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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4-10-11

베지터리언과 비건: 건강과 환경을 위한 식생활의 과학 과학적 근거, 건강상의 이점과 주의점, 그리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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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나라도 드디어 노벨 문학상이다. '채식주의자' 등의 작품을 쓴 한강 작가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평을 받으며 최고의 문학 작품상을 거머지게 되는 영광을 얻었다. 이로써 한강 작가의 대표적인 소설 'Vegetarian'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베지터리언과 비건 식단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를 기념하여 사이언스타임즈 이번 기사에서는 베지터리언과 비건 식단의 과학적 근거, 건강상의 이점과 주의점, 그리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베지터리언과 비건의 정의

베지터리언은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식단을 말하며, 비건은 모든 동물성 식품(육류, 유제품, 달걀, 꿀 등)을 섭취하지 않는 보다 엄격한 식단을 의미한다. 이러한 식단 선택의 동기는 건강, 윤리, 환경 등 다양하다. 한강 작가의 ‘Vegetarian’이 제기한 문제의식처럼, 우리의 식생활 선택은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나 건강의 문제를 넘어 윤리적, 환경적 차원의 의미를 지닌다. 베지터리언과 비건 식단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각자의 상황과 가치관에 맞는 균형 잡힌 식생활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영양학적 관점에서는 ‘단백질 섭취’가 가장 큰 관점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베지터리언과 비건 식단의 단백질 섭취에 대해 우려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잘 계획된 식물성 식단으로도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콩류, 렌틸콩, 퀴노아, 견과류 등은 훌륭한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이며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에 비해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다.

영양학적 관점에서는 ‘단백질 섭취’가 가장 큰 관점이다. © Getty Images

최근 발표된 미국 영양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잘 계획된 베지터리언과 비건 식단은 모든 연령대에서 영양학적으로 적절하며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비타민 B12는 주로 동물성 식품에 함유되어 있어 비건 식단에서는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비건은 비타민 B12가 강화된 식품이나 보충제를 섭취해야 한다. B12 결핍은 빈혈, 신경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식품안전청(EFSA)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건의 경우 비타민 B12 보충제 섭취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식물성 식품에 함유된 철분은 동물성 식품의 철분보다 흡수율이 낮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과 함께 섭취하면 철분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주로 시금치, 렌틸콩, 호박씨 등은 좋은 식물성 철분 공급원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에 따르면 잘 계획된 베지터리언 식단은 충분한 철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건강상의 이점

식물성 위주의 식단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 식물성 식품은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과일, 채소, 전곡류에 함유된 항산화 물질은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2019년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식물성 위주의 식단을 따르는 사람은 심장병 발병 위험이 16% 낮았다는 보고가 있다.

식물성 위주의 식단은 제2형 당뇨병 예방과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식물성 식품은 일반적으로 글리세믹 지수가 낮아 혈당 조절에 유리한데,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주고 혈당 상승을 완화한다. 2019년 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식물성 위주의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은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23% 낮았다.

베지터리언과 비건은 일반적으로 체질량지수(BMI)가 낮은 경향의 이점도 있다. 식물성 식품은 대체로 열량 밀도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이는 동물성 지방의 섭취가 줄어 전체적인 칼로리 섭취량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Europe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베지터리언은 비베지터리언에 비해 평균 BMI가 1.5kg/m² 낮았다고 보고된다.

 

물론 베지터리언과 비건 식단이라고 모두 좋진 않다

잘 계획되지 않은 베지터리언과 비건 식단은 특정 영양소 결핍을 초래하여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 있다. 비타민 B12, 철분, 아연, 오메가-3 지방산, 칼슘 등의 섭취에 주의해야 하며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고, 필요한 경우 반드시 보충제를 활용해야 한다.

베지터리언은 비타민 B12, 철분, 아연, 오메가-3 지방산, 칼슘 등의 섭취에 주의해야 하며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고, 필요한 경우 반드시 보충제를 활용해야 한다. © Getty Images

또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식물성 단백질은 일반적으로 필수 아미노산 조성이 동물성 단백질보다 불완전하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을 조합하여 섭취해야 한다. 콩과 곡물의 조합, 견과류와 씨앗의 활용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베지터리언과 비건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사회적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외식이나 모임에서 선택의 폭이 제한될 수 있으며 가족이나 친구들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서양권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큰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

 

베지터리언이 지구 환경을 바꿀 수 있다?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4.5%를 차지한다. 반면, 식물성 위주의 식단은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물론 식물성 위주의 식단이라고 모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건 식단으로의 전환은 개인의 식품 관련 탄소 발자국을 73%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비건 식단으로의 전환은 개인의 식품 관련 탄소 발자국을 73%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Getty Images

또한 축산업은 대규모의 토지를 필요로 한다. 목초지와 사료 작물 재배를 위한 토지 사용으로 산림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식물성 식품 생산의 경우 동일한 영양가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토지 면적이 더 작다는 장점이 있다. 2018년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비건 식단은 육식 위주의 식단에 비해 토지 사용을 76%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Lee Chunhee. Courtesy of Natur & Kultur

마지막으로 축산업은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한다. 가축의 직접적인 물 소비뿐만 아니라 사료 작물 재배에도 많은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식물성 식품 생산은 일반적으로 물 사용량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전반적으로 육류 1kg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은 채소 1kg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보다 평균 5-10배 많다고 알려져 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4-10-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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