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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현정 리포터
2023-12-20

축구선수의 헤딩, 뇌 기능 감소에 영향 미친다 헤딩이 뇌의 미세 구조와 기능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 발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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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쳐낸 축구공이 골문을 흔들 때의 짜릿함은 축구팬에게 선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머리에 충격을 주는 헤딩이 선수의 뇌 기능을 서서히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북미방사선학회(Radiological Society of North America)에 발표됐다.

이전의 연구들이 특정 시점의 축구 헤딩과 관련된 뇌 부작용 조사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 연구는 2년에 걸친 뇌 변화를 조사한 것으로 반복적인 헤딩이나 강한 신체 접촉은 장기적으로 선수의 뇌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적인 헤딩이 뇌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GettyImagesBank

 

헤딩의 위험성

최근 축구선수의 헤딩이 장기적으로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강하게 신체가 충돌하는 미식축구나 럭비처럼 격렬한 스포츠 종목에서 뇌 부작용이 거론됐었지만, 이제는 축구에서도 헤딩과 뇌 기능의 관계가 주목받는 분위기다.

스포츠 의과학 분야에서 이른바 헤딩의 위험성을 경고하자 잉글랜드축구협회는 2022-2023 시즌부터 12세 미만 어린이 선수의 고의적 헤딩을 금지하는 경기규칙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축구협회의 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만 12세 미만 선수들은 헤딩 훈련을 아예 할 수 없다. 13세 이하는 1주에 한 번 헤딩 훈련을 할 수 있지만 다섯 번까지만 헤딩이 허용된다. 14세 이하부터 16세 이하까지도 1주일에 한 번 헤딩 훈련, 최대 10번까지만 헤딩을 허용하는 등 헤딩 훈련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으로 늘려간다는 지침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아직까지 헤딩과 뇌 건강의 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지만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줄이고 모든 연령대 아이들이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연령별로 헤딩 훈련의 횟수와 공의 크기도 세분화해 제시한 이 가이드라인은 글래스고대 연구진이 잉글랜드축구협회와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의 지원으로 ‘축구와 뇌 손상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세운 것이다. 당시 글래스고대 연구진이 1900~1976년생 축구선수와 일반인 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축구선수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의 3.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잉글랜드축구협회 유소년 헤딩 훈련 가이드라인 Ⓒhttps://www.thefa.com

 

헤딩을 오래 한 선수에게서 뇌 손상 발견

마이클 립튼(Michael L. Lipton) 컬럼비아대학교 방사선과 교수와 연구진은 성인 아마추어 축구선수 148명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연구진은 역학 설문지를 개발해 선수가 경험한 머리 충격 횟수, 연습 주기 및 시간, 기타 상황 등을 종합해 강력한 충격 노출을 낮음, 중간, 높음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선수들의 연구 시작 당시와 2년 후에 언어학습과 기억력 평가, DTI MRI검사(확산텐서자기공명영상) 영상을 받아서 관찰했다.

그 결과 2년 동안 1,500개 이상의 헤딩을 한 그룹은 전두엽 백질 영역의 확산도가 증가하고, 뇌 조직의 척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한 언어학습 성과에서도 저하가 일어났다. 립튼 교수는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2년 동안 헤딩을 한 그룹에서는 경미한 외상성 뇌 손상과 미세한 뇌 구조 변화 등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헤딩을 많이 한 선수의 뇌 DTI MRI 영상. Ⓒpress.rsna.org

 

헤딩, 학습능력 저하와 연관

이어 연구진은 헤딩 훈련과 같은 반복적인 머리 충격과 언어학습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또 다른 결과를 발표했다.

두 번째 연구에서 연구자는 18~53세 아마추어 축구선수(여성 27%) 353명을 대상으로 12개월 전후 DTI MRI 검사와 언어학습 성능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헤딩을 많이 한 선수일수록 언어학습 수행능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두개골 가까이에 위치한 뇌의 회백질, 백질 경계 상태를 선명하게 관찰하고자 DTI MRI 검사를 수행했다고 밝혔는데, 헤딩을 많이 한 그룹에서 회백질·백질의 경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불분명하게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치매 복합증, 비종양성 병변 등 뇌 질환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립튼 교수는 “축구 헤딩은 장기적으로 뇌에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젊은 성인기에서 신경 퇴행과 치매 발생 위험과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발견이 축구 헤딩이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는지, 그럼에도 헤딩을 축구 기술로서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대화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3-12-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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