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건강은 사회의 안녕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얻은 메시지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 세상을 바꾸는 혁신에는 ‘건강’을 키워드로 한 것들이 급속히 늘어났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바이오경제’ 패러다임이 새롭게 대두되면서 핵심 동인과 기술,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는 바이오경제 2.0로 전환 중
최근 바이오산업이 미래 유망산업으로 주목받으며 ‘바이오경제 2.0’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바이오경제(Bioeconomy)는 바이오자원과 바이오기술을 기반으로 사회·경제 발전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는 경제 메커니즘이다.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기존의 바이오산업의 분야 및 영역을 확장하여 사회·경제 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촉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바이오산업의 급성장과 바이오경제로의 전환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국제 사회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기대와 전망을 내놓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해 왔다. 대표적으로 2009년에 개최된 세계미래학회(World Future Society)에서 미래의 범용 기술로서 바이오 기술을 주목하고, 이것이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주목한 바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해에 OECD는 ‘2030 바이오 경제 실현을 위한 정책 아젠다’를 발간하면서, 바이오 응용부문간 통합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등장을 전망했다.
특히 OECD가 미래 트렌드 분석을 통해 도출한 ‘바이오경제의 핵심 동인’은 ▲인구와 경제 ▲인구학적 추이와 인적 자원 ▲에너지와 기후변화 ▲식량 가격 및 수자원 ▲의료비용 ▲경쟁기술 등 총 6개로 구분된다. OECD는 이 중 인구학적 변화가 보건의료 부문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기후 변화 및 환경적 문제는 산업 부문에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바이오산업의 기술 발전은 ▲공공적 자원 ▲규제정책 ▲지적재산권 ▲공공적 인지 등이 동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미래전망은 실제로 최근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서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고, 바이오경제 2.0이라는 새로운 판(板)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 바이오경제로의 전환에 박차
실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은 바이오산업을 기반으로 바이오경제로의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는 분위기다.
미국 정부는 바이오경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향후 10년 내 바이오경제 시장이 약 30조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지난해 9월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런칭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미국 내 바이오제조 역량 강화, 바이오 기반 제품의 시장 확대, 연구개발 확대, 양질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향상 등을 담고 있다. 이어 올해 초 바이오경제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이 흐름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2018년에 지속가능한 유럽을 위한 새로운 바이오경제 전략을 수립하고 Horizon Europe(2021-2027)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국 간 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EU가 지난해 6월에 발표한 ‘바이오경제 추진 현황 분석 보고서(EU Bioeconomy Strategy Progress Report)’에 따르면 유럽은 전반적으로 바이오경제 전략에서 명시한 목표에 근접해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EU의 적극적인 투자와 장려 정책으로 분야 간 협력이 촉진되고, 최초 전략 수립한 2018년에 비해 바이오경제 전략을 채택하는 국가와 지역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경제 단체 연합회(약칭 게이단렌(経団連))의 주도로 ‘바이오 대전환(BX)’을 준비 중이다. 2019년에 일본 정부가 수립한 ‘바이오 전략’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의 바이오경제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게이단렌은 내각이 승인한 바이오기술의 응용분야를 5가지 색상으로 분류하여 각 산업별로 혁신 창출 및 비즈니스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도 정부의 정책과 국내 전문가들의 R&D 및 집단지성으로 바이오경제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초에 ‘바이오경제 2.0’을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연내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민관이 협력해 바이오산업 혁신과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4월 산업부가 개최한 ‘바이오경제 미래전략 포럼’ 및 5월에 열린 ‘서울포럼 2030’에서는 국내외 석학들과 전문가, 산업계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바이오경제 동향과 전망을 공유하고 세계 주요국의 전략과 종합정책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분야
전문가들은 바이오산업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헬스케어 시장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한다. 헬스케어가 디지털 기술과 융합하여 치료뿐만 아니라 미래 예측을 통한 질병예방, 개인 맞춤의학을 제공하는 종합의료서비스로 확대돼 바이오산업과 바이오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분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찍부터 이 분야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인식한 세계 주요국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꾸준히 확장해 온 탓에 시장도 성숙기에 들어선 분위기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3094억 달러로 집계됐고, 2027년에는 5836억 달러, 연평균 8.4%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 ICT와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만 별도로 보면 글로벌 시장은 연평균 18.8%의 성장률을 보임과 동시에 2027년까지 509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발전에 거는 기대와 전망이 높다. 올해 초에 개최된 2023년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5대 주제로 선정됐다. 이번 CES의 핵심 테마가 ‘모든 인간을 위한 안전(Human Security)’인 것에 비추어 보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과 관련 산업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큰 축임을 실감할 수 있다. CES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클라우드, 5G 등 기반기술이 전통적인 의료서비스의 이동을 가져오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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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7-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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