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늙었다는 기분이 들었다면, 주목하자.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닐지도 모른다. 미국 스탠포드 의대 연구진의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노화(Nature Aging)’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의 노화는 공평하지 않다. 44세와 60세는 우리 몸의 많은 분자와 미생물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인간은 인생에서 두 번 급 늙는다
노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과학자들이 말하는 ‘늙음’의 진짜 원인) 하지만 전 연령에 걸쳐 공평하지는 않다. 노화 관련 질병 발생 위험이 특정 시점에 가속화된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일례로 미국의 의료 통계를 살펴보면,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유병률은 노화와 함께 전반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지만, 40세와 65세 경에 뚜렷한 증가를 보인다.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린 연구에서는 인생에서 세 번의 급격히 늙는 시기를 특정했다. 바로 34세, 60세, 78세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혈액 속 단백질의 나이에 따른 수치 변화를 살폈는데, 위의 세 나이에서 단백질 수치가 급격히 변했다. 생체 활동에 뭔가 큰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다.
노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인 만큼, 마이클 스나이더 미국 스탠포드대 의대 연구진은 더 다양한 데이터를 살피기로 했다. 연구진은 25~75세의 건강한 성인 108명의 혈액과 대변을 비롯해 피부, 구강, 비강에서 면봉으로 채취한 표본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3~6개월 간격으로 표본 채취를 진행했으며, 짧게는 1.7년간 길게는 6.8년간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기증받은 표본에서 RNA, 단백질, 대사산물 등 13만 5,239종의 다양한 생체 분자와 장과 피부에 서식하는 미생물 군집의 연령에 따른 변화를 추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인간의 노화에 따라 서서히 변하는 분자는 전체 데이터 중 단 6.6%에 불과했다. 대부분(81%)의 분자는 44세와 60세에 두 차례에 걸쳐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스나이더 교수는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점진적으로 늙는 것이 아니라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가 있다”며 “우리가 연구한 대부분 종류의 분자는 그 시기를 40대 중반과 60대 초반으로 지목한다”고 설명했다.
40대 중반엔 알코올, 60대 초엔 탄수화물 조심
연구진이 특정한 두 시기에는 카페인 대사, 심혈관 질환, 피부 및 근육과 관련된 분자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각 시기에 특히 ‘많이 늙는’ 요소들도 있었다. 44세에는 알코올과 지질 대사와 관련된 분자 수에 큰 변화가 있었으며, 60세에는 탄수화물 대사, 신장 기능, 면역 조절 관련 분자의 변동 폭이 컸다.
두 시기에 특히 변화가 두드러진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연구진은 이 연령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생활 습관이나 행동 요인도 연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40대 중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이기 때문에, 알코올 소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알코올 대사 기능 저하가 가속화되는 식이다.
변동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진행될 테지만, 이번 연구는 원인이 무엇이든 40대와 60대에 건강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시사한다. 이 시기에는 심장을 보호하고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량을 늘리거나, 알코올 대사 능력이 느려지는 40대에는 알코올 소비를 줄이는 것이 좋다.
스나이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험 참가자들의 커피나 알코올 섭취, 신체 활동 정도 등 생활습관까지 담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인생에서 두어번 노화가 급격히 진행된다는 점을 확실한 것으로 이 시기가 다가오기 전, 건강할 때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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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8-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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