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으로 불리는 치매는 아직 발병 요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치매는 기억력 상실과 인지 기능 저하 등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기본적으로 노화에 따른 퇴행성 뇌 질환이지만 개개인의 유전적 요소, 생활 환경에 따라 발병 위험도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부모의 자산, 교육 수준, 소득, 직업 상태 등 사회경제적 지위와 치매 취약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려는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치매 위험 높인다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나 지속적인 저임금이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다. 사회경제적 지위는 직업, 최종학력, 가구 소득, 개인에 대한 사회경제적 평가를 모두 반영하는 개념이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는 2022년 만 70세 이상의 미국 고령층 시민 3,858명을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개인별 치매 위험도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소득, 실업률, 재산, 주택 소유 여부 등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결과는 다소 잔인했다.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 대비 저임금 노동자가 노년기에 기억력 감퇴를 더 많이 경험했다. 심지어 유전적으로 치매에 취약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보다도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더 컸다. 부모의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는 치매 바이오마커인 pTau-181에 대한 높은 회복력과 노년기의 느린 인지 기능 감퇴 속도와 관련이 있었다. 연구진은 경제력이 좋지 않을수록 지역사회의 지원, 섭취 음식 영양, 의료 서비스 등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 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가질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를 이끈 매튜 바움가트 알츠하이머협회 보건정책담당은 “빈곤 및 지역 수준의 사회경제적 박탈감 모두 치매 발생 위험도 증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자수성가가 치매 위험 낮춘다
그렇다면 진학‧취업 등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 일본 오사카대 연구진은 지난 22일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사회경제적 지위 변화가 치매 발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65세 이상의 일본 고령층 시민 9,168명을 7년간 추적조사한 노인 평가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자료에서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지위 상향 변화, 하향 변화, 현행 유지를 포함하여 6가지의 뚜렷한 변화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국가 등록부에 기록된 치매 발생 여부와 교차 분석하여 사회경제적 지위 전환과 치매 위험 사이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향 전환한 사람들이 가장 치매 발병 위험이 적고, 긴 건강 수명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어린 시절부터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유지한 사람들보다 건강 수명이 더 길었다. 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향 전환한 사람들은 치매 발병 위험이 높고, 건강 수명이 크게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유지한 사람들보다 건강 수명이 더 짧았다.
사카니아 료토 일본 오사카대 박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회경제적 지위 변화와 치매 위험 사이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라며 “생애 동안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노력하면서 사는 것이 치매 없는 노화를 연장하는 것과 관련이 있음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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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5-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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