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전 세계의 치매 환자 수는 무려 1억 5,200만 명?
치매는 여러 가지 질병으로 세부 분류되지만 가장 흔한 형태는 알츠하이머로, 뇌의 신경 세포가 손상되어 혼란과 기억 상실을 일으킨다. 치매 환자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성격이 변할 수 있다. 이러한 치매는 흔히 노년기에 다가오는 피할 수 없는 위협으로 여겨진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5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치매 혹은 인지 장애를 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30년 이내에 이 수가 3배 정도로 증가하여 2050년에는 1억 5,200만 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보통 치매의 원인이 유전적 위험과 인간의 노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치매의 원인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예상 밖의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최근 의학 저널 랜싯에서 최근 발표한 란셋 치매 위원회(Lancet Commission on dementia)의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치매 사례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27명의 주요 치매 전문가들이 2024년 새롭게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위험 요인의 약 절반은 부모와 조부모로부터 유전되는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한 것이지만 약 45%는 다양한 환경적 위험 요인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보고서에서는 ‘고 콜레스테롤’과 ‘시력 상실’ 두 가지를 치매 발병 위험 요인으로 새롭게 업데이트하며 총 14가지 건강 요인이 치매에 기인할 수 있음을 알렸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노화 질환 전문가인 사라 나오미 제임스는 해당 보고서 작성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 보고서를 통해 치매의 진정한 위험 요소를 이해하고, 대처함으로써 치매 발병을 지연시키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치매의 원인은?
치매에 걸릴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정리한 이 보고서는 세계 각국 정부와 보건 당국이 국민들의 인생 전체에 걸쳐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 청력 손실이 있는 사람들이 보청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기.
- 모든 사람들이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기.
- 운동과 스포츠 장려. 접촉 스포츠와 자전거에서 헬멧과 머리 보호대 사용 장려.
- 40세부터 고혈압 줄이기.
- 중년기부터 고혈압 치료하기.
- 건강한 체중 유지 및 가능한 한 빨리 비만 치료하기.
- 과도한 알코올 소비 줄이기.
-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외롭지 않도록 하기.
- 특히 노년기에 시력 문제를 검사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안경을 제공하기.
- 대기 오염, 미세 먼지 등에 대한 사람들의 노출을 줄이기.
새롭게 포함된 위험 요인, 고 콜레스테롤과 시력 상실, 두 가지는 전체 치매 사례의 9%와 관련이 있다. 치매 환자 중 7%는 40세부터 “나쁜” 콜레스테롤 관련 증상을 겪었으며, 2%는 노년기에 치료하지 않은 시력 손실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36%를 차지하는 다른 위험 요인으로는 낮은 교육 수준, 청각 장애, 고혈압, 흡연, 비만, 우울증, 신체 활동 부족, 당뇨병, 과도한 음주, 외상성 뇌 손상, 대기 오염, 사회적 고립 등이 있다.
이 연구의 저자들은 국내 및 국제 정부 기관 등에 치매 예방에 대한 노력을 촉구하며 치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는 조기에 시작하여 평생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연구진은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 현재 치매 환자의 3분의 2는 개발도상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중국, 인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 고령화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에,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와 소수 민족 및 낮은 사회 경제적 집단에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오염 수준 개선, 어린이의 교육 수준 제고, 중년의 인지 활동 촉진 등을 통해 치매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치매 치료, 어디까지 왔나?
과학자 및 연구자들은 수십 년 동안 치매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는 현재 절반의 성공만 거두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알츠하이머와 같은 일부 치매의 초기 단계를 늦추는 약 ‘레카네맙’이 개발되며 새로운 희망이 생겼지만, 이 약의 사용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레카네맙은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지만, 2024년 7월 유럽 의약품청(EMA)은 유럽 시장에서의 사용을 거부했다. EMA는 레카네맙의 이점이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한 환자의 위험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여전히 치매와 관련한 근본적인 생물학 및 의학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치매가 뇌를 어떻게 손상시키는지 더 잘 이해하지 못하면 인지 기능 저하를 막거나 되돌릴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어렵다. 물론 란셋에서 강조한 14가지 치매 위험 요인 역시 어떠한 기전으로 뇌에 영향을 미쳐 치매를 유발하는지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매우 결과론적인 대비책일 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의 적절한 지원과 함께 이 보고서의 권고 사항을 장려한다면 기존 치매 환자에게 적용되던 다소 실망스러웠던 약보다 비용상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08-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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