 내성균을 특이적으로 표적으로 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 연구자들은 감염된 피부 농양이 있는 쥐에서 이 화합물들을 테스트했는데, 단 3개의 펩타이드만이 살아있는 유기체에서에서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생체 내 효능이 제한될 수 있음을 나타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화합물들이 폴리믹신과 같은 최후의 수단 항생제의 심각한 독성 부작용을 피할 수 있을 것이기에 매우 주목할 만한 결과로 분석된다.
저자들이 결과를 대중에 공개한 이유
저자들은 다른 과학자들이 863,498개의 펩타이드를 검토하고 특정 용도를 염두에 둔 항생제 약물을 개발할 수 있도록 그들의 데이터를 대중에 공개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서 인간 장내 '우호적인' 박테리아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항생제 특성을 맞춤화할 수 있다. 현재 사용 중인 많은 항생제는 유익한 장내 미생물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건강 문제와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병원체가 장을 장악하게 할 수 있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과학자들은 해당 결과 데이터 세트를 사용하여 내성을 유발하지 않는 항생제를 만들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펩타이드 유형은 수많은 항균제 중 하나일 뿐이지만, 박테리오파지를 포함한 다른 유형의 항생제를 발견하기 위해 동일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인류와 항생제 내성과의 장기적인 싸움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이 항생제 내성에 맞서는 과학적 도전에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여전히 갈길이 멀다 - 해당 연구의 의의
연구를 통해 인류가 항생제 내성과의 싸움에서 낙관할 만한 이유가 생겼지만, 다음 주요 과제는 상업적으로 판매 가능한 새로운 항균제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기존 항생제가 더 이상 효과가 없을 때 새로운 항생제를 사용한다. 이는 박테리아가 내성을 키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따라서 저자들은 보건 기구와 정부가 항생제 상용화를 더 실행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항생제 후보물질을 대량으로 발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기존 천연물 기반 스크리닝이나 화학합성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신약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서 발굴된 화합물이 실제 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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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1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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