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열대야 일수가 역대 1위를 기록한 폭염의 시대다.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7월 열대야 일수는 8.8일로 평년(2.8일)보다 약 3배 많았다. 지난 16일 국제학술지 ‘BMJ Open Sport & Exercise Medicine’에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다. 저녁 시간에 가벼운 운동을 하면 수면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다.
높아진 심부 체온이 수면 방해
열대야는 밤사이(오후 6시 1분~다음 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날을 뜻한다. 밤에도 기온이 25℃를 웃돌면 더위로 사람들이 잠들기 어렵다고 판단해 열대야 일수를 따지기 시작했다. 더위로 인해 높아진 심부 체온이 잠들기 힘든 주요 원인이다. 심장, 간, 장 등 장기들의 온도를 뜻하는 심부 체온은 수면에 직결된다.
심부 체온은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에 따라 조절된다. 심부 체온의 변화 양상은 낮에 깨어 있고, 밤에 자는 수면 패턴과 일치한다. 저녁에 최고조에 다다랐다가 잠이 들 때쯤 급격히 떨어지고, 잠이 깰 때쯤 다시 오른다. 그런데 피부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체내 열이 밖으로 방출되지 않아 심부 체온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즉, 높은 기온은 피부 온도를 높이고, 심부 체온을 높여 수면 상태로의 진입을 늦춘다.
30분 마다 2~3분씩 운동했더니
잠자기 전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은 심부 체온을 높여 수면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다.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진은 고강도 운동이 아닌, 반복적으로 짧고 가벼운 운동을 수행하면 수면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파악하기 위한 실험을 기획했다.
실험에는 18~40세 사이의 비흡연자 28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평소 하루 5시간 이상 좌식 생활을 했고, 저녁 시간에는 2시간 이상 앉아서 보냈다. 참가자들은 손목에 활동 추적기를 착용한 채 7일의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1일 차에는 통제된 실험실에서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동안 앉아서 보냈다. 이후 집으로 돌아가 일상생활을 하다 실험 7일 차에 다시 실험실에 방문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30분마다 2~3분씩 가벼운 운동을 했다. 무릎 올리기, 스쿼트, 발꿈치 올리기 등 별도의 장비가 필요 없고, 공간도 차지하지 않는 운동들이었다.
실험 결과, 가벼운 운동을 수행한 참가자들은 평균 27분 더 오래 잠을 잤다. 오래 앉아 있었을 때 참가자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12분이었지만, 가벼운 운동을 수행한 날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12분으로 기록됐다. 참가자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유사했지만, 기상 시간이 달라졌다. 오랜 좌식 시간 후에는 평균 7시 35분에 깨어났지만, 가벼운 운동 후 아침에는 8시 6분에 일어났다. 수면 효율성(중단 없는 수면)이나 밤 동안의 각성 횟수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제니퍼 게일 뉴질랜드 오타고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연구에 활용한 운동 외에도 집 주변을 걷거나, 제자리 걷기를 하거나, 거실에서 춤을 추는 등의 행동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정기적으로 의자나 소파에서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면 식사 후 대사를 개선하여 수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참가자가 적고, 실험실 환경에서 진행됐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진은 일상적인 가정 환경에서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현재 수면 권장 사항과 달리 저녁 운동이 수면의 질을 방해하지 않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성인은 대부분 저녁 시간에 집에서 앉아서 보내는 데, 저녁 식사를 통해 하루 에너지 섭취량의 거의 절반을 소비한다. 가벼운 운동을 짧고,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행위는 권장된 밤 수면 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장기적으로 심혈관 대사 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수면 부족은 심장병과 제2형 당뇨병과 같은 심혈관 대사 장애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메러디스 페디 교수는 “TV나 스트리밍 콘텐츠를 보면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이기 때문에 루틴을 쉽게 유지하면서 수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벼운 저녁 운동이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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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8-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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