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신성 당뇨라니?
“과거 병력도 없을뿐더러, 부모님이나 가까운 직계가족 중 어느 누구도 당뇨병이 없는데, 임신 중에 갑자기 당뇨병이라고? 게다가 임신으로 인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너무나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여성에게 큰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생리적 변화를 가져다주는 임신은 이전까지 전혀 없었던 질병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임신성 당뇨(gestational diabetes)이다. 임신성 당뇨는 원래 당뇨병이 없던 사람이 임신 20주 이후에 당뇨병이 처음 발견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산부인과에 찾아가면 소변검사부터 시작한다. 이는 소변을 통해서 호르몬 수치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인데, 임신 중기에 접어들면서도 소변 검사는 계속된다. 임신과 동반된 당뇨가 있는 경우(임신성 당뇨) 소변 검사상 당이 검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성 당뇨는 대부분의 경우 출산 후에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사라진다. 또한 아기의 선천적인 질병과도 관계가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식이 요법을 포함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출산 시 신생아의 거구증, 저혈당, 호흡 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출산 후에도 엄마 또는 아이가 비만과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임신 중기부터 임신부들에게 정기적인 검진이 반드시 요구된다.
임신성 당뇨란?
임신성 당뇨는 당뇨병 이력이 없는 여성이 ‘임신 중에 처음 발견한’ 당뇨병을 말하며 고혈당의 정도와 무관하다. 임신성 당뇨의 정의는 국가마다 약간 다르지만, 당뇨의 전 단계로 공복 시 혈당치가 일정 수치 이상인 상태라고 정의된다. 대략 임신 24~28주 사이에 임신성 당뇨의 정확한 검진이 이루어진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임신 중 받아야 할 검사는?“)
임신성 당뇨의 진단을 위해서 주로 경구 당부하 검사를 시행하는데, 대부분 100mg 포도당(보통 오렌지, 레몬, 라임 혹은 콜라로 특별히 제조된 음료를 마시거나 포도당을 마심)을 경구 투여한 후에 1시간 간격으로 2~3시간 동안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국가마다 다름: 또한 임신성 당뇨가 아닌 일반 당뇨병의 진단을 위해서는 75mg의 포도당을 물 250~300 ml과 함께 경구투여하고 30분 간격으로 2시간 동안 혈당을 측정함) 임신성 당뇨 선별검사는 검사 전 2~3일 이상 충분한 식사를 하고 평소의 운동량을 유지하며 진행해야 한다.
보통 혈중 포도당이 130~140 mg/dL (7.2~7.8mmol/L) 이상 이면 임신성 당뇨 이상 소견으로 구분되어 확진 검사를 시행한다. ‘공복 혈중 포도당이 90~95 mg/dL (5~5.3 mmol/L) 이상’, ‘식사 후 1시간 혈중 포도당이 180 mg/dL 이상’, ‘식사 후 2시간 혈중 포도당이 155 mg/dL 이상’, ‘식사 후 3시간 혈중 포도당이 140 mg/dL (7.8 mmol/L)’ 이상 증상 중 2가지 이상을 포함하는 경우 임신성 당뇨로 진단한다. 이 또한 국가마다 다르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경우 ‘공복 혈중 포도당이 90~95 mg/dL (5~5.3 mmol/L) 이상’이거나, ‘식사 후 1시간 혈중 포도당이 140 mg/dL 이상 (7.8 mmol/L)’, ‘식사 후 2시간 혈중 포도당이 120 mg/dL 이상 (6.7 mmol/L)’이상 증상 중 한 가지 증상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 임신성 당뇨로 진단한다. 그리고 어느 경우에도 혈당 수치가 200 mg/dL (11.1 mmol/L) 정도로 매우 높으면 임신성 당뇨병일 가능성이 더 높다.
다만 혈당 수치는 당일 처한 환경이나 스트레스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지역이나 국가별로 상이한 임신성 당뇨 정의 때문에 임신부의 임신성 당뇨 백분율도 달라지기는 하지만, 대략 임신부의 2~30% 정도가 이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임신 중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흔한 내과적 합병증 중 하나로 인식된다.
