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시프트바이오 김기범 연구소장
생물학적 정보를 전달하는 몸 안의 택배 시스템, 세포외입자
새벽 배송, 원하는 날짜 지정 배송, 메모를 포함한 배송 등 배송의 가치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내용물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필요한 요소들을 몸속 상황에 맞춰 정밀하게 전달할 맞춤형 프리미엄 배송 시스템이 몸속에도 갖춰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포외입자(Extracellular Particles)는 모든 세포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나노입자로, 마치 몸 안의 택배 시스템과 같이 세포들이 서로 소통하는 데 사용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크기와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세포 밖으로 분비되어 다른 세포로 이동하며 그곳의 세포 기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세포외입자는 단백질, 지질, RNA 및 DNA와 같은 다양한 생물학적 분자를 포함하고 있어, 생물학적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들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생명 과학 및 의학 분야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세포외입자의 발견과 분류 : 배설 기관 아닌 소통 기관
일부 세포외입자의 존재는 수십 년 전부터 인지되고 있었지만, 당시 과학자들은 이를 단지 세포에서 배출되는 노폐물의 배설 도구로만 여겼습니다. 이후 분리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세포외입자가 단순 노폐물 배설뿐만 아니라, 복잡한 세포 간 의사소통의 매개체이며 다양한 생리적 및 병리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국제세포외소포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Extracellular Vesicles, ISEV)가 최근 제시한 규정에 따르면, 세포외입자는 크게 소포체 형태와 비소포체 형태 입자로 분류할 수 있으며, 소포체입자들은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 EV), 합성소포체(synthetic vesicle, SV), 그리고 세포유래 인공소포체(artificial cell-derived vesicle, ACDV)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포체입자뿐만 아니라 비소포체입자(Non-vesicular extracellular particle, NVEP)의 역할과 생물학적 생성 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단백질 복합체, 유리 RNA, DNA 조각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다양성은 세포 생물학과 질병 연구에서 중요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들의 정확한 기능과 역할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세포외입자의 역할과 활용 : 치료와 목적에 따른 다채롭고 자연스러운 변화
세포외입자는 세포 사이에서 중요한 소통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세포외입자에 포함된 유전 정보의 전달을 통해 다양한 생리학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고, 나아가 단백질 발현을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세포외입자는 면역 반응, 조직 재생, 형질 변화와 같은 다양한 생리적 과정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는 세포외입자를 활용하여 질병 부위로 직접 약물을 전달하는 새로운 형태의 약물 전달 시스템 개발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실제로 세포외입자들은 다른 나노 전달체(지질 나노입자, 바이러스, 항체 등)와 비교했을 때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혈액 속에 다수 존재하는 세포외입자는 모든 세포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기 때문에 체내에서 높은 생체 적합성과 낮은 면역반응을 보입니다. 이는 수혈의 역사에서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세포외입자는 체내 면역체계에 의해 인식되어 제거되는 확률이 낮아지며, 체내에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포외입자는 자연적으로 특정 세포나 조직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더 나아가 유전공학을 통해 표면 엔지니어링이 가능하여 특정 세포를 표적하도록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이들은 마치 아이언맨이 상황에 맞게 다양한 슈트를 선택하는 것처럼 소포체 내·외부에 단백질, 유전 물질 등 다양한 치료 물질을 탑재하거나 표출함으로써 강력한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시프트바이오의 세포외입자 기반 급성 간부전 치료제 SBI-102
㈜시프트바이오는 세포외입자의 장점을 활용하여 세포외입자 내/외부에 원하는 치료 물질의 탑재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적 약물 전달체인 NSM(Natural nanoparticle Sorting Motif) 플랫폼을 구축하였습니다.
NSM 플랫폼을 세포외입자에 도입하여 기존에 비해 치료 물질의 표출 및 탑재 효율을 약 10배 이상 향상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NSM 플랫폼을 통해 두 가지 이상의 치료 물질을 효과적으로 표출할 수 있으며, 일반 세포뿐만 아니라 줄기세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프트바이오는 본 플랫폼 기술을 적용하여 사망률 85%에 육박하는 ‘급성 간부전’에 대한 혁신적 치료 물질인 SBI-102를 개발하였습니다. 대부분의 급성 간부전은 대량의 세포 사멸이 일어나고, 죽어가는 세포가 체내 면역세포에 의해 제거되지 않아 더욱 심각한 염증 반응을 유발하여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SBI-102는 NSM 기술을 통해 표면에 치료 단백질 발현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병변 내 병적 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여 염증 악화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SBI-102는 사람 골수 유래 세포외입자로 자체 유망한 재생 인자를 함유하고 있고, 면역 및 재생 효능을 동반 조정하여 손상된 간 조직을 정상화하는 획기적인 치료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프트바이오가 개발한 SBI-102 치료제는 최근 급성 간부전에 대해 FDA Orphan Drug Designation을 지정받았으며, 2025년 FDA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포외입자의 도전 과제와 미래 전망
세포외입자는 세포 간 소통의 핵심 요소입니다. 우리 몸 속의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과정뿐만 아니라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포외입자는 몸 속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뇌질환과 같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위의 치료 가능성까지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습니다.
세포외입자 기반 치료제의 주요 과제로 CMC(Chemical·Manufacturing·Control, 의약품 품질 관리) 가 자주 언급됩니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기준으로 세포외입자 관련 임상이 약 140개 이상 진행 중이며, 일부는 이미 임상 3상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시프트바이오는 글로벌 대량 생산 공정 개발 전문 기업인 미국 루스터바이오(RoosterBi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세포외입자의 대량 생산 공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적절한 품질 관리와 의약품의 운송·보관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여러 임상진입 사례들은 CMC 관련 장벽이 많이 낮아졌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세포외입자는 세포 치료제와 지질 나노입자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고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의 혁신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 저작권자 2024-08-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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