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올빼미’ vs ‘아침 종달새’ 어느 것이 더 좋을까?
당신은 ‘밤 올빼미형’인가? 아니면 ‘아침 종달새 형’인가? 집중이 잘 될 것 같은 고요한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저녁형 인간을 나타내는 ‘밤 올빼미’, 그리고 상쾌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을 나타내는 ‘아침 종달새’라고 부른다. 당신이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든 밤늦게까지 일하는 편이든지 간에, 이처럼 개인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를 지표로 수면 유형과 생활 패턴을 분류하고 정의한 개념을 ‘크로노 타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크로노 타입이 질병 그리고 인지능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다. 둘 중 어느 것이 건강 측면이나 기억력 측면에서 더 유리한 습관일까?
질병, 심리적 요인 측면에서는 아침 종달새가 낫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크리스틴 누트손(Prof. Kristen Knutson) 교수와 영국 서리대학 말콤 폰 솬츠(Prof. Malcolm von Schantz)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가 공개한 50만 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대규모 코호트 분석 결과 저녁형 인간은 아침형 인간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10% 정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심리적인 장애나 당뇨병 등의 합병증 발생 위험도 아침형 인간보다 저녁형 인간에서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는 피실험자가 작성한 설문지를 바탕으로 아침형 인간 군(morning types), 준 아침형 인간 군(moderate morning types), 준 저녁형 인간 군(moderate evening types), 저녁형 인간 군(evening types) 등으로 분류하였고, 38~73세의 43만 3,000여 명의 데이터가 최종 수집되었다. 이를 기초 데이터로 하여 6.5년의 추적 관찰 결과, 이 중 1만 534명이 사망했는데 이들 중 2,127명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했다.
연구진은 나이, 성별, 인종, 흡연 경력, 체질량지수(BMI) 등의 변수를 통해 보정 분석한 결과, 저녁형 인간 군은 아침형 인간 군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1.10배 높은 것을 발견했다. 또한, 저녁형 인간 군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1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도 아침형 인간 군보다 약 1.04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경성 질환, 위장관 질환 또는 복부 질환, 호흡기질환 등의 합병증 위험과 심리적 장애 발생 비율 역시 각각 1.25배와 1.94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저녁형 인간의 사망 위험이 높은 까닭은 체내 생리학적 시간이 외부 업무 시간 그리고 사회 활동 등의 시간과 오랫동안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되며, 이는 개개인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과 저녁 업무 시간 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결과이다.
인지 능력을 비교하면 밤 올빼미가 낫다
앞선 결과와는 반대로 밤 올빼미가 아침 종달새보다 인지 테스트에서 더 나은 성적을 거둔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2024년 7월 BMJ 공중보건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여러 가지 인지 테스트를 완료한 26,000명 이상의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밤 올빼미들은 일반적으로 아침 종달새보다 인지 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수면 시간, 패턴, 수면의 질 등 수면의 다양한 측면이 정신적 예민함과 전반적 인지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를 통해 하루 7~9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이 뇌 기능에 최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사람의 크로노 타입 역시 시험 점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라하 웨스트(Raha West)는 크로노타입이 단순 개인적 선호가 아니라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아침형 인간의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웨스트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하여 저녁형 인간의 대다수가 더 나은 인지 능력을 보이는 전반적인 추세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자는 물론 단순히 숙면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인지 능력이 향상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판 밤샘 벼락치기’는 시험 점수를 오히려 낮춘다
앞선 연구와 비슷하게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레푸블리카 대학의 수면 전문가 이그나시오 에스테반은 크로노 타입과 학교 성적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 시험 성적이 크로노 타입과 시험 보는 시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음을 발견했다. 에스테반에 따르면 늦은 시간대 크로노 타입(밤 올빼미형)이 이른 시간대 크로노 타입(아침 종달새형)에 비해 학업 성취도가 낮고 오후 시간대에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는 학교 시작 시간이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에스테반은 궁극적으로 시험과 인지 능력은 양질의 수면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잠을 더 오래 자는 사람이 시험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험 막판에 ‘밤새워’ 복습하는 것은 시험 점수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특히, 에스테반은 연구에 참여한 학생의 약 15%가 시험 전에 잠을 자지 않았고, 이들의 성적이 최악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는 학습과 좋은 인지 기능에 수면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기반으로 등교 시간과 학생의 생체 리듬을 더 잘 맞추면 인생의 기회와 성과 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숙면을 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수면 일정을 지키고, 어둡고 조용한 환경에서 잠을 자고, 긴장을 풀고, 해가 진 후에는 카페인이나 각성제를 섭취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특히 잠들기 전, 어둠을 유지하고 빛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는 것이 숙면을 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수면 크로노 타입의 과학
크로노 타입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일생 동안 변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는 아침형, 청소년과 청년은 저녁형, 노인은 다시 아침형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간대를 바꾸더라도 수면 및 활동 시간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된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유전적, 호르몬적, 환경적 생활 습관적 요인의 조합은 개인별로 아침 또는 저녁 중 언제 더 활동적인지를 결정하며, 이러한 요인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의 크로노 타입이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크로노 타입은 수면과 신진대사 같은 신체의 생체 시계 일주기 리듬의 차이와 부분적으로 관련이 있다. 사람의 일주기 리듬에 관여하는 유전자에는 CLOCK, PER, CRY 등의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들은 크로노 타입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08-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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