임신성 당뇨의 원인은?
임신성 당뇨의 원인은 현재까지도 불분명하지만 대체로 태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임신 중에는 실제로 태반에서 태아 성장에 필요한 많은 호르몬들이 분비되는데 이들은 당뇨를 억제하는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임신 중 필요한 인슐린 분비량을 췌장에서 충분히 분비할 수 없는 경우 임신성 당뇨가 나타나게 된다.
다만, 산모의 나이가 40세 이상인 경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경우, 이전 출산 시 태아의 몸무게가 4.5 kg 이상인 아기를 출산한 적이 있는 경우, 이전의 임신에서 임신성 당뇨병이 있었던 경우, 부모, 형제자매 등 직계 가족 중 당뇨병이 있는 경우, 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의 출생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양수의 양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그리고 체중 감량 수술 등을 받은 경우 임신성 당뇨 위험군에 속한다. 이들은 반드시 선별 검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유전적인 요소가 강한 일반 당뇨병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는 해당되는 내용이다.
가족력이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대부분 임신성 당뇨의 경우 호르몬에 의한 현상이므로, 남성의 당뇨 여부나 남성의 가족력 역시 산모의 임신성 당뇨와 관계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이러한 변수가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도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임신성 당뇨의 증상은?
임신성 당뇨는 겉으로 보기에 전혀 티가 나지 않으며 임신부들도 자신이 이에 해당하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체중의 경중과는 거의 무관하며 일반 당뇨보다 증상이 훨씬 미약하다. 또한, 소변 검사상 당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임신성 당뇨병 선별 검사 중에 혈당 수치를 검사할 때만 발견되곤 한다. 이 때문에 산전 검사를 놓칠 경우 발견하기 매우 힘들다. 평소에 혈중 포도당 검사를 진행하더라도(임신성 당뇨가 있는 경우에) 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앞선 설명처럼 혈당 수치는 환경에 따라서 매우 가변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혈중 포도당 수치는 수면 상태나 기분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혈당 수치가 너무 높아지면(고혈당증) 갈증 증가, 평소보다 소변 횟수 증가, 피로감, 시력이 낮아지는 느낌이 들며 물체가 흐릿하게 보임, 생식기 부분이 가렵거나 아구창의 증가 등이 증상으로 나타날 수는 있다. 물론 이는 일반 임신부들에게도 자주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기에 반드시 임신성 당뇨의 징후는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이러한 증상이 있을 경우에 의사나 조산사에게 문의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반드시 임신 당뇨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어떤 경우에도 급격한 체중 증가는 반드시 지양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아가는 괜찮을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점은 임신성 당뇨병이 있는 대부분의 여성이 건강한 아기를 낳고 정상적인 임신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다만 어느 경우에도 임신성 당뇨의 증상을 알았을 시부터는 철저한 관리와 생활이 필요하다.
임신성 당뇨가 있을 경우 아기가 평소보다 더 크게 자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분만 중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 등 아가에게도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으며 산모에게도 유도 분만이나 제왕 절개의 필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양수가 너무 많아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다한증이 유발되어 조기 진통이나 분만 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어느 경우에도 조산(임신 37주 이전에 출산하는 경우)의 위험도는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치료나 관리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임신 중독증’이라고 불리는 자간전증(임신 20주 이후에 고혈압과 단백뇨가 발생하는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고혈압으로 인해서 산모의 경련이나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자간전증이 심한 경우에는 산모와 태아에게 모두에게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출산 이후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기가 태어난 후 저혈당 또는 피부와 눈에 황달 증상을 보일 수 있기에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아이의 경우 낮은 확률이지만 소아비만이나 대사 증후군 등이 생길 확률이 있을 수 있다.
출산 이후에도 당뇨가 계속될까?
