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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현정 리포터
2024-08-20

잠 못 드는 열대야, 수면 부족이 기억력을 위협한다 수면 부족 상태의 뉴런 활성화, 수면 상태보다 낮고 회복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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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이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수면과 기억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는 꾸준히 발표되고 있는데, 이번 연구는 수면 중에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신경세포의 패턴을 시각화한 결과다. 연구진은 휴식상태와 수면 중 매 초마다 일어나는 ‘전기적 활동(sharp-wave ripples)’이 기억의 정리와 강화, 학습과정에 관련이 있다면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면이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Gettyimagesbank

 

잠 못 이룬 지난밤, 뇌가 일할 시간이 부족하다

잠을 이루기 어려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열대야 때문이다. 서울은 8월 18일 기준 28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데, 기상청은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래 최장 기록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한낮의 무더위가 밤까지 이어지면서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수면 적정온도를 약 20~22도 사이로 권장한다. 이 온도 범위는 대부분의 사람이 편안하게 잠들고 수면의 질이 개선돼 평균적으로 건강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밤에도 폭염이 이어지면 신체적 피로가 쌓일 뿐만 아니라 수면 시간에 이루어지는 기억 강화 활동이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멍’한 느낌은 뇌가 충분히 일하지 못했다는 신호다.

잠을 이루기 어려운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뇌가 일할 시간이 부족해지고 있다. ⒸGettyimagesbank

 

기억은 시냅스에 남겨진 전기 흔적

미시간 의과대학과 위스콘신 대학교 심리학과 연구진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진행한 수면 중에 발생하는 해마의 활동에 대한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수면 중에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며, 그것으로 무엇을 유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이 연구가 시작됐으며, 수면 중 해마의 ‘sharp-wave ripples’ 분석을 통해 기억 형성에 수면의 중요성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실 수면과 뇌 활동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은 꾸준히 진행되어 온 연구 주제다.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진 대로 기억은 해마, 편도체, 대뇌피질, 뉴런과 시냅스로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인코딩되고 저장된다. 이중 대뇌변연계의 양쪽 측두엽에 위치한 해마는 감각기관을 통해 뇌로 들어온 정보를 단기간 저장하고 있다가 대뇌피질로 보내면서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시냅스 중 일부에 저장된다. 즉, 사람이 ‘기억한다’는 행위의 실체는 학계가 오랫동안 지지해왔던 ‘해브 가설’대로 대뇌피질에서 만들어 낸 전기적 활동이 시냅스에 남긴 흔적인 셈이다.

해마의 뉴런은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Science Photo Library

 

수면 중 우리의 뇌는 바쁘다 바빠

기억의 메커니즘에서 중요한 것은 수면이다. 뇌는 낮 동안 활동하면서 얻은 정보를 인코딩해서 해마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깊은 수면인 비렘(NREM) 단계 중 ‘서파수면(slow-wave sleep)’에 이르면 대뇌피질에서는 약 1Hz 정도의 느린 뇌파를, 신경세포들은 다양한 전기적 신호들을 발생시켜 낮 동안 활동하면서 얻은 정보를 편집하고 저장한다.

기존 연구를 통해 밝혀진 이 같은 사실을 기반으로 연구팀은 수면 상태와 수면 부족 상태에서 각각 해마의 전기적 파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뇌는 휴식·수면 상태에서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뉴런이 활성화되는데, 이는 수면 부족이나 수면 상실 상태보다 더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해마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활동(파동)이 활성화되면 실험용 쥐가 미로에 재 노출됐을 때 장소를 예측한다. ⒸNature

카마란 디바(Kamran Diba) 미시건대학교 신경과학연구소 교수는 실험용 쥐가 미로를 탐색하는 중에 활성화된 뉴런이 수면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다시 활성화되는데, 이때 발생한 sharp-wave ripples 패턴이 수면 부족 상태보다 더 높게 측정됐다고 말했다. 또한, 수면 부족인 쥐가 잠을 보충했을 때, 뉴런의 재활성화는 다소 회복되었지만 정상적으로 잠을 잔 쥐만큼 활성화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은 각성 상태에서 학습한 정보가 신경세포의 활성화와 재활성화를 통해 시냅스에 저장되기 때문에 이 활동이 저조하면 그만큼 기억력을 방해한다.

한편, 연구팀은 베이지안 학습을 사용하여, 실험용 쥐가 미로의 특정 장소에서 어떤 뉴런이 반응하는지를 추론한 결과를 공개했다. 디바 교수는 “예컨대 실험용 쥐가 미로의 특정한 장소를 선호한다고 가정하면, 수면 중에 이 공간을 기억하는 뉴런과 비슷한 선호도를 보이는 뉴런이 함께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말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신경세포의 가소성이나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를 시각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4-08-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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