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리스, 외계인이 세웠다?
최근 라스베이거스 근처에서 ‘외계인이 세웠다’라고 입소문을 타고 있는 모노리스(monolith) 돌덩이가 발견되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 돌덩어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30km 떨어진 가스 피크 정상 부근의 황량한 바위 지대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다만 인적이 아주 드문 곳은 아니며, 사람들이 이용하는 하이킹 코스 옆에서 발견되었는데, 최근 2024년 3월 영국 웨일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둥이 발견된 바 있다.
모노리스는 ‘하나의(mono)+돌(lith)’이라는 의미로 여러 가지 다른 석재의 조합이 아닌 한 가지 종류의 석재로만 이루어져 있는 큰 규모의 건축물을 말한다. 이는 본래 주로 고대에 만든 거대한 돌기둥이나 첨탑을 뜻한다. 최근 발견되고 있는 모니리스 기둥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보이는 삼각형 기둥들인데, 이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검은 비석 ‘모노리스(monolith)’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러 기둥은 2020년, 유타주 레드락 카운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캘리포니아, 루마니아, 영국, 네덜란드, 터키, 독일 헤센주에서도 비슷한 물체가 발견되었다. 이는 대부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모노리스는 순식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사람들이 신비로운 이 건축물에 대해 저마다의 채널에서 보도하기 시작했다.
‘모노리스 현상’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
모노리스가 알려지자마자 수많은 관광객과 구경꾼, 그리고 이것의 특별한 의미를 찾기 위한 사람들이 모노리스에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기념품 상인, 스낵 노점상 및 기타 예술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예술가 매티 웨이는 유타주에서 최초의 모노리스가 발견되었을 때 본인을 “가장 유명한 예술가”로 소개하며 복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복제품은 최고 42,000유로(대략 6천만 원)에 팔리기 시작했다. 이에 또 다른 예술가들도 이를 모방하면서 ‘모노리스 현상’은 더욱더 퍼져갔다.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일반 대중들은 ‘외계인이 이 기둥을 세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소셜 미디어 등에서 이에 대한 ‘과대광고’를 벌이곤 했다. 한 등산객은 3미터 높이의 반짝이는 모노리스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UFO처럼 보인다”라고 의견을 밝혔고, 여러 언론사는 “섬뜩한”과 “UFO” 등의 주요 키워드를 사용하며 모노리스의 기원에 대한 미스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관심에 아름다웠던 풍경이 결국 군중들에 의해 황폐해지는 모습을 보며 지역 주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각 국가의 토지 관리국 역시 공공 토지 방문객에게 필요한 허가 없이 공공 토지나 그 자원을 사용, 점유 또는 개발하는 것은 ‘어느 행성에서 왔든 불법’임을 상기시키며 농담이 섞인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여러 모노리스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당국은 관광객이 더 이상 몰리지 않도록 모노리스의 정확한 위치도 숨기고 있으며 자연에 더 이상 물체를 세우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외계인일 리는 없지만, ‘헛소문’은 확산이 빠르다
모노리스의 높이는 최소 약 3m는 되어 보이기에 언뜻 보면 운반이 매우 힘들어 보인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오며 외계인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건축물의 기둥 속이 비어 있기에 무게는 매우 가벼우며 두 사람이 충분히 들 수 있는 무게이다.
또한, 루마니아, 스페인, 독일의 몇몇 건축물에서는 ‘외계인도 부끄러워할 정도’의 조악한 이음새가 발견되면서, 소문을 검증하기 위해 자세히 관찰한 이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경우도 있다. 물론 외계인이 지구에, 그것도 사람의 인적이 드문 곳에 위와 같은 건축물을 세우는 데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계인이 이처럼 특이한 건축물을 지구에 세울 정도라면, 이들이 지구에 침입했을 때부터 이미 우리가 알아챘을 것이다. 또한, 이음새가 엉망인 건축물을 세울 정도의 외계인이라면 지구에 무단으로 침입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외계인이 하필 이런 외딴 지역에만 관심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내용이지만 이런 소문일수록 소문의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런 ‘헛소문’들은 왜 이렇게 빨리 확산되는 것일까?
미스터리 및 불가사의에 대한 매력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 신비로운 것,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것 등 ‘불가사의(불교 용어로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 놀랍거나 밝혀지지 않은 오묘한 것)’를 포함한 신비로운 물체나 장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마음과 호기심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맥두걸은 이러한 호기심에 대해서 인류의 과학적, 문화적 업적을 이룬 장본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20세기 초에는 인간의 호기심이 과학, 문화 등 모든 방면에 동기 부여를 준 핵심적인 대상이 되었으며, 이러한 모든 업적의 기초가 되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해하기를 원한다. 이처럼 호기심은 인간의 본능이며 언어를 시작하기 전 유아에게서도 나타난다. 더 멀고 더 닿을 수 없는 물체나 장소일수록 호기심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사물을 조사, 파악하고 설명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전설의 섬 아틀란티스, 배를 삼키는 서대서양 버뮤다 삼각지대 등 초자연적인 힘을 암시하는 장소나 사물들,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외계인, 점성술 등 여전히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 같은 것들은 듣기만 해도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들린다.
부퍼탈 대학교의 심리학자 귄터 몰츠는 이를 “특이한 것에 대한 매력”이라고 말한다. 이런 특이한 것에 대한 사물 관련 이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런 특이한 것들이 눈에 띄지 않기에 ‘정상적이지 않다’라고 주장하며, 이들은 기본적으로 감탄에 대한 욕구가 과장되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사물에 대한 배타적인 입장을 대변하며 나르시시즘적으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온갖 신비로운 사물과 장소에는 과학을 기반으로 한 설명이 동반될 수 있지만,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유사 과학 또는 사이비 과학, 미신 등 그럴듯하지만 과학적이지 않고 옳지 않은 설명이 뒤따라올 수 있다. 보통 비과학적 설명은 매우 배타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분야는 어느 정도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경향도 강하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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