임신성 당뇨는 앞선 설명처럼 생리적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산모에게도 일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분만 후 태반이 떨어져 나가게 되면 임신성 당뇨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임신성 당뇨는 산모에게 향후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등의 발병 위험도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략 20년 내 2형 당뇨병의 발병 확률이 50% 정도 증가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또한, 다음 임신에서의 임신성 당뇨 재발 확률도 대략 30~50% 정도이다. 어떤 경우에도 엄마의 체중이 과체중일 경우 이러한 위험도를 증가시키므로 출산 후 체중 관리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임신성 당뇨 산모는 출산 후 6~12주 사이에 75g 경구 당부하 검사를 시행하며, 혈당 상태를 재검사하고 결과를 비교하게 된다. 이때 대부분의 산모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최소 3년마다 정기적으로 검사받아야 한다. 극히 낮은 확률이지만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 보통 1년마다 혈당검사를 받아 관리할 수 있다.
임신성 당뇨의 치료와 관리는?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았을 경우 ‘목표 혈당’에 대해 항상 염두해 두고 있어야 한다. 이는 보통 공복에서 95mg/dL(5.3 mmol/L) 미만, 식후 1시간 후 140mg/dL(7.8 mmol/L) 미만, 식후 2시간 후 120mg/dL(7.7 mmol/L) 미만이다. 매일 자가 혈당 측정기를 이용하여 본인의 혈당 수치를 파악해야 한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 혈당을 체크하고, 매끼 식사 1~2시간 후에 혈당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루에 몇 번씩 피부에 바늘을 찔러 피를 뽑는 고통이 매우 크기에 큰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어떤 비침습(non-invasive) 혈당 측정기도 침습 혈당 측정기에 비교하여 높은 정확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 특히, 현재 가장 진보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ing)의 경우 센서가 달린 바늘을 피부에 삽입한 후 혈당 수치를 스마트폰으로 받아볼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센서를 주기적으로 교체해 줘야 하며 감염 우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무궁무진한 발전을 보이고 있는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술들도 혈압, 심전도, 수면 리듬, 부정맥까지 잡아주고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정확도의 혈당 측정 기능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파악된다.
보통 인슐린 요구량은 태반의 부피가 커지는 후반기에 크게 상승되므로 발견 당시부터 식이 요법이나 운동 요법 등 철저한 관리가 요구될 수 있다. 임신성 당뇨의 관리는 전문 영양사와 영양상담 후 식단을 짜고 운동 요법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혈당 수치를 주의 깊게 살펴보며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계획된 식단만으로 혈당조절이 잘되지 않으면 인슐린을 투여하고 자가 혈당 측정 결과를 기준으로 인슐린의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혹은 메트포르민 정제가 처방될 수 있다. 물론 인슐린은 반드시 사람 인슐린을 사용하며, 경구 혈당 강하제는 일부 논란이 있으므로 보통 임신 중에는 추천되지 않는다. 또한, 출산 전 당뇨가 없었지만 임신성 당뇨가 발병한 경우 출산 후에는 인슐린 치료를 바로 중단한다.
인슐린을 맞으면 유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루머가 있지만 인슐린은 태반을 통과하지 않으므로 이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이다. 오히려 혈당이 높은데 인슐린을 맞지 않는다면, 높은 혈당 유지로 유산을 유발할 수는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또한, 모유 수유와 산모의 당뇨와도 전혀 관계가 없다. 따라서 인슐린 처방을 받은 산모들도 모유 수유가 가능하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다수의 경우 임신성 당뇨 진단으로 인해 많은 산모들이 자책하며 이를 자신의 잘못으로 돌린다. 하지만 앞선 설명처럼 이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며 시시각각 바뀌고 있는 몸에 적응하고 있는 당신은 아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이러한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진단 후의 상황이 진단 전의 상황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또한, 적절한 식이 요법과 운동 요법은 반드시 임신성 당뇨 산모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이는 일반 산모와 임신하지 않은 여성 및 남성 모두에게 해당하는 내용으로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사안이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03-0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