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짐바브웨·말라위, 10년 만에 남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치명적인 콜레라가 발병하다
2024년 초, 아프리카 전역에서 치명적인 콜레라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수만 명이 감염되었고 이미 1,000명 이상이 콜레라로 사망하였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는 남부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 모잠비크, 짐바브웨, 잠비아 그리고 북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등 말 그대로 전염병으로 인해 아프리카 전역이 큰 위험에 처한 상황이다. 특히, 잠비아는 2023년 10월 계절성 우기가 시작된 이후 740명 이상의 콜레라 사망자가 발생하며 사상 최악의 콜레라 발병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염성이 강한 이 세균성 질병은 감염 후 몇 시간 내에 심한 설사와 탈수를 일으킬 수 있다. 신속하게 치료를 받으면 사망률은 1% 미만이지만, 문제는 이중 몇몇 국가는 최빈국으로 신속한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잠비아의 사망률은 3%가 넘는다.
콜레라는 어떻게 전염될까?
콜레라는 주로 재난 피해 지역이나 안전한 식수와 적절한 위생 시설이 부족한 빈곤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특히 강이나 연못의 미처리 식수를 마시는 빈민가 및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는 콜레라를 일으키는 비브리오 콜레라균이 감염된 숙주의 대변으로 배출되며, 이 균이 음식이나 식수에 들어가면서 급속히 확산되기 때문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비영리 연구재단인 방기 파스퇴르 연구소(Pasteur Institute of Bangui)의 전염병 학자 얍 붐(Yap Boum)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거주지에서 사람들이 물을 길어오는 곳과 화장실이 가까이 위치해 있다면, 화장실을 통해 식수가 균에 감염될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또한 “난민 캠프같이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환경에서는 사용하는 물이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한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콜레라가 창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붐은 많은 남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콜레라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먼저 콜레라는 ‘불평등의 지표’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콜레라가 주로 분쟁, 불안정, 빈곤에 노출된 국가에 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요인은 최근 가장 핫한 주제로 떠오르는 기후 변화를 들 수 있다. 남아프리카 대학교의 물관리 전문가인 안자 뒤 플레시스(Prof. Anja du Plessis) 교수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홍수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이는 콜레라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특히, 잠비아가 현재 겪고 있는 우기에 더 많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홍수로 인해 병원균을 포함한 병균 유출이 더 많이 발생하여 오염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콜레라 백신은 준비되었나?
유일한 해결책으로 평가받는 콜레라 백신의 비축량은 설상가상으로 최근 수요 급증으로 인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는 우리나라에 본사를 둔 EuBiologics이라는 업체로, 세계에서 단 한 곳뿐이다. 국경없는의사회(Doctors Without Borders)에 따르면 이 업체는 일주일에 70만 도즈의 백신을 생산하고 있지만, 수요는 공급량보다 4배나 많다고 우려를 표한다.
이는 2022년 10월 국제백신공급조정그룹(ICG: International Coordinating Group)이 콜레라 백신 재고를 보존하기 위해 기존의 2회 접종 요법을 1회 접종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다.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대학교의 백신 전문가인 에디나 암폰사-다코스타는 콜레라 백신은 일상적인 아동 예방 접종과 달리 필요에 따라 생산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가장 큰 문제는 콜레라가 발생할 때마다 질병의 발생만을 통제하기 위해 대량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 콜레라 백신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즉, 제한된 수의 국가를 위해 제한된 양을 생산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마저도 준비가 미리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아프리카는 왜 콜레라 백신을 자체 생산하지 않을까?
앞선 설명처럼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백신을 생산하는 지역이 세계에서 단 한 곳뿐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 등 기본 확충 시설이 마련된 지역에서 백신의 제조를 늘린다면 전 세계 콜레라 퇴치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사실, 2022년 남아프리카에 본사를 둔 바이오백은 국제 보건 전문가들이 예상한 대로 경구 콜레라 백신 제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바이오백의 백신은 2026년까지 생산이 시작되지 않을 예정이기에, 아쉽게도 현재 콜레라 발병을 억제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좋은 신호이다. 또한, 백신의 지역 제조업체를 확보하는 것 역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백신이 콜레라 퇴치의 해결책일까?
백신 양이 충분치 않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사실 지난 10년간 콜레라 백신 생산량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콜레라 백신 비축이 시작된 2013년 약 200만 도즈에서 2022년에는 3,600만 도즈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례 없이 급증하는 콜레라 사태를 따라잡기에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연구 부서인 에피센트레를 이끌었던 붐은 불평등과 우선순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콜레라가 서방 국가들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이미 많은 양의 백신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는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백신이 결코 남부 아프리카에서 콜레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히려 백신은 질병 퇴치에 도움이 되는 여러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다.
즉 가장 중요한 점은 물 끓여 마시기, 손 씻기 등 위생 수칙 준수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식수원 제공, 수질 검사 및 모니터링 강화 등 지역사회 보건 인프라의 확충이다. 보건 인프라가 갖추어진 유럽 국가의 많은 선진국에서는 콜레라가 자주 발병하지도 않을뿐더러 발생하더라도 금방 퇴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04-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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