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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권예슬 리포터
2024-03-20

인간이 꼬리잡기 못하게 된 이유 美 연구진, 꼬리 퇴화의 유전적 메커니즘 상세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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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9일 자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의 표지에는 나무 위에 앉아 있는 두 마리 원숭이의 사진이 실렸다. 꼬리를 가진 원숭이는 꼬리를 이용해 안정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나무 위를 뛰어다닌다. ⓒNature

다리가 두 개인 의자보다, 세 개인 의자가 더 안정적이다. 원숭이는 꼬리 덕분에 다리가 세 개인 의자처럼 안정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나무 위에서 날렵하게 뛰어다닌다. 때로는 꼬리를 손처럼 이용해 나무를 잡거나 음식을 먹는다. 꼬리로 서로를 감싸 안아 애정 표현을 하기도 한다. 대다수 포유류가 엉덩이 가운데 꼬리를 달고 있는 것과 달리 인간은 꼬리가 없다.

꼬리가 없는 포유류가 인간뿐인 것은 아니다.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긴팔원숭이도 모두 꼬리가 없다. 사람을 포함해서 이런 꼬리 없는 원숭이를 유인원으로 부를 정도로 꼬리의 유무는 인간과 유인원의 진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신체 변화다. 그러나 꼬리가 사라진 유전적 메커니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척추동물 꼬리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 선별

6,300만 년 전부터 원숭이에게는 꼬리가 있었다. 그러다 약 2,500만 년 전 등장한 구세계 원숭이(Old World Monkeys)부터 꼬리가 없는 원숭이가 생겨났다. 인간이 등장한 건 약 600만 년 전이다. ⓒNature

약 6,300만 년 전에 등장한 영장류는 꼬리가 있었다. 영장류에서 꼬리가 사라진 건 2,500만 년 전이다. 사람의 조상이 등장한 것 600만 년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람이 지구에 출현하기 훨씬 전부터 유인원의 꼬리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미국 뉴욕대 연구진은 2021년 유인원의 꼬리가 사라지게 한 원인을 찾아내고, 그 결과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유인원과 인간의 DNA를 꼬리가 있는 원숭이의 DNA와 비교 분석하여 꼬리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 140개를 찾아냈다. 당시 연구진은 140개 유전자 중 하나 이상의 돌연변이로 인해 꼬리가 상실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꼬리 형성과 관련된 TBXT 유전자 내에 DNA 조각인 Alu 인자가 삽입되며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것으로 분석했다. ⓒNature

약 2년 뒤인 지난 2월 29일 연구진은 꼬리 상실의 원인을 더 정밀하게 밝혀낸 연구 결과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다시 내놨다. 꼬리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짧은 DNA 조각이 삽입된 것이 핵심 원인이라는 내용이다.

이 연구의 결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의 중심원리인 ‘센트럴 도그마’를 먼저 알아야 한다. DNA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생명의 설계도다. DNA는 설계도 원본 중 필요한 유전 정보를 RNA에 전달한다. DNA의 정보를 바탕으로 RNA가 합성되는 과정을 전사(transcription)라 한다. RNA는 복제된 정보를 세포 내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으로 가져가 단백질을 생산한다. 이 과정을 번역(translation)이라 한다. 즉, DNA 정보가 RNA로 옮겨지고(전사), 단백질이 생성되는(번역) 과정이 센트럴 도그마다. 여기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RNA가 코로나19 백신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메신저RNA(mRNA)다.

mRNA의 전사체에는 단백질을 만드는 지침이 담긴 ‘엑손’과 지침이 없는 ‘인트론’이 모두 포함돼 있다. RNA 스플라이싱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인트론은 잘리고, 핵심인 엑손만 이어져 최종 mRNA가 만들어지고, 단백질 생성으로 이어진다.

 

이동 유전자 삽입해 생쥐 꼬리도 없애

연구진은 꼬리 형성과 관련된 TBXT 유전자 내에 DNA 조각인 Alu 인자가 삽입되며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것으로 분석했다. ⓒNature

연구진은 꼬리가 없는 유인원의 ‘TBXT’라는 유전자의 인트론 안에 유전자에 변형을 일으키는 트랜스포존인 ‘Alu’ 인자가 삽입되었음을 발견했다. 트랜스포존은 하나의 유전자가 스스로를 복사한 다음 다른 유전자에 삽입되는 방식으로 위치를 이동하는 이동 유전자를 의미한다. 유전체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돌연변이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유전체가 진화하거나 유전적 질병이 발생한다. 꼬리가 있는 원숭이와 유인원의 유전자 비교를 토대로 연구진은 Alu 인자의 삽입이 꼬리 상실에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후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동물실험도 진행했다. 배아 단계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TBXT 유전자 내에 Alu 인자를 삽입했다. 그러자 꼬리가 짧거나 아예 없는 쥐가 태어났다. Alu 인자가 TBXT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꼬리의 상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배아 단계에서 쥐의 TBXT 유전자의 인트론에 Alu 인자를 삽입하자, 꼬리가 없거나 짧은 쥐가 태어났다. ⓒNature

하지만 이러한 유전적 변화는 꼬리가 사라지게 하는 동시에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도 남겼음이 밝혀졌다. Alu 인자를 삽입하자 신경관에 결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 신생아 1,000명 중 1명은 Alu 인자에 의한 돌연변이로 신경관이 결손된 채 태어난다.

연구진은 “유인원이 꼬리가 퇴화하도록 진화한 이유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땅에서의 생활에서는 꼬리가 없는 것이 더 유리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후속 연구에서는 Alu 인자 삽입이 신경관 결손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4-03-